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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 해자 스타트업의 요람, 판교 창업존

양재필 기자
입력 : 
2023-10-30 10: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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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원경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CEO(센터장)
창업 인프라·네트워크·맞춤형 솔루션으로 각광
해외서도 벤치마킹...초격차 기업 육성에 집중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적 해자를 가진 스타트업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빠른 성장과 글로벌 시장 진출이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그러나 창업기업들이 자가발전을 통해 홀로 이러한 다양한 역량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 기업의 창업과 성장의 전반에서 걸쳐 기업을 보육하고 육성하는 통합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의 기능과 역할이 강조되는 이유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경기창경)는 이러한 요구와 맞물려 2015년 설립되었다. 경기창경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설립한 국내 최대 규모 창업보육공간 판교 창업존을 운영 중이다. 판교 창업존에서는 매년 혁신적인 기술창업으로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가는 기업들이 탄생하고 있다.

경기창경은 창업기업에 최적의 인프라와 솔루션을 제공해 큰 성과를 내면서, 판교 테크노벨리 창업 생태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초격차 유니콘 기업을 발굴 육성하는 데 여념이 없는 김원경 경기창경 센터장을 만나 판교 창업존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김원경 센터장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김원경 센터장

Q1. 경기창경에서 운영하는 판교 창업존(이하 창업존)은 판교 테크노벨리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창업존의 역할을 설명하려면 먼저 제 2판교의 형성 배경을 알아야 한다. 제 1판교의 성공적 조성 이후, 공간 중심에서 창업지원과 네트워킹 중심의 제 2판교 테크노밸리가 계획됐다. 제 2판교 테크노밸리는 창업기업 및 창업지원기관이 모인 1구역, KT·만도·지란지교소프트 등 대·중견기업이 입주한 2구역으로 구분되어 있다. 2구역의 대·중견기업은 각 연면적의 30%를 창업기업 임대공간으로 제공하도록 되어 있어 1구역에서 성장한 창업기업이 2구역 대·중견기업 건물에 입주하여 보다 밀착된 협업을 기대할 수 있다.

지리적으로 창업존은 제 2판교 테크노밸리의 입구에 위치한다. 제 1판교의 대·중견기업 자원을 연계해 창업기업을 육성한 뒤, 제 2판교 2구역으로 연계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다. 판교 창업존은 100여개의 스타트업이 입주한 국내 최대 규모의 기술창업 클러스터로 잠재적 유니콘을 발굴해 제 2판교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단순히 공간만 제공하는 것이 아닌 전방위 액셀러레이팅(Accelerating: 초기 단계의 기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으로 입주사를 성장시킨다. 창업존에서는 백여명의 분야별 전문가가 창업기업에 상시 멘토링을 제공하고, 매주 목요일 투자사가 모여 투자할 스타트업을 찾는 IR데이가 열린다. 투자사 중에는 KT인베스트먼트·한국타이어·LG전자 등 대·중견기업도 참여해 기술협력을 위한 오픈이노베이션 논의도 병행된다. 대한민국 창업 활성화의 한 획을 담당하고 있다고 본다.

Q2. 창업존에는 주로 어떤 기업들이 입주하고 있고, 기업들을 통해 어떠한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가

23년 9월 기준 창업존에는 AI 분야 기업이 31.3%로 가장 많으며, 빅데이터·AI 기업이 27.5%를 차지한다. 최근에는 초격차 기업을 집중 육성하면서 양자 기술이나 시스템 반도체 쪽 기업 비중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22년 창업존 입주사 137개사의 총 매출액은 1056억원으로, 매출액을 기업당 평균으로 계산하면 20년 6억7800만원에서 21년 7억3200만원, 22년 7억7100만원으로 3년 동안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총 50건의 투자유치가 발생했으며 투자유치액은 396억원이다. 투자유치의 경우 올해 6월 이미 313억원을 유치하며 전년 동기 대비 223%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규고용도 매년 500여명 이상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위축된 벤처투자시장을 고려했을 때 긍정적인 결과라고 생각된다.

가시적인 엑시트(Exit: 투자 후 출구전략)도 나오고 있다. 수퍼톤(Supertone) 등 5개사가 창업존 입주 후 M&A를 통해 엑시트하였으며, 플랫포스(FLATFOS) 등 6개 기업은 중기부 아기 유니콘에 선정되었다.

