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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큰손들 “지금은 투자할 때 아냐”…‘이 상품’에 200조원 뭉칫돈

차창희 기자
입력 : 
2023-11-27 16:01:38
수정 : 
2023-11-27 20:2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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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MMF 사상 최대치
한국도 200조 돌파 목전
대부분이 큰손 법인자금
주식 투자 대기자금 성격
줄어야 증시 수급 개선인데
“당분간 줄어들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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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안전자산 MMF에 뭉칫돈 [사진 = 연합뉴스]

큰손들 자금이동이 거세게 벌어지고 있다. 연말 성탄절 전후로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산타 랠리’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법인 투자자금은 초안전자산인 머니마켓펀드(MMF)로 몰리는 모습이다. 한국의 MMF 잔액은 200조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고, 미국에서는 MMF 잔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정도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22일 기준 국내 MMF 설정액 규모는 192조원으로 20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지난해 말 수치인 151조원 대비 27% 증가한 것이다. 전체 설정액 중 92%인 178조원이 법인 투자자 자금이다.

미국 시장에서도 법인 투자자들의 MMF 자금 예치가 지속 중이다. 미국 자산운용협회(ICI)에 따르면 이달 22일 기준 미국의 MMF 자산 규모는 5조7631억달러(약 7522조원)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미국도 법인 투자자 비중이 61%에 달한다.

MMF는 양도성예금증서(CD), 채권을 비롯한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시장에서 MMF는 초안전자산으로 평가한다. 시장 금리(수익률)에 준하는 이자 수익을 얻으면서, 언제든지 돈을 빼낼 수 있어 환금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MMF 잔액은 주식, 채권 투자 전의 대기자금 성격이 강하다. 향후 MMF에서 대규모 자금 이탈이 발생한다면 이는 주식 시장 수급 개선으로 증시 활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현재는 MMF에 계속해서 잔액이 쌓이는 추이다. JP모건의 데이비드 켈리 수석 분석가는 “MMF 자금 이탈은 당분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개인은 물론 법인도 MMF에서 더 나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MMF로 돈을 예치하는 투자자 대부분이 법인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금리와 고물가와 같은 거시경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판단하에 큰손들이 안정성이 높은 현금성 자산 비중을 늘리면서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 금리가 높아 현금의 가치가 과거 보다 높아졌고, 내년 경기침체 현실화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라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가치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이끄는 투자전문회사 버크셔해서웨이의 올 3분기 현금성 자산은 1572억달러(약 205조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투자전문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월가 분석가들은 고금리 부담에 기업의 성장 여력이 급격히 둔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모건스탠리는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경제 성장률이 올해 3%에서 2024년 2.8%, 2025년 2.9%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웰스파고도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아직 승리하지 않았다”며 “경제적 폭풍이 지나갔다고 얘기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반면 시장에 스며든 금리 인하 기대감은 과도해 증시가 과열 상태에 도달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 증시에서 빅테크 우량주인 ‘매그니피센트 7’을 제외한 중·소형주의 주가 흐름은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다. 실제 중·소형주 위주로 구성된 러셀2000지수는 팬데믹 발발 이전 수준에 머물고 있다.

‘빚투’가 재차 늘고 있다는 점도 법인 투자자들의 우려 사항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23일 기준 국내 증시 신용거래융자액은 17조329억원으로 공매도 전면 금지 당시인 지난 6일(16조5767억원) 대비 약 5000억원 늘었다.

특히 코스닥 시장에서 신용거래융자액이 36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에코프로머티 등 신규 상장주의 주가가 공모가 대비 3배 이상 오르는 단기 급등 현상도 나오고 있다.

국내 공모펀드 시장에서도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포착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액티브 주식형 펀드에선 연중 70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반면 채권형 펀드엔 10조원이 들어왔다.

미국 증시에서도 2~3개월 만기의 초단기채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유입액이 늘고 있다. 3개월 미만 국채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3개월 미만 국채(SG0V)’ ETF엔 연중 109억2267만달러(약 14조원)가 유입됐다.

국제금융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하반기 들어 미국 장기금리의 가파른 상승,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금융시장의 핵심 변수로 작용했다”며 “글로벌 자금 흐름의 방어적 움직임이 심화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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