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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229개 딥테크 투자…패권경쟁선 '패스트 팔로어' 무의미"[CEO&STORY]

'스타트업 투자·육성 선구자'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

피투자사 90% 이상 생존…IPO도 3곳

'창업가 돕는 플랫폼 필요' 생각에 설립

컨설팅 등 다양한 분야 아우르는 회사로

유명VC 제치고 주요 기관투자자 유치

대기업 손잡고 공동펀드 조성 등 성과

스타트업 투자회사 역할 갈수록 진화

앞으로도 독보적 혁신기술 투자 계속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가 서울 성수동 사옥에서 설립 10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경영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10년 전만 해도 기술 기반 액셀러레이터(AC)를 창업한다고 하면 주변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한국은 딥테크 투자의 불모지나 다름없었어요. 업계를 대표하는 벤처 투자회사조차도 보편적 투자를 하는 곳이 대부분일 정도였죠. 10년 동안 퓨처플레이가 딥테크 투자의 수익성을 직접 증명하고 업계의 새로운 표준이 되는 데 기여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낍니다.”

류중희(사진) 퓨처플레이 대표는 딥테크 투자의 선구자로 통한다. 국내에 몇 안 되는 인텔에 매각 경험이 있는, 성공한 창업자 출신인 그는 2013년 기술 기반 투자회사인 퓨처플레이를 설립했다. 그는 설립 당시를 회상하며 “당시로서는 흔하지 않은 글로벌 기업에 엑시트를 하고 인텔에서 직접 근무하는 귀중한 경험을 했다. 내 경험을 공유해 더 많은 친구나 후배가 기술 창업에 나서도록 돕는 일이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창업을 했다”고 전했다.

이후 10년 동안 딥테크 투자라는 외길을 묵묵히 걸어온 결과 퓨처플레이는 스타트업 투자 분야에서 독보적인 아이콘으로 성장했다. 퓨처플레이가 거둔 성과를 보면 “우리가 최고”라고 말하는 그의 남다른 자신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딥테크 선구자…피투자사 기업가치 6조 원=퓨처플레이는 지금까지 베어로보틱스·서울로보틱스·뷰노 등 총 229사에 투자했고 생존률은 90%를 넘는다. 피투자사의 누적 기업가치는 6조 2000억 원에 달한다. 의료 인공지능(AI) 솔루션 기업 뷰노와 체외진단 플랫폼 개발 기업 노을, 차량 공유 기업 쏘카 등 3개 회사는 기업공개(IPO)에 성공했다.

10명을 갓 넘겼던 인력 규모는 현재 50명 안팎으로 불어났다. 영업수익(매출) 규모도 어느덧 수백억 원에 이른다.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영업수익은 2020년 271억 원, 2021년 570억 원, 2022년에는 450억 원을 기록했다.

류 대표는 “설립 당시만 해도 AC를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창업가들을 돕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컸다”면서 “지금은 투자는 물론이고 컴퍼니 빌딩, 컨설팅, 대기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 등을 아우르는 회사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성과를 거둔 비결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찌감치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한 스타트업에 한발 앞서 투자하고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화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것이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우주 스타트업인 이노스페이스는 퓨처플레이의 투자 철학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퓨처플레이는 2019년 이노스페이스의 첫 투자사로 시드 투자를 집행했다. 어느 투자사도 우주항공 분야 스타트업에 주목하지 않던 시기다. 이 회사는 올해 3월 독자 개발한 엔진 검증용 시험 발사체 ‘한빛-TLV’ 발사에 성공하며 류 대표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그는 “실리콘밸리를 기반으로 일본과 한국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서빙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 기업용 대화형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올거나이즈’ 등도 성공적인 투자 사례”라며 “자율주행차 관련 핵심 부품 제조사 ‘서울로보틱스’는 BMW 스타트업 개라지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BMW와의 사업 협력 기회를 얻어 급성장을 거뒀다”고 소개했다.

