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3월 06일 07: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선한 의도와 관계없이 좋지 않은 결과물이 나오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최근 유례없는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만 봐도 그렇다.베네수엘라는 마두로 대통령 집권 이후 '마진 30% 룰'을 적용했다. 기업이 상품 가격을 정할 때 원가의 30% 이상 이윤을 올리면 기업주가 구속되는 내용을 담은 법이다. 상품 가격을 낮춰서 서민이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게 하자는 좋은 취지다.
다만 이 법이 시행되고 3년 사이 80%에 달하는 기업이 자취를 감췄다. 제값에 물건을 팔 수 없으니 당연한 결과다. 공급량이 떨어지면서 물건값은 폭등했다. 학계에서는 이를 현재 베네수엘라가 겪고 있는' 초인플레이션(Hyper Inflation)'의 시발점으로 보고 있다.
최근 국내 공모주 시장을 보면서도 느끼는 점이다. 새내기주들이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도입한 '300% 룰' 덕분이다.
'마진 30% 룰'과는 반대로 가격을 올리는 게 목표다. 상장 당일 주가가 공모가 대비 최대 네 배, 이른바 '따따블'을 누릴 수 있어 기관·개인 가릴 것 없이 뛰어든다. 지분 락업 없이 상장 당일 공모주를 바로 던지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를 쳐다보는 사모펀드(PE)들의 시선은 다소 어둡다. '폭탄돌리기를 보는 듯 하다'는 공통된 답변으로 귀결된다. 자칫하면 시장을 죽일 수도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IPO는 PE들이 선택할 수 있는 좋은 엑시트 수단 중 하나다. 투자 단가 대비 높은 금액만 확보할 수 있으면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률을 낼 수 있다. 다행히 지분 락업이 풀린 시점 이후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내려오는 일은 300% 룰 도입 이후 아직까지는 없었다.
다만 단 한 번이라도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공모주 시장이 죽어버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예측 불가능성이 커지며 IPO를 통한 엑시트의 적정 시기를 가늠하기도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한 PE가 물었다. "상장 후에 갑자기 공모가 밑으로 떨어지는 일이 한번이라도 발생한다면 그때는 기관·개인 막론하고 피해가 막심할텐데…금융당국 말처럼 진짜 개인투자자를 위한 일일까요?" 답은 '그럴리가'다.
가격을 올리기 위해서든 낮추기 위해서든,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것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다. 아무 일도 생기지 않기를 바라겠지만 시장에는 변수가 너무 많다. 금융당국의 '선한 의도'가 틀렸음을 증명하기까지 시간이 얼마 안남았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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