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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에이벤처스]'1등 초기기업 발굴, 매의 눈' 조창래 대표증권사 PB센터 발령 후 진로 피봇, LP 인맥 확보…성일하이텍·원텍 숨겨진 트랙레코드

구혜린 기자공개 2023-11-07 08:13:00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3일 07: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서 살아남으려면 둘 중 하나를 잘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 테크기업의 기술력을 깊숙히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는 지식이 있거나, 각종 이력으로 화려한 인맥을 자랑해야 한단 것이다. 설립 6년차 에이벤처스의 수장을 맡고 있는 조창래 대표(사진)는 후자에 해당하는 인물이다.

조 대표는 우수한 초기기업을 꿰뚫어보는 감각과 독특한 네트워크를 지니고 있다. 일반기업 및 증권사에서 인사, 기획 등 업무를 두루 경험한 이력과 PB센터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난 게 '밑천'이 됐다. 그가 하우스 운영자인 동시에 대표펀드매니저로서도 성공적인 트랙레코드를 자랑하는 배경이다.

◇성장스토리: PB센터가 만들어 준 벤처캐피탈 인연


'밑바닥부터 컸다'. 조창래 대표가 자신의 경력을 한 문장으로 압축한 말이다. 조 대표는 일반적인 VC 심사역과는 다소 다른 결의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단순히 이력서만 보면 유안타증권과 메리츠증권, DS자산운용을 거쳐 에이벤처스를 창업한 '증권통'으로 보이지만, 뜯어보면 특이한 내용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첫 번째 직장인 유안타증권에서 근무한 약 6년은 브로커리지 업무가 주를 이루지 않는다.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조 대표는 증권사 입사 후 총무와 인사, 영업기획 업무를 담당했다. 주식이 좋아 증권사 입사를 택했다기 보다 일반적인 직장 생활을 했단 느낌이 강하게 드는 대목이다.

PB센터 발령은 조 대표가 VC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당시 조 대표는 '고액자산가들에게 내가 잘 서비스 할 수 있는 게 뭘까?'를 고민했다. 퇴직연금, 채권 등 여러 상품에 관심이 많았지만, 풍부한 투자 사례를 확보하기 위해 국내가 아닌 해외를 리서치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발견한 게 엔젤투자다.

조창래 대표는 "이 시장에서 스스로를 차별화할 수 있는 게 있을까를 고민하다 '해외에서 성행하고 있는 벤처투자를 국내에 접목하자'는 생각으로, 그때부터 네트워크를 만들어 벤처 기업에 투자를 하게 됐다"며 "성향상 여러 주식을 단기 매매하는 것보다 특정 비상장 회사에 투자한 다음 2~3년 장기로 갖고 있는 게 더 맞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2014년 조 대표는 메리츠증권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안을 받는다. 벤처투자운용팀에서 약 2년6개월간 활발히 투자 활동을 벌였다. 조 대표와 친분이 깊은 이들은 이때의 조 대표를 두고 '전설'이라고 말한다. 굵직한 회수 성과를 거두며 매년 승진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이후 DS자산운용으로 적을 옮긴 조 대표는 '어벤저스' 팀을 꾸려 에이벤처스를 공동창업한다. 창업 배경엔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장기간에 걸쳐 보유하게 된 조 대표의 '인맥 자산'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조 대표는 유안타증권 PB센터에서부터 인연을 맺은 고객들과 지금도 끈끈한 네트워크를 유지 중이다.

그는 "(내) 네트워크를 보면 다양한 멤버들이 있다"며 "교수나 장사하는 분, 은퇴한 분, 기술자, 연예인 등 PB센터에서 이 사람들과 투자 여부를 떠나 개인적으로 많은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부터 심사역으로 시작한 친구들하고 비교하면 포트폴리오를 떠나서 소싱 창구가 약간 다르다"며 "농담으로 밑바닥부터 커서 그렇다고 이야기 한다"고 말했다.


◇투자철학: 분야별 1등 초기 기업 발굴 및 성장 동행

에이벤처스의 투자 철학이 곧 조창래 대표의 투자 철학이다. 에이벤처스의 '에이(A)'는 시리즈A의 A를 의미한다. '경쟁력 있는 초기 기업을 발굴해서 투자하겠다'는 각오가 서려있다. 조 대표와 에이벤처스 창업에 함께한 김태규 부사장, 손길현 상무, 정현구 이사는 모두 이같은 비전을 공유한 멤버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초기 기업의 '경쟁력'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조창래 대표는 단순 초기 기업에 집중하지 않는다. 발굴을 목표로 하는 건 '섹터, 분야별 1등 기업'이다. 이를 위해선 소위 말해 '빡센' 리서치가 필수로 수반된다. 크게 '물류' 섹터를 타겟팅 했으면 물류 중에서도 항공물류, 해상물류, 육상물류 등으로 쪼갠 뒤 여기서 1등 기업을 찾는다.

