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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VA를 움직이는 사람들]'벤처 대항해시대' 연 선구자, 'AI 르네상스'도 리딩한다①선도적 해외진출, 톱티어 VC 발돋움…'손바뀜' 이후 공격 펀딩, 초기 테크 기업 발굴

이영아 기자공개 2024-03-06 13:51:22

[편집자주]

국내 톱티어 벤처캐피탈 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가 손바뀜을 기점으로 새로운 도약을 위한 날갯짓을 시작했다. 손태장 미슬토 회장을 새 주인으로 맞아 SBVA라는 이름으로 대항해 도전에 나선다. 2000년 벤처투자 첫 발을 뗀 하우스는 '창업가의 든든한 동반자'를 지향하며 지난 25년 동안 한국을 넘어 아시아 벤처 생태계를 대표하는 VC로 성장해왔다. 더벨은 지배구조 변화와 맞물려 또 한번의 점프업을 꿈꾸는 SBVA 핵심 구성원들의 면면을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04일 11: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로 설립 25년차에 접어든 국내 대표 벤처캐피탈(VC) 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가 SBVA로 새출발을 알렸다. 손바뀜을 계기로 이뤄진 사명 변경이다. '소프트뱅크그룹'에서 '디에지오브'로 최대주주는 바뀌었지만 하우스 투자 철학과 방향성은 변함이 없다. 창업가의 '든든한 파트너(동반자)'가 되자는 것이다.

여전히 강조되는 것은 선구안이다. SBVA는 항상 한발 앞서 움직였다. 벤처투자 시장의 글로벌화를 대비해 2011년부터 투자 영역을 해외로 확장했다. 한국과 동남아시아, 미국, 중국 등 여러 나라에서 투자 기회를 탐색했다. 단순히 구호만 앞세우지 않았다. 체계적인 조직과 인력을 구성하며 이를 뒷받침했다.

최근 SBVA는 '인공지능(AI) 르네상스 시대'를 대비하는 것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전문성을 띈 AI섹터펀드 결성을 준비하며 첫걸음을 뗐다. AI가 산업의 지형도를 바꿀 '게임체인저'로 떠오른 만큼 창업가와 함께 무궁무진한 기회를 미리 발굴하자는 취지다. 언제나 적중했던 SBVA의 선구안이 이번에도 통할지 주목된다.

◇설립 25년차 SBVA, 창업자 동반자 우뚝

2000년 설립된 SBVA는 오랜 업력만큼이나 국내 VC 업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이홍선 당시 소프트뱅크코리아 대표가 주축이 돼 설립했다. 소프트뱅크의 한국 법인인 소프트뱅크코리아가 지분 100%를 보유했다.

2002년 문규학 대표 체제로 전환하며 국내 창업 생태계 '씨앗 뿌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하우스 설립 때부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칠 때까지 국내 벤처투자 업계는 크게 주목을 끌지도, 빛을 보지도 못했다. 국내 창업 생태계가 성숙하지 않았을뿐더러 닷컴 버블 붕괴라는 악재까지 겹치며 투자가 위축됐다.


위기를 타개할 방안으로 SBVA는 '초기 투자'를 택했다. 5~6년간 묵묵히 창업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당시 VC 업계에선 파격적인 시도였다. 초기 기업에 투자하면 회수가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리기에 펀드 수익이 낮아지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시 문 대표가 대학마다 '창업 강연'을 돌던 일화는 업계에서 유명하다. 하우스는 한발 더 나아가 창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리트머스 프로젝트'를 만들기도 했다.

초기투자와 창업지원은 최근 들어 국내 VC들이 활발히 내세우는 의제이지만 SBVA는 이를 설립 초창기부터 앞세웠다. 한발 앞선 선구안을 발휘하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왔다. 동시에 하우스의 색깔도 뚜렷해졌다. 당시 획득한 '초기투자 명가', '창업 생태계 파트너' 타이틀은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넥스트 스텝은 '글로벌 진출'이었다. 2011년부터 해외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에스비팬아시아펀드'를 결성하며 첫발을 뗐다. 약정총액(875억원)의 최대 45%까지 아시아 권역 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해당 펀드로 고투(인도네시아), 코코네(일본), 이니쓰리(태국) 등 포트폴리오를 발굴했다.

2018년 이준표 대표 체제가 구축된 뒤 하우스의 외형 성장은 더욱 가파르게 이뤄졌다. 2019년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에서 '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글로벌 확장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풍부한 글로벌 출자자(LP) 네트워크를 갖춘 이 대표의 강점이 십분 발휘되는 초석이 됐다.