대담한 시도를 앞장서서 했던 퓨처플레이만의 고유한 DNA가 이러한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류 대표는 “우주·로봇·자율주행 등 특정 산업의 초기 회사에 모두 투자하는 모델을 도입한 것은 퓨처플레이가 처음”이라며 “AC로서 처음으로 펀드를 조성하거나 대기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에 뛰어든 것도 남들이 하지 않는 플레이를 우리가 먼저 해내겠다는 퓨처플레이만의 문화가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AC·VC 역할 나누는 것은 무의미=2006년 창업했던 올라웍스의 대표를 지냈던 시기와 투자사 대표로 활동하는 삶은 어떻게 다를까. 그는 “어차피 죽을 만큼 일하는 것은 스타트업 대표 시절이나 지금이나 똑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퓨처플레이 입장에서는 스타트업이 프로덕트이자 고객”이라며 각자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다소 차이가 있다고 했다. 그는 “과거 창업자 시기에는 특정 산업에 집중하는 역량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전반적인 트렌드를 읽는 역량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투자사 간의 경쟁 역시 외부에서 보이는 것보다 훨씬 치열해 이러한 역량은 더욱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이나 창업가 그룹은 모두의 눈에 띄기 마련이다. 이들은 투자자를 줄 세우고 원하는 취향에 맞는 회사를 선택하는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이런 맥락에서 앞으로 벤처캐피털(VC)과 AC의 경계는 점차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초기 투자 단계부터 창업가들에게 IPO나 엑시트까지 함께하겠다는 믿음을 줄 수 있는 투자사를 창업가가 선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초기에 투자한 스타트업이 너무 빠르게 성장하다 보니 그 속도에 맞춰 투자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기를 원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초기 창업자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투자자가 끝까지 책임을 지는 것은 사실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그러 면에서 VC가 AC를 설립하거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이 초기 투자에 나서는 것은 모두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창업자의 끈적끈적한 욕망은 우리보다 더 잘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며 VC와의 경쟁 및 중대형 규모의 펀드 운용에도 자신감을 보였다.

실제 퓨처플레이는 이미 내로라하는 VC들을 따돌리고 대기업과 공동 펀드를 만들고 주요 기관투자자(LP)들을 유치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달 삼성증권과 손잡고 157억 원 규모의 개인 투자 조합 ‘유니콘 펀드 2호’를 조성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펀드에는 삼성증권이 보유한 4000여 명의 초고액 자산가 고객 중 초기 단계 기업 투자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참여해 주목을 받았다.

7월에는 모태펀드 2차 정시 혁신 모험 계정 ‘초격차 분야’에서 일반 운용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초격차 분야는 23개 조합이 접수해 단 4개가 뽑혔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최종 선정된 삼호그린인베스트먼트·아주IB투자·코오롱인베스트먼트 모두 VC인 반면 액셀러레이터는 퓨처플레이 혼자여서 화제가 됐다.

◇10년 내 인류의 삶을 바꾸는 혁신 기술 발굴=그는 스타트업 투자회사의 역할은 갈수록 진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제는 보편적인 문화로 자리 잡은 대기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을 업계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것도 퓨처플레이다. 이 회사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우수 스타트업을 공동으로 발굴하고 지원하는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테크업플러스(TechUp+)’를 2019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과 테크업플러스 과정을 통해 블록체인 기반의 산업 수요를 파악하고 블록체인 전문 솔루션 기업 ‘블록오디세이’를 발굴했다. HL만도와 실내외 자율주행 로봇 서비스 플랫폼 기업 ‘뉴빌리티’를 발굴한 뒤 스케일업을 도왔다.

류 대표는 앞으로도 ‘어려운 투자’를 하겠다는 방침을 확고히 했다. 류 대표가 말하는 어려운 투자란 10년 뒤 인류의 삶을 바꿀 수 있는 혁신 기술을 뜻한다.

그는 “미중 기술 패권 갈등은 한국 사회의 성장 모델이었던 ‘패스트 팔로어 전략’이 얼마나 허상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면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독보적 혁신 기술을 보유하지 않으면 종속국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가 서울 성수동 사옥에서 설립 10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경영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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