1등에 천착하는 이유는 여타 VC 대비 상대적으로 빠른 회수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에이벤처스는 성장에 방점이 찍혀 있으므로 대부분 팔로우온 투자를 단행하나, 2~3년에 걸친 회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부분의 심사역이 투자사 사외이사로 참여하고 서로가 서로의 포트 현안을 알고 있는 등 회사가 굉장히 액티브한 이유다.

특히 조 대표가 거쳐온 길은 초기 기업 투자의 맹점을 해결할 수 있는 눈을 만들어 줬다. 조창래 대표는 "벤처기업을 봤을 때 대표이사의 말과 실제가 다를 때가 많다"며 "증권사에서 총무, 기획, 인사 등 업무를 두루 경험하다보니 초기 기업 대표가 사업을 정말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인지 잘 알아채는 편"이라고 말했다.


◇트랙레코드: 성일하이텍, 원텍, 그리고 나라셀라

에이벤처스 투자 포트폴리오의 4분의 1은 조창래 대표의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부분의 딜 소싱을 조 대표가 담당하고 실무를 심사역이 담당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조 대표의 딜로 알려지지 않은 포트폴리오가 많다. 그를 활발히 활동하는 '현역 매니저'로 분류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가 직원으로 있던 마지막 직장인 DS자산운용에서도 굵직한 성과를 기록했다. 성일하이텍과 지놈앤컴퍼니, 와이엠텍, 올릭스, 디앤씨미디어 등이다. 성일하이텍은 원금의 6배, 지놈앤컴퍼니는 8배, 와이엠텍은 4배, 디앤씨미디어는 5배 수준의 엑시트 성과를 안겼다.

성일하이텍은 그의 예측이 적중한 딜이다. 포스트 1400억원 밸류에 50억원을 투자해 1조원 밸류에 매도했다. 그는 "2013년부터 전기차가 슬슬 팔리기 시작했는데 배터리는 7년 주기로 바뀌어야 하므로 재활용 시장이 커지겠구나란 생각을 했다"며 "2대주주인 삼성물산이 배터리를 회수해오면 삼성SDI가 쓰는 구조를 예상했고 잘 맞아 떨어졌다"고 말했다.

에이벤처스는 2018년 출범 후 현재까지 60여개 포트폴리오에 투자했다. 이 중 조창래 대표가 소싱한 대표 포트폴리오는 아이퀘스트, 와이엘피, 원텍, 쓰리빌리언, 유림테크, 동아특수금속, 케나즈, 유호스트, 덕산넵코어스, 나라셀라 등이다.

회수한 딜 중 원텍은 재밌는 스토리가 있다. 투자 당시만 해도 코넥스에 상장돼 있던 원텍은 자본잠식 상태로 여의도 주식 시장에서 외면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조 대표는 리프팅 장비 '올리지오' 판매량을 눈여겨 봤다. 손익분기점을 맞추게 되면 반드시 고평가를 받을 수 있단 확신이 들었다.

조 대표는 원텍에 20억원을 투자해 89억원을 거둬들였다. 그는 "코넥스 상장사라 주가가 유동적이 때문에 처음엔 가격 협의가 잘 안 됐다"라며 "그래서 회사랑 주가를 만원으로 픽스하고 투자받겠단 내용의 합의서(약정서)를 썼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합의서를 쓰는 경우는 사실 거의 없다"며 "기평 통과하고 주가 1만7000원까지 올라가면서 드롭한 회사이 모두 다 원텍에 투자하겠다고 전화를 하더라"고 말했다.

미회수 상태인 나라셀라는 그가 애정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 딜이다. 나라셀라는 에이벤처스가 유일하게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해 투자한 사례다. 조 대표는 "대표의 철학과 해외 유명 와이너리와 같은 가족경영 형태, 그리고 해외에서 이미 가치를 알아주고 있는 소싱 기업이란 점을 눈여겨봤다"며 "지금은 어렵지만 2, 3년 뒤엔 완전히 다른 회사가 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계획: '에이벤처스 AUM 5000억' 성장 진두지휘

조창래 대표의 단기 목표는 어찌보면 소박하다. 에이벤처스의 운용자산규모를 현재 2700억원에서 5000억원까지 키우는 것이다. 현재 에이벤처스는 모태펀드와 같은 기관으로부터 절반, 민간으로부터 절반 출자를 받아 펀드를 굴리고 있는 상태다. 민간 출자자(LP)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하우스이며 여기엔 조 대표의 역량이 주 역할을 하고 있다.

목표액엔 조 대표의 고민이 깃들어 있다. 지금처럼 쟁쟁한 초기 기업을 발굴, 지속적으로 투자하려면 빠른 의사결정이 중요한데 덩치가 커질수록 에이벤처스 만의 투자 '특색'을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단 고민이다. 조단위 AUM이 아닌 5000억원을 제시한 것은 이를 고려해 내놓은 결론이다.

설립 6년차에 굵직한 트랙레코드를 쌓은 에이벤처스에게 5000억원은 멀지 않은 목표로 보인다. 조창래 대표는 "현재 기준 7개 기업 상장, 2개 기업 인수합병(M&A)으로 회수를 완료했는데 여타 초기 VC보다 빠르다"라며 "우리가 잘 운용할 수 있는 섹터와 규모의 펀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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