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펀드 개명 바람으로 이어지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밸류업 프로그램에 편승해 상품 홍보 효과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신규 상장지수펀드(ETF)에 관련 단어를 넣을 수 없도록 막아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신한자산운용은 기존에 운용하던 ‘신한 좋은아침 펀더멘탈 인덱스 펀드’의 명칭을 ‘신한 밸류업 펀더멘탈 인덱스 펀드’로 변경할 계획이다.

신한자산운용이 펀드명을 바꾸는 이유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정책 발표 이후 저PBR주 중심으로 증시가 하락했지만 시장에선 중장기적으로 주가가 오를 것이란 기대가 있다. 오는 6월 가이드라인 발표, 9월 ETF 개발 등 후속 조치도 예정됐다. 정책 방향성에 맞춘 펀드를 내놓고 투자자 관심을 끌겠다는 전략이다.

신한자산운용 외에도 다수 자산운용사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맞춰 새롭게 펀드를 출시하거나 기존 상품의 이름을 바꾸는 등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7일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KoAct 배당성장 액티브 ETF’를 출시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기존 펀드와 달리 새로 상장하는 ETF에는 밸류업 단어를 넣을 수 없도록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 등은 신규 상품명에 밸류업을 쓰지 않도록 ‘창구 지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가치 업’ 등 밸류업을 연상하게 하는 단어조차 쓰지 말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TF 사업자는 금감원이 신규 상품 제안서를 심사한 뒤 승인을 내줘야 한국거래소에 ETF 상장 신청을 할 수 있다. 당국은 9월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출시하고 연내 사업자들이 이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을 출시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이지효/선한결 기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