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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 포트폴리오]①신발도 바꿔신은 MBK‥투자회수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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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설립된 MBK 2024년 운용자금 40조
국민연금 등 세계 150곳 이상 연기금이 출자

편집자주올해로 제도 도입 20년째를 맞는 국내 사모펀드(PEF) 산업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PEF는 저평가된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해 가치를 올린 뒤 인수합병(M&A) 시장에 되팔아 수익을 올린다. 미래가치는 높지만 재무건전성이 악화한 기업들이 매물로 나오면 받아주기도 하고, 지배주주 리스크 등 지배구조가 약해진 기업에 대해선 적대적 M&A를 시도하기도 한다. PEF 산업 역사가 쌓이면서 국내 초대형 PEF가 보유한 포트폴리오 기업 수, 고용인원이 어지간한 대기업 집단을 훌쩍 넘어섰다. 기업 생태계가 정체하지 않도록 하는 메기 역할을 넘어 PEF 보유 기업의 실적이 우리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정도다. 아시아경제가 국내 대표 PEF들이 보유한 포트폴리오 기업의 성과와 실적을 분석해본다.

2005년 설립된 MBK파트너스는 기업에 투자하거나 인수해서 가치를 불린 후 되파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는 대체투자사모펀드다. 국내는 물론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MBK의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 기업만 30여개에 달한다. 설립 첫해 11억달러에 그쳤던 운용 규모가 연평균 29%씩 성장해 2024년 2월 말 기준 300억달러(약 40조원)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투자 기업의 매출 합계는 490억달러(약 63조원)에 이른다. 투자기업의 고용 인원 수는 38만명이다. 국민연금을 포함해 전 세계 연기금 150곳 이상으로부터 출자받고 있다. 2005년부터 한국과 중국, 일본 동북아시아 3개국의 73개 이상 기업에 투자했다.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10년간 20조원(원금 및 투자이익)을 출자자들에게 돌려줬다. 연간 2조원 규모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대표는 포트폴리오 기업인 홈플러스로 출근하면서 신발을 바꿨다. 바닥에 닿을 때 '또각또각' 소리 나는 구두를 벗어버리고 편안한 신발로 새로 사 신었다. 직원들이 김 대표의 발소리에 혹시나 긴장하거나 불편해할까 봐서다. 김 대표는 "긴 복도를 지날 때면 직원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다 보인다"며 "조직원들과 힘을 합쳐 홈플러스 실적을 상승궤도에 올리겠다"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빅딜' 홈플러스, 리파이낸싱 마무리 단계

MBK는 2015년 한국 인수합병(M&A) 역사상 가장 큰 금액인 7조원대 '빅딜'을 통해 홈플러스를 손에 넣었다. 영국 대형마트 기업 테스코로부터 7조2000억원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4조3000억원을 인수금융으로 충당했다. MBK는 경기 안산점 등 20여개 홈플러스 점포를 폐점 또는 매각 후 재임차 방식으로 매각해 마련한 자금으로 인수금융을 갚아 현재 5000억원 정도만 남겨둔 상황이다.


홈플러스는 올해 6월과 10월 각각 3000억원, 5000억원 규모의 차입금 만기를 앞두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올해 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에 대한 차환 준비를 마친 상황으로 단기차입금 3000억원과 5000억원의 인수금융 등 차입금에 대한 차환을 합의했으며, 상반기 내 리파이낸싱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월 결산법인인 홈플러스는 2021년과 2022년 회계연도에 각각 1335억원과 2602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폭을 늘려 왔지만, 2023년부터는 실적 회복세를 보였다. 신선식품을 앞세운 '메가푸드마켓'을 중심으로 리뉴얼한 24개점 매출이 평균 24.5% 늘었다. 리뉴얼 24개점의 올해 1월 식품 매출은 3년 전과 비교해 평균 30% 이상 증가했다. 점포별로는 최대 2배 매출 인상 기록도 나왔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홈플러스 푸드마켓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온라인 매출은 지난 5년간 연평균 20% 정도 증가했다. 2021년부터 홈플러스 온라인은 3년 연속 매출 1조원 이상을 기록 중이다. 2023년에는 3개 분기 만에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기업형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역시 도심 1인 가구 상권에 특화된 점포 모델로 리뉴얼하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블랙핑크 로제에 이어 배우 김수현을 모델로 발탁하며 브랜드 광고에도 힘쓰는 중이다.


[PE 포트폴리오]①신발도 바꿔신은 MBK‥투자회수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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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주인 찾는 '롯데카드'…유력 매물 3조 가치의 'bhc그룹'

MBK는 홈플러스 외에도 생활과 밀접한 다양한 포트폴리오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잠정 매물로 거론되는 것이 롯데카드, 모던하우스, 네파, bhc 등이다.


