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오픈이노베이션 20년, 이젠 대기업이 스타트업 찾아나선다
'컴업 2023'서 오픈이노베이션데이 운영
대기업 CVC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교환할 가치 만들어야"
2023-11-09 15:53:25 2023-11-13 09:48:35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국내에서 오픈이노베이션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할 때 대기업이 스타트업과 협업하는 과정은 매우 험난했습니다. 대기업의 경우 윗선에 스타트업과의 협업 필요성을 설득하는 과정이 녹록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다년간의 오픈이노베이션이 진행된 후, 이제는 대기업 사업부에서 먼저 스타트업을 향해 손을 내미는 시대로 발전했습니다.
 
국내 최대 스타트업 행사인 '컴업 2023'이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렸습니다. 행사 이튿날인 9일은 오픈이노베이션 데이로 꾸며졌습니다. 헨리 체스브로 교수가 지난 2003년 처음으로 오픈이노베이션의 개념을 제시한 지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만큼 그 의미를 되짚어보기 위해서입니다.
 
'20년의 진단과 새로운 전환' 세션에는 이종훈 엑스플로인베스트먼트 대표의 진행으로 이성화 GS리테일 상무, 신성우 현대자동차 상무, 김주희 CJ인베스트먼트 팀장이 참여했습니다.
 
9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컴업 2023'에서 오픈이노베이션 관련  '20년의 진단과 새로운 전환' 세션이 진행 중이다. (왼쪽부터)이종훈 엑스플로인베스트먼트 대표. 이성화 GS리테일 상무, 신성우 현대자동차 상무, 김주희 CJ인베스트먼트 팀장. (사진=변소인 기자)
 
오픈이노베이션의 성과에 대해 묻자 신 상무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 스타트업한테 오히려 배우고 있다"면서 "자동차 회사에서 갖지 못한 트렌드를 스타트업이 갖고 있다. 우리 스스로도 스타트업처럼 바뀌어야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배웠다. 이제는 자동차를 타는 것에 집중하기 보다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주는 것에 대해 연구한다. 이 과정에서 스타트업을 많이 활용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팀장은 오픈이노베이션 도입 당시를 회상하며 달라진 분위기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김 팀장은 "국내에서는 2018년부터 오픈이노베이션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다"며 "CJ에서도 그때부터 시작을 했는데 처음에는 내부에 이런 용어들에 대해 설명하는 것부터가 엄청난 허들이었다. 왜 스타트업과 협업해야 하는지 설득하고 설명하는 작업을 다년간 해왔다"고 했습니다.
 
이어 "대기업과 스타트업 모두 인적, 금전적인 자원의 필요성에 대해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명확하기 때문에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며 "다만 오픈이노베이션 다음 단계에 대한 고민은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상무는 "지금까지는 양적 팽창 위주로 진행됐다. 지난해부터 질적 고도화를 해야 하는 단계가 됐다"며 "한국 대기업들도 이제는 성과에 대한 답을 만들어갈 때가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변화를 이야기하면서 이 상무는 이제는 사업부들이 스타트업을 찾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오픈이노베이션은 도구이지 목적이 아니다. 툴을 써야하는 사람은 회사의 사업부다. 현업들이 툴을 활용해서 문제를 풀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제는 사업부가 '나 이런 문제가 있는데 해결할 수 있는 스타트업 없느냐'고 먼저 떠올리고 찾아오는 단계가 됐다"고 역설했습니다.
 
여전히 고충은 존재합니다. 당장의 수익과 미래지향적 투자 사이에서 늘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요. 경기가 어려울수록, 대기업의 자본을 이용할수록 이런 고민에서 더더욱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이 상무는 "독립적인 펀드를 운용하는 곳은 이런 고민이 덜하겠지만 회사의 자본을 이용하는 경우 이런 문제가 더 크다. 매년 연말에 올해 성과가 무엇이고 내년에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늘 질문이 나온다"며 "언제나 재무적 성과와 전략이 함께 가기는 어렵다. 회사의 전략 방향에 따라 민첩하게 바꿔주면서 가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대기업 관계자들은 스타트업 대표들을 향해 대기업과 만나기 전 대기업에 대한 전략적인 분석과 스타트업이 대기업에 기여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한 분석을 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이 상무는 "대기업과 같이 일하고자 한다면 대기업에 어떤 약점이 있는지 사전에 공부하고 가치교환할 것을 만들어야 한다"며 "주고받을 것을 가져오면 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고 주문했습니다. 김 팀장 역시 "스타트업을 만나보면 대부분 본인이 잘하는 것만 너무 강조한다"며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것이 어떻게 접목이 되고 어떤 성과를 낼 수 있다 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제안해 준다면 시간을 줄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중기IT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