Q3. 창업존을 통해 사업을 시작해 크게 성공한 기업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음성합성 인공지능 기업 수퍼톤은 성공적인 엑시트 사례 중 하나다. 고 김광석의 목소리를 똑같이 재현하고 가수 옥주현의 목소리를 재현해 실제 옥주현과 가창 대결을 하는 방송으로 화제가 되었던 기업이다.

BTS 소속사 하이브(HIVE)는 음성 기술을 음악 콘텐츠 영역에 접목하려는 목적으로 지난 21년도 수퍼톤에 40억원을 투자했고, 22년에는 450억원을 투자해 인수했다. 창업존 입주 후 2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기술의 잠재성을 인정받고 인수된 사례였다. 해당 기업이 있었던 856호는 명당자리로 입주경쟁이 치열할 정도다.

에바(EVAR)는 창업존 입주사 중 최대 투자유치에 성공한 사례다. 전기차 충전 솔루션 스타트업으로 창업존이 있는 기업지원허브 지하주차장에 에바의 충전인프라를 설치하기도 했다. 올해 시리즈B를 통해 해외투자를 포함 220억원의 투자유치에 성공했는데, 국내전기차 충전기 제조사 중 해외투자를 유치한 기업은 에바가 유일하다.

Q4. 창업존의 네트워크와 엑셀러레이팅 과정이 다른 곳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창업존에 입주한 순간부터 초기 – 스케일업(Scale-up) – 글로벌진출 - 엑시트로 이어지는 전주기 보육을 받을 수 있다. 입주 기간이 종료되어 졸업한 경우라도 기업의 성장성이 충분하다면 다음 단계에 맞는 경기창경 자체 지원사업을 연계해 끊임없는 성장 사다리를 제공한다.

경기창경의 시드(Seed) 투자와 투자사 연계 등의 투자 지원, 대·중견기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 지원, 경기창경이 주관하는 중기부(팁스·딥테크 팁스), 과기부(연구성과 활용 원스톱 창업지원 사업), 경기도 창업지원사업 등 여러 부처의 R&D 지원사업이 연계된다.

특히 경기창경은 전담기업인 KT를 비롯해 LG디스플레이·LG전자·이노션·이녹스·삼양·아모레퍼시픽·한솔 PNS·DB Inc·웰킵스하이텍 등 10개 대·중견기업과 오픈이노베이션 사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단순한 밋업(Meet-up)에서 끝나지 않고 PoC(Proof of Concept), 신사업, 공동사업화 추진, 전략투자까지가 목표다.

실제 지난해 총 278회의 밋업데이, 59건의 PoC를 진행했으며, KT 전용 오픈이노베이션 사업을 통해서는 18개사가 지원 받아 KT로부터 전략투자를 유치하거나 공동개발하기도 했다.

창업존 입주사는 누구보다 먼저 경기창경 오픈이노베이션 사업을 접할 수 있으며, 실제로 많은 창업존 입주사가 해당 오픈이노베이션 사업에 선정되어 과제를 수행 중이다.

판교 창업존 문화행사 버스킹 공연
판교 창업존 문화행사 버스킹 공연

Q5. 창업기업들의 글로벌 진출 및 투자유치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스타트업815 IR’은 창업존의 고유 투자유치 브랜드다. 8개의 스타트업이 월 1회 5명의 투자자 앞에서 IR을 진행한다는 콘셉트로 경기지방중소벤처기업청과 함께 지난 2021년 시작했다. 이제는 매주 목요일마다 진행하는 정기 IR 행사가 되었고 그 규모도 커졌다.

23년 10월 기준 올해 약 140개 스타트업과 200명의 VC(벤처캐피탈)가 참여했다. 좋은 스타트업을 선별해 꾸준히 소개해 온 결과 현재는 별도의 홍보활동 없이도 투자사 측에서 먼저 참여를 희망할 정도로 인지도도 높아졌다. 경기도 내 창업지원기관과도 협력하여 보다 많은 스타트업에 IR 기회를 주려고 하고 있다.

