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큰 손 국민연금 지원사격… ‘밸류업 미공시기업’ 제외될 듯 [심층기획-기대감 키우는 ‘기업 밸류업’]

, 세계뉴스룸

입력 : 2024-03-18 06:00:00 수정 : 2024-03-18 01:31:3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금융위, 3월 말까지 초안 마련 방침
기금 규모 1000조… 시장 영향력 막대
정부도 ‘수탁자책임원칙’ 개정안 마련
투자 대상기업 중장기 전략 점검 명시

증시 기관투자 방향에 영향은 불가피
금융위 “민간 자율규범… 강제성 없어”
우수기업 중심 ‘밸류업 지수’도 개발중
“기업 자발적인 동참문화 형성이 관건”

국내 주식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공단이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지원에 본격 나선다. 정부의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원칙) 개정에 따라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연·기금은 밸류업 미공시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상장기업 자율을 바탕으로 한 밸류업 프로그램의 약점으로 꼽혔던 강제성을 보완하는 조치인 셈이다.

1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달 말까지 상장사가 참고할 수 있도록 주주 환원 강화를 중심으로 한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공시 원칙, 내용, 방법 등에 대한 종합 가이드라인 초안이 마련될 계획이다. 국민연금 등이 포함된 기업 밸류업 자문단은 이와 관련한 의견을 낸다.

 

국민연금은 사실상 밸류업 프로그램 지원을 공언한 상태다. 이석원 기금운용본부 전략부문장은 지난 14일 서울북부지역본부에서 기자 설명회를 열고 “밸류업 프로그램의 방향성에 찬성한다”며 “아직 구체적인 부분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국민연금 방향성과 일치한다고 판단하면 자금을 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 여부에 따라 연·기금의 투자 여부가 바뀔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의 지난해 말 기준 기금 순자산은 1035조8000억원으로 처음으로 1000조원대에 들어섰다. 기금 포트폴리오는 국내 채권 326조원(31.5%), 해외 주식 320조3000억원(30.9%), 대체투자 164조2000억원(15.9%), 국내 주식 148조원(14.3%) 등이다. 앞으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라 국내 주식 비중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나머지 4대 연·기금인 공무원연금(1조283억원)과 사학연금(3조8256억원), 우정사업본부(5조5587억원)까지 가세하면 국내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욱 커진다.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도 국민연금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닦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4일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국민연금, 공무원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반영한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발표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타인의 자산을 관리·운용하는 기관투자자가 수탁자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행해야 하는 7가지 원칙을 담고 있는데, 4대 연·기금과 125개 자산운용사 등을 포함해 222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금융위는 스튜어드십 코드 3번째 원칙을 수정해 ‘투자 대상 회사가 기업가치를 중장기적으로 향상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시행·소통하고 있는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음을 명시하기로 했다.

4대 연·기금은 앞으로 국내 기관투자자에 위탁운용을 할 때 투자 지침에 위와 같이 중장기적 기업가치 제고를 반영하라고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는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 개정은 가입 기관투자자가 투자 대상 회사의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 여부를 점검할 수 있는 명시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의의가 있다”면서도 “스튜어드십 코드는 민간 자율규범으로, 세부적인 이행 사항은 기관투자자의 자율적인 판단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와 한국거래소는 기업가치 우수 기업을 중심으로 ‘코리아 밸류업 지수’도 개발 중이다. 이 지수 역시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기관의 투자 나침반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는 “기존 주요 지수와의 차별화 방법, 구성 종목 선정에 활용하는 지표의 적절성, 연·기금의 적극적 활용 유도 등에 대해 검토 중”이라며 “연·기금, 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과 지속해서 협의하면서 3분기까지 개발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 금융 당국이 벤치마킹한 일본은 밸류업 지수인 ‘JPX 프라임150’을 개발한 데 이어 이를 기초로 한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을 지난 1월24일 최초로 출시했다. 이를 통해 기관투자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자금을 끌어들이는 중이다. 국민연금, 노르웨이국부펀드(NBIM)와 함께 세계 3대 연·기금으로 꼽히는 일본 공적기금(GPIF)과 중앙은행인 일본은행도 JPX 프라임150 지수를 기반으로 한 ETF 투자에 나섰다. 이미 GPIF의 일본 주식 보유 비중은 2010년 말 11.5%에서 지난해 말 24.7%로 상승했고, 일본은행은 ETF를 통해 현재 70조엔 규모를 보유하고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일본 사례를 들어 국내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 “스튜어드십 코드, 한국형 밸류업 지수, 연·기금 벤치마크 등을 통해 기관투자자의 수요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의 자발적인 밸류업 동참 문화 형성도 중요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기업들과 소통하는 문화를 자율적으로 정립하는 것이 베스트”라면서 “제도 개선의 취지대로 플레이어들이 움직여야 하는데, 그간 그게 잘 안 되고 있어서 우리가 ‘넛지’(부드러운 간섭) 역할을 하자고 해서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이) 시작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 당국은 지난달 발표한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에서도 기업가치를 등한시하는 상장기업에 대한 페널티(처벌)보다 적극 동참하는 기업들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중요한 기류라고 방점을 찍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15일 블룸버그를 통해 공개된 인터뷰에서 밸류업 지원 방안과 관련해 “국민은 자산 형성을 통해 부를 축적할 수 있어 고령화에 도움이 되고, 기업은 증시에서 원활하게 자본을 조달하고 투자할 수 있어 저성장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우리의 목표는 중장기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도형·안승진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천우희 '매력적인 포즈'
  • 천우희 '매력적인 포즈'
  • 수지 '하트 여신'
  • 탕웨이 '순백의 여신'
  • 트리플에스 코토네 '예쁨 폭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