MBK가 5년 전 인수한 롯데카드는 재작년부터 새 주인을 찾고 있다. 고금리와 소비 감소 등으로 카드 업황 부진이 지속되면서 매각이 지연됐다. 롯데카드는 2019년 롯데그룹 지주사 전환에 따라 매물로 나왔고, 같은 해 MBK·우리은행 컨소시엄에 매각됐다. 당시 MBK가 책정한 롯데카드 기업가치는 1조8000억원 수준이었다. 인수 당시 롯데카드 순이익은 714억원(연결기준)에 그쳤지만 2022년 말 역대 최대인 2780억원을 기록했다. 실적이 호조를 보이면서 MBK는 인수 3년 만인 2022년부터 롯데카드 매각을 본격 추진했다. 그러나 롯데카드 매각은 예상과 달리 흥행에 실패했다. 당시 MBK 측이 요구한 롯데카드 매각가는 약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MBK는 분리매각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지난해 호주계 사모펀드 맥쿼리자산운용에 롯데카드가 보유한 교통카드 사업 자회사 로카모빌리티 지분 100%를 4150억원에 매각했다. 몸집을 가볍게 한 롯데카드는 현재 재매각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배당 성향을 전년보다 낮추면서 4년 연속 배당 성향을 하향 조정하는 등 재매각 추진을 대비해 재무안정성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잔액을 줄이며 내부 통제 강화에도 주력했다.


bhc그룹도 MBK의 포트폴리오 중 유력 매물로 꼽힌다. MBK는 bhc의 지주사 글로벌고메이서비시스의 최대주주다. 2018년 전환사채(CB) 투자로 시작해 2020년 2차 투자를 진행했다. 경영권 인수가 아닌 50% 미만의 지분 투자다. 지분 매각설이 불거진 것은 지난해 11월 박현종 회장이 전격 해임되고 차영수 MBK 부사장이 그 자리에 앉으면서다. bhc는 지난 10년간 BBQ와 각종 소송을 진행하며 리스크가 커진 상황이다. MBK가 투자한 기업 중에서 bhc는 유독 잡음이 많았다. 치킨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고충 문제와 충돌하면서다. 2022년 치킨 가맹점의 필수품목인 해바라기유 공급가를 한 번에 61% 올리며 점주들과 갈등을 빚으면서 국정감사에서 이슈가 됐다. 지난해엔 소비자 가격을 인상하면서 가맹점주에게는 재료비를 평균 8.8% 올려 받아 논란이 됐다. 하지만 투자 측면에서 기업가치는 높게 평가받는다. bhc 기업가치는 2018년 6800억원에서 현재 3조원대까지 치솟았다. bhc그룹은 재작년 연결기준 매출액 1조원을 돌파했다. 2013년 800억원대 매출에서 9년 만에 약 13배 성장했다. bhc그룹 성장을 이끈 것은 bhc와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다. bhc는 치킨업계 사상 첫 매출 5000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치킨업계에선 이례적으로 영업이익률이 30%대를 기록하고 있다. bhc의 가맹점 수는 1770개(2023년 공정위 발표 기준)로 1위인 BBQ(2002개)에 이어 2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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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리빙 1위 '모던하우스' 최대 2조 가치…다시 성장가도 '네파'

모던하우스도 MBK가 보유한 국내 홈 리빙 분야 1위 기업이다. 업계에선 매각가로 1조원 안팎, 많게는 2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모던하우스는 인테리어 소품, 주방, 침구, 가구 등의 상품을 취급하며 신세계 그룹 자주(JAJU), 롯데와 협업해 한국에 진출한 무인양품과 경쟁 관계에 있다. MBK는 2017년 유동성 위기에 빠진 이랜드리테일로부터 모던하우스를 약 686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직후인 2018년 매출액은 3364억원 규모지만 적자 상황이었다. 최신 사업보고서인 2022년 기준 매출액은 3897억원, 영업이익은 315억원 수준으로 회복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모던하우스의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6%를 기록했다. 2022년까지 3000억원대 후반에 머물던 매출은 2023년 4100억원을 넘어섰다. 2020년부터 지난 4년간 매출 총이익의 연평균 성장률은 8.5%, 상각전 영업이익의 연평균 성장률은 12.8%, 영업이익 연평균 성장률은 32%로 집계됐다. 다만 최근 홈 리빙 시장의 업황은 어두운 편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글로벌 원자재 공급 불안, 외부활동이 늘어나면서 홈 리빙에 대한 수요가 줄었다. 오늘의집 등 온라인 판매 채널이 늘어나면서 시장 경쟁이 치열해졌다. 자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모던하우스에는 홈·리빙 카테고리는 3년 주기로 전 상품을 원점에서 재설계한다. 현재 평균 경력 12.5년인 74명의 상품기획자가 시즌별 다양한 콘셉트의 신규 상품 개발을 진행 중이다.


2013년 인수 후 10년째 MBK가 대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 역시 매물로 거론된다. MBK는 네파 지분 94.2%를 9970억원에 인수했다. 4800억원은 인수금융으로, 나머지는 2008년 조성한 2호 블라인드 펀드를 통해 조달했다. 인수 당시 네파는 영업이익만 10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2014년 국내 아웃도어 시장 규모는 7조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후 경기침체와 아웃도어 수요 감소로 하락세를 보였다. 네파 역시 2015년부터 실적이 악화하기 시작해 2020년 영업이익이 67억원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아웃도어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다시 늘면서 영업이익이 2020년 78억원, 2021년 176억원, 2022년 264억원 등으로 성장세를 보였다. 네파의 수익성이 개선세를 보이면서 MBK의 엑시트에 길이 열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네파는 이준호, 안유진 등을 모델로 발탁해 광고 캠페인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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