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경기침체 혹한기…농협 농식품벤처캐피털, 스타트업에 ‘투자 훈풍’
입력 : 2024-04-23 16:41
수정 : 2024-04-24 05:00
[농업 혁신에 투자하다, 농식품VC] (1) 농협은행 농식품투자단 
유망 ‘비상장 초기 기업’에 지원 
6개 펀드 결성…2741억원 운용 
전국 네트워크·인적자원 등 갖춰 
업무협약 중개 등 가치상승 견인 
“신성장 분야 뒷받침 지속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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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의 커다란 물줄기를 바꾸는 결정적 계기는 초기 기업 투자일 때가 많다. 비상장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VC)은 그래서 ‘미래 먹거리 풍향계’로 불린다. 일찍이 농업을 미래 먹거리로 포착하고 농산업 혁신 물줄기의 길을 내는 VC가 있다. 바로 NH농협은행 농식품투자단이다. 이들이 점찍은 스타트업은 농업의 미래를 어떻게 주도하고 있을까. 다섯차례에 걸쳐 투자 행보를 따라가본다.

농협은행 농식품투자단은 4일 6번째 펀드인 ‘희망농업혁신펀드’를 결성했다. 총규모는 511억원이다. 고금리 기조와 경기 침체 여파로 기나긴 유동성 가뭄을 겪는 벤처투자업계에서 단비라는 평가가 나온다.

 

농식품VC 주도하는 농협은행=기업의 성장주기는 성장·성숙·쇠락 등으로 나뉜다. 이러한 단계마다 다양한 금융기관이 기업의 성장을 위해 투자한다. 주로 성장 국면인 스타트업 단계에서 VC가 참여한다. 극초기 기업 투자는 액셀러레이터(AC)로 부르기도 한다. 기술력은 있으나 자금이 부족한 초기 창업 단계의 벤처기업에 자본금을 투자하고 기업이 성장하면 차익을 얻는 투자방식이다. 이후 성숙기로 접어드는 과정에서는 사모펀드를 통해 더 큰 자본을 투자하는 프라이빗에쿼티(PE)가 참여한다.

농협은행이 농식품산업 분야 벤처투자에 본격적으로 참전한 것은 2022년이다. 농협은행은 농업금융부 내 농식품투자팀을 독립부서인 농식품투자단으로 확대 개편했다.

농협은행의 농식품투자단은 농산업 전 분야에 걸쳐 유망 농식품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부서다. 농식품펀드 설립·운용을 시작한 2016년부터 올해 3월까지 모두 6개의 펀드를 결성했다. 이를 통해 총 47회에 걸쳐 1281억원을 유망 농식품기업에 투자했다. 현재 운용하는 펀드의 자산총액(AUM)은 2741억원에 달한다.

네트워크에 강한 농식품투자단=농식품투자단이 벤처투자 시장 혹한기에도 차별적인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까닭은 전국적인 네트워크 형성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전국에 퍼져 있는 NH농협금융지주 각 계열사의 영업점 거래업체 가운데 추천을 받는 방식은 기업의 투자 포인트와 리스크를 파악하기에 용이하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 등 농업계 기관과 쌓은 네트워크도 적극 활용한다.

이러한 네트워크에 긴밀함을 더하는 것은 농식품투자단 내 ‘운용역’이라는 인적자원이다. 농협은행의 다양한 부서를 경험하며 농업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운용역, 정책자금 취급 경험을 기반으로 농업 기계 설비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운용역, 기업 여신심사 경력을 가진 운용역 등이 시너지를 내고 있다.

범농협 네트워크를 통해 든든한 투자 실탄을 장전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달 결성한 ‘희망농업혁신 펀드’는 농협중앙회·NH투자증권·NH농협캐피탈이 함께했다. 이는 2022년 530억원 규모로 결성한 ‘애그테크 상생혁신 펀드’의 후속 펀드이기도 하다. 이들 펀드는 애그테크 분야에 진출한 알짜 기업에 투자한다. 애그테크는 농업 전반의 과정에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등을 접목한 신성장 분야다. 범농협 네트워크는 펀드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도 가능하게 한다. 농식품투자단은 범농협 계열사와 연계해 피투자기업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제공한다. 농협경제지주와의 업무협약 중개, 정책자금정보 제공 등이 대표적이다.

김일한 농협은행 농식품투자단장은 “국내 벤처투자업계에서 AC부터 PE를 아우르며 농식품기업을 전문으로 투자하는 곳은 농협은행이 유일하다”면서 “식량안보 중요성이 급부상한 상황에서 농업환경에 변화와 혁신을 불러올 수 있도록 신성장 분야 투자를 지속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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