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말 4조원서 올해 9조4천억원대로 시장 규모 성장올해 3천억원 늘어…신규 유입 자금 대부분 KB운용으로 변동성 장세 안정적 수익률 매력…운용사 보수 경쟁으로 고객 공략
  • ▲ 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
    ▲ 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
    금융시장 변동성 심화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는 투자에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생애주기에 맞춰 자동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주는 TDF(타깃데이트펀드) 시장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디폴트옵션(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 시행과 맞물려 TDF 시리즈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늘어나는 가운데 KB자산운용의 선전이 눈에 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국내 TDF 시장 규모는 9조4183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2765억원 늘었다. 

    TDF 시장 규모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2020년말 4조2000억원에서 2021년말 8조원으로 급격히 커진 뒤 지난해 말 9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연초 이후 유입액은 다소 둔화되긴 했지만 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커지는 추세다. 

    TDF는 타깃데이트펀드(Target Date Fund)의 약자로, 생애주기에 맞춰 자동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주는 자산배분펀드다.

    운용사는 은퇴 시점이 멀수록 주식 등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수익률을 높이다 은퇴 시점에 가까워지면 채권 비중을 늘리며 안정성을 높인다.

    고령화에 발 빠르게 노후를 준비하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TDF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65세인 사람의 기대 여명은 21.59년으로 추정된다.

    현재 추이로 국민연금이 이르면 2055년 기금이 바닥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노후 대비에 필요한 추가 대안으로 TDF를 택하는 것이다. 

    특히 지난 7월부터 의무 도입된 디폴트옵션 자금 유입과 더불어 DC(확정기여)형 가입자가 늘어나며, 대표적인 연금상품인 TDF의 설정액이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운용사별 신규 자금 유입 규모를 살펴보면 KB자산운용의 약진이 돋보인다.

    13일 기준 올해 TDF 대부분의 자금은 이 회사를 통해 들어왔다. 이 회사의 TDF 수탁고는 1조1522억원으로 전년 대비 28.9%(2586억원) 늘었다. 디폴트옵션 본격 시행에 앞서 업계 최저 수준 보수전략 등 선제적인 마케팅을 통해 많은 판매사를 선점했다는 설명이다.

    신한자산운용도 556억원 늘어난 7967억원을 기록했다. 키움자산운용과 NH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도 각각 356억원, 302억원, 230억원 늘었다. 

    반면 수탁고 상위 1~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은 올 들어 각각 전년 대비 1000억원가량 줄면서 각각 3조8580억원, 1조6804억원으로 나타났다. 연초부터 계속된 고금리 상황 속에 부족해진 유동성으로 실적배당형 상품을 해지한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TDF 상품의 안정적인 수익률도 주목된다. 

    15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TDF펀드 상품은 총 170개로, 이 중 연초 이후 수익률 기준 'KB온국민TDF2055'는 17.11%를 기록하며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한국투자TDF알아서ETF포커스2060'은 17.08%로 뒤를 바짝 쫓고있다. 

    3년 기준 수익률은 마찬가지로 'KB온국민TDF2055'이 35.9%로 가장 높다. '삼성한국형TDF2050'과 '한국투자TDF알아서2050'도 각각 24.9%, 21.3%로 견조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최근 변동성이 큰 시장 환경에서 안정적 자산 배분 전략을 통해 우수한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말 인사시즌을 기점으로 TDF 시장 자금 유입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인사가 단행되는 연말인 12월, 연초 1월까지가 TDF 가입이 두드러지게 늘어난다"면서 "펀드 선택을 어려워하는 투자자들에겐 일정 시점 자산배분 변화를 주는 TDF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TDF 특성상 한번 가입하면 운용사를 잘 바꾸지 않기 때문에 처음 가입 시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상품 수익률은 물론 장기간 투자하는 연금 특성상 투자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장기 투자 시 보수에 따라 적립금 차이가 크게 날 수 있어서다.

    자산운용업계가 TDF 수수료를 잇따라 인하하면서 고객 확보에 나서는 이유다. 

    2050 빈티지 기준으로 살펴보면 펀드 대비 보수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상장지수펀드(ETF) 기반의 상품의 총 보수율이 낮다. '한국투자TDF알아서ETF포커스2050'과 '삼성ETF를담은TDF2050'가 각각 0.790%, 0.840%다. 

    펀드 기준으론 'KB다이나믹TDF2050'와 'KB온국민TDF2050'가 각각 0.895%, 0.940%로 가장 저렴하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TDF는 낮은 변동성으로 장기투자 시 높은 복리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그 어떤 상품보다 매년 부담하는 보수가 낮은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TDF는 지역 분산과 자산 분산, 매월 시간 분산 투자도 가능하다. 위험을 충분히 줄일 수 있는 상품이라는 점을 감안해 목표수익률을 정하고 빈티지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