이 대표 체제 아래 2018년 8090억원이었던 운용자산(AUM)은 지난해 2조5457억원으로 3배가량 불어났다. 더벨 리그테이블 기준 운용자산 순위도 13위에서 3위로 수직상승했다. 약정총액 1000억원이 넘는 대형 벤처펀드를 잇달아 조성한 덕분이다. 기업의 생애주기에 맞춰 투자할 수 있는 펀드 라인업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손태장 회장 손잡은 SBVA, 연속성 강화

2023년 4월 SBVA는 최대주주 변경 소식을 알렸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친동생인 손태장 미슬토 회장이 등판했다. 디에지오브로 손바뀜이 이뤄졌다. 디에지오브는 SBVA를 인수하기 위해 만든 법인이다. 손태장 회장을 비롯해 이준표 SBVA 대표, 타이라 아츠시 미슬토 매니징 디렉터가 공동창업자이자 주요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시계방향) 이준표 대표, 이승훈 CFO, 정지우 파트너, 최지현 파트너, 진윤정 파트너

손바뀜 이후 SBVA의 움직임은 '변화 속 안정'으로 요약된다. 대대적 조직개편 대신 진용을 유지하는 것을 택했다. 정지우 상무, 진윤정 상무, 최지현 상무 등 하우스에서 10년간 몸담은 '베테랑' 심사역을 파트너로 전면에 내세우는 것 외엔 투자조직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특히 정지우 파트너는 손바뀜 시기와 맞물려 SBVA에 재합류해 화제가 됐다. 정 파트너는 2015년부터 SBVA 심사역으로 활약했다. 2021년 SBVA에서 블랭크코퍼레이션으로 잠시 적을 옮겼다. 투자한 포트폴리오사의 성장을 밀착 지원하자는 취지였다. 약 2년간 부대표 및 최고전략책임자(CSO)로 활약하며 회사의 턴어라운드를 이끌었다. 회사가 안정적인 성장 궤도에 올랐다고 판단한 그는 지난해 3월 SBVA 파트너로 다시 합류했다.

오랜기간 손발을 맞춘 심사역을 중용해 하우스 운영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꾀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전면에 나선 세 명의 파트너는 지난 10년간 동고동락하며 SBVA의 시그니처딜을 여럿 이끌었다. 고투(인도네시아), 하이퍼커넥트(미국), 당근(한국) 등을 비롯해 굵직한 포트폴리오를 쌓았다.

진용이 꾸려지면서 사명변경을 포함한 리브랜딩 작업에 착수했다. 리브랜딩 키워드 또한 '변화 속 안정'이다. 기존 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Softbank Ventures Asia·SBVA) 영문명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수년간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 SBVA로 쌓아온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변화의 파고를 넘는 과정에서도 SBVA 위상은 굳건했다. 펀드레이징에 흔들림이 없었다. 지난해 말 2000억원 규모의 '2023 알파 코리아 펀드'를 결성했다. 산업은행을 포함해 소프트뱅크그룹(SBG), 한화생명, 중소기업은행, 넥슨코리아, 케이비캐피탈 등 주요 LP 들의 신뢰가 바탕이 됐다. 하우스는 해당 펀드를 통해 AI, 로보틱스, 컴퓨팅 기술 등 정보통신기술(ICT) 혁신을 가져올 초중기 스타트업을 적극 발굴하겠다는 구상이다.

◇동남아팀 부상, AI 비롯 미래산업 집중

손바뀜과 진용 재정비, 리브랜딩, 펀드 결성을 마무리한 SBVA는 올해 본격적인 활동을 예고했다. 글로벌과 AI, 두 가지 키워드를 내걸었다. 그동안 주력했던 글로벌 투자 활동 및 포트폴리오 지원 범위를 넓히면서 동시에 창업 생태계의 게임체인저로 부상한 AI 투자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주요 목표다.

SBVA 조직도

먼저 AI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AI 전문 투자를 위한 새로운 펀드 결성을 준비 중이다. 이미 글로벌 LP를 중심으로 펀드레이징에 나섰다. 이준표 SBVA 대표는 "AI 혁신의 나비효과는 산업혁명 일으키는 증기기관에 비유할 정도로 미래 임팩트가 크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글로벌 투자 보폭을 키우기 위한 시도도 이어간다. SBVA는 최근 조직 내 '그로스에퀴티팀(Growth Equity Team)'을 새롭게 꾸렸다. 얼리(초기)부터 그로스(성장) 단계까지 프로젝트펀드(PEF)를 중심으로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등 통합적이고 전략적인 지원에 나선다.

딜 사이즈를 키우는 배경은 '든든한 동반자'로서 국내 포트폴리오사의 해외 진출을 돕고 해외 투자를 통해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단순히 재무적투자를 통한 밸류업과 엑시트(회수)에만 머무르지 않겠다는 의지이다. 이는 SBVA가 변함없이 추구해 온 가치다.

'글로벌 벤처투자 큰손' 손태장 회장과 손발을 맞추며 시너지를 모색하는 것도 염두에 뒀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디에지오브와 협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동남아팀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도가 이뤄질 전망이다. 앞서 SBVA는 글로벌 진출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한국과 동남아, 미국, 중국 현지 팀을 꾸렸다.

손 회장은 십여년간 글로벌 벤처투자 시장에서 활약했다. 70여개 벤처펀드, 250여개 기업에 약 1조원가량을 투자하며 창업 생태계의 성장을 지원했다. 같은기간 SBVA는 VC 글로벌화의 선봉장으로 자리매김했다. 30여개 펀드 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전세계 300여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글로벌 구상의 주축이 될 동남아팀과 그로스에퀴티팀은 이승훈 SBVA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이끈다. 이 CFO는 모건스탠리 투자은행에서 15년간 근무하며 M&A를 비롯한 여러 업무를 담당했다. 손 회장과 SBVA, 양쪽에서 축적해 온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포트폴리오 지원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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