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바오 빈 SOSV 제너럴파트너는 “한국은 빈곤, 환경 등 신흥국 문제를 풀 차별화한 기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제공
윌리엄 바오 빈 SOSV 제너럴파트너는 “한국은 빈곤, 환경 등 신흥국 문제를 풀 차별화한 기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제공
“중국이 걸어온 길을 다른 신흥국이 반복해선 안 됩니다. 빈곤·환경·건강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선 한국 과학자들이 더 많이 창업에 나서야 합니다.”

글로벌 벤처캐피털(VC) SOSV의 윌리엄 바오 빈 제너럴파트너는 지난 10일 국내 스타트업 축제 ‘컴업 2023’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중국과 인도는 전통 산업을 디지털화하면서 7억5000만 명 이상이 빈곤에서 벗어났지만 그 과정에서 환경과 건강이 파괴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환경과 건강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경제 혁명을 이끌 기술에 집중한다”며 “한국에 투자하는 이유도 놀라운 기술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1995년 설립된 SOSV는 초기 스타트업에 집중하는 투자사로 운용자산(AUM) 규모가 15억달러(약 2조원)에 이른다. SOSV는 섹터별로 인터넷·소프트웨어에 투자하는 오르빗스타트업(Orbit startup), 하드웨어 딥테크 분야의 핵스(Hax), 바이오에 특화한 인디바이오(Indiebio)로 구성된다. 세계 10곳의 거점에서 해마다 5000여 개의 세계 스타트업을 검토하며 그중 130개 정도에 투자한다. 피치북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시드 단계 투자사 3위에 올랐다.

오르빗스타트업의 매니징디렉터를 겸하고 있는 빈 파트너는 20년 넘게 중국과 인도에 투자해 온 신흥국 전문가다. 그는 “한국의 기술력으로 식량, 물 공급망, 물류, 에너지 등 기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사람들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에 진출하려면 미국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한국엔 신흥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과학자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술을 가진 한국 과학자들이 더 많이 창업에 나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오르빗스타트업은 2015년 이후 매년 한두 개 K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하는 일도 한국의 과학자들이 기업가가 되도록 돕는 것”이라며 “투자뿐만 아니라 기업이 글로벌화할 수 있도록 코치 역할을 한다”고 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 출신이 창업한 데이터리퍼블릭은 오르빗스타트업이 투자한 이후 미국 뉴욕에서 인공지능(AI) 트레이딩 시스템을 선보였다.

빈 파트너가 꼽은 가장 중요한 투자 테마는 ‘경제적 자립’이다. 그는 “사람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면 전쟁이 훨씬 덜 일어날 것”이라며 “구멍가게 사장님, 소상공인뿐만 아니라 미래 주요한 노동자인 크리에이터들이 기술을 활용해 충분한 돈을 벌 수 있도록 돕는 스타트업에 투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5년 투자한 한국의 ‘태피툰’은 전 세계 웹툰 작가들이 돈을 벌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벤처투자 시장과 관련해선 “이미 회복 단계에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VC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스타트업의 파산 소식은 향후 1년간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스타트업 파산은 올해 말 최고조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