'엔지니어' 출신 신윤수 대표, 반도체 투자 전문가...'웰랑' 성공적 엑시트
"'마켓리더·카테고리위너' 비전 가진 기업에 투자"

비전에쿼티파트너스(이하 비전에쿼티)는 반도체 팹리스 기업인 '웰랑'에 대한 투자금 회수(엑시트)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면서 투자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21년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방식으로 투자해 2년 만에 성공리에 회수한 건이었다. 비전에쿼티 창업자 중 한 명인 공학도 출신의 신윤수 대표(사진)가 중심에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 학·석사를 마친 신윤수 대표는 벤처캐피털 업계에선 폭넓은 경험을 가진 투자전문가로 통한다. 반도체업계에서 개발부터 상품기획·전략·투자까지 한 이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학업을 마친 신 대표는 이동통신용 반도체 기업인 GCT세미컨덕터(GCT Semiconductor)에서 반도체 설계 엔지니어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다. 이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상품기획·투자 등을 담당하며 반도체 관련 경력을 쌓았다. 벤처캐피털 업계에 발을 들인 건 2011년 보광창업투자(現 보광인베스트먼트)로 이동한 이후부터다. 약 8년간의 벤처캐피털 투자 경험을 토대로 IMM인베스트먼트 출신의 김상명 대표와 함께 지금의 '비전에쿼티파트너스'를 2019년 7월 만들었다. 김 대표와는 삼성전자에서 함께 근무하기도 해 오랜 인연을 유지하고 있었다.


신윤수·김상명 대표는 비전에쿼티의 투자 방향성을 두고 1년간 고민했다. 벤처캐피털사가 즐비한 서울 테헤란로, 일명 '테헤란밸리'의 투자 트렌드를 좇고 싶지는 않았던 까닭이다. 신생 벤처캐피털인 만큼 출자자(LP)들에 설득력있는 '색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이기도 했다. 결국 두 대표 모두 삼성전자 출신으로 반도체 부문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데다 관련 네트워크가 풍부하다는 점을 활용해 투자 방향성을 '반도체'로 잡았다. 


신윤수 대표는 "반도체 시장과 기술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더불어 사업성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있어야 현명한 투자가 가능하다고 본다"며 "투자 이후 비용을 절감해서 수익을 내는 구조가 아닌 ▲팔로우온(후속투자) ▲이사회 참여 ▲고객과 투자자 네트워크 형성 등으로 기업들의 성장 동반자가 되고자하는 철학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비전에쿼티는 '마켓리더(Market-leader), 카테고리 위너(Category Winner)'가 되려는 목표를 가진 기업에 투자하겠다는 투자전략이 매우 명확하다. 이런 비전을 가진 기업들이야 말로 과감한 투자가 이뤄졌을 때 의미있는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신 대표는 "최근 인공지능(AI) 시장 등장으로 반도체 제조의 패러다임 역시 표준 제품에서 맞춤 제품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우리나라 반도체 시장이 제조 패러다임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여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할 때로 이를 기회 삼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우수한 인력들이 과감하게 창업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우수한 인력들이 AI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려면 반도체 시장 변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투자 기회 포착와 중장기적 시각을 가진 자본의 유입이 필요한데 비전에쿼티가 그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며 "반도체 인력들에 대한 경제적 보상이 커야 한다는 것도 비전에쿼티 투자 철학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분야에 대한 명확한 투자 철학을 바탕으로 투자도 본격화하고 있다. 비전에쿼티는 300억원 규모 블라인드 펀드(브이이피 반도체성장 2호 G-펀드)를 최근 결성했다. 산업은행과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이하 한국성장금융)이 추진한 '반도체 생태계펀드' 출자사업에서 위탁운용사(GP)로 선정돼 결성한 펀드다. 이후 해당 블라인드 펀드와 함께 투자할 수 있는 공동투자펀드도 결성할 예정인데 우선 출자권은 블라인드 펀드의 기존 LP에 부여하기로 했다. 초기 투자뿐만 아니라 금액상 규모가 있는 투자도 염두에 둔 셈이다.


신 대표는 "비전에쿼티는 투자 라운드 시리즈B부터 프리 IPO(기업공개)에 이르는 그로쓰캐피탈(성장기업 투자) 투자를 추구한다"며 "글로벌 경쟁 관점으로 규모의 경제 확보, 인수합병(M&A) 등으로 전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투자철학을 기반으로 투자해 성공한 대표 사례가 웰랑이다. 2021년 투자해 2023년 회수해  내부수익률(IRR)을 32.7%로 기록한 투자 건이다. 비전에쿼티 투자 당시 웰랑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99억원, 16억원 수준이었다. 이후 청산 당시에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497억원, 52억원으로 3년 사이 큰 성장을 보였다. TV용 오디오 반도체 분야 1위로 성장한 영향이 컸다.


비전에쿼티가 웰랑에 투자하던 시기는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면서 반도체 핵심 소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던 때다. 그런 상황에서 비전에쿼티는 웰랑의 구주와 신주를 함께 인수했다. 경영권 지분(구주)을 인수함과 동시에 유상증자를 통해 웰랑에 자금을 직접 수혈한 것이다. 웰랑으로서는 이를 통해 100억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했고 이를 자금을 토대로 고객사에 안정적 부품 공급을 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국내 부품 공급사들이 무너지던 어려운 시기에도 새로운 대형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던 계기가 됐다. 


신 대표는 웰랑 투자 이후 얻은 교훈이 있었다. 그는 "반도체 분야는 과감한 투자 있어야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다"며 "어설픈 투자에 따른 자금으로는 회사가 신사업 투자나 인재 발굴 등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웰랑 역시 유상증자로 현금을 확보하고 있지 않았다면 다른 반도체 업체들과 똑같이 어려운 시기를 보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비전에쿼티 펀드의 성공적인 청산 또한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