경기창경은 설립 초 글로벌 진출 전담기관으로 지정되었을 만큼 창업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다양한 채널과 노하우를 인정받고 있다. 대표적인 글로벌 진출 사업인 ‘글로벌스타벤처 혁신챌린지’를 통해 미국 스타트업 챌린지 수상을 직접적으로 지원한다. 지난해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보육기업 17개사가 2023 CES 혁신상을 받았고, 그중 5개사가 해당 사업을 지원받은 창업존 입주사였다.

미국 최고 권위의 발명상인 에디슨어워드 수상도 지원하는데, 23년 창업존 입주사 4개사가 금 2개와 은 1개, 동 1개를 수상했다. 역대 최대 수상 기록이다. 특히 시각장애 환자의 시력교정을 돕는 AR안경을 만드는 셀리코(Cellico)는 나스닥 상장사인 퍼펙트코퍼레이션과 경쟁해 금상을 수상했으며, 자가발전형 실시간 수질측정 솔루션을 제공하는 에스엠티는 세계적인 글로벌 멀티캠 회사 고프로(GoPro)와 경쟁해 금상을 수상했다. 이처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는 창업존 입주사의 단순 해외 전시 참여보다 기술력을 입증해 VC의 주목도를 높일 수 있는 챌린지 수상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이외에도 입주사의 해외투자유치를 위해 정기적으로 글로벌 VC가 참여하는 ‘스타트업 815 글로벌 트랙’을 운영하며, 경기창경센터 자체 글로벌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존 입주사와 함께 실리콘밸리 VC들을 직접 만나는 현지 로드쇼를 진행하고 있다.

Q6. 창업존에서 가장 자랑할만한 인프라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입주사가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기본적인 인프라를 모두 갖추고 있다. 입주사는 전 세계 모바일 환경을 테스트할 수 있는 글로벌테스트베드(Global Test Bed), 시제품 제작이 가능한 3D 제작보육실, 수출 또는 해외 계약에 필요한 통번역지원센터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또한, 2인부터 최대 20인실에 이르는 다양한 개방형·독립형 사무실을 운영하는 점도 장점이다. 100여개 공간에 입주한 창업기업들은 다양한 네트워킹 행사를 통해 자체적인 오픈이노베이션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된다. 기업 행사나 자체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대회의실, 소회의실, 교육장, 세미나실 등의 회의공간과 기본적인 수면실, 샤워실을 운영 중이다.

무엇보다 창업존이 위치한 기업지원허브에는 창업존 뿐 아니라 과기부 산하, 국토부 산하 창업지원기관이 함께 입주해 창업기업의 성장을 함께 돕고 있다. 기업지원허브의 총 면적만 따지면 7만8802㎡로 약 2만3837평이다. 비슷한 사례로 거론되는 프랑스 파리 스테이션F(Station F) 연면적의 3만4천㎡(1만285평)의 약 두 배 가까이 되는 셈이다. 창업존 입주사가 기업지원허브 내 타 기관의 교육, 세미나, 입주공간, 지원사업 등을 함께 지원받을 수 있도록 경계를 허물고 연계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판교 창업존 인프라
판교 창업존 인프로 시설로는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판교 창업존 입주공간과 미팅룸, 3D 제작보육실, 협업라운지 등이 있다 (사진 제공 = 경기창경)

Q7. 해외에서도 판교 창업존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해외에서 보는 창업존의 경쟁력은 무엇이라 보는가

2023년에만 총 10개국에서 판교 창업존을 방문했다. 정부나 도에서 주요 해외 방문객이 있으면 대한민국 창업생태계 견학을 위해 판교 창업존을 필수코스로 방문하는 편이다.

주요 사례를 들자면 지난 5월에는 일본 경단련 21세기 정책연구소에서 대거 방문해 한국의 선진적인 창업지원시스템을 벤치마킹해 갔다. 올해 3월 대통령의 일본 방문 후 경제협력을 위한 후속 이벤트 중 하나였다. 이외에도 중국 라오닝셩 부성장,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 등 창업존을 방문한 해외 인사들은 자국의 경제성장을 목표로 하는 이들로 한국의 선진적인 창업지원 시스템을 배우고 궁금해 하고 있다.

판교 창업존은 그런 점에서 벤치마킹을 위한 가장 모범적인 사례다. 방문객들은 원활한 민관협력을 통해 판교 창업존에 스타트업과 투자사, 대기업이 모여 성공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점에 주목한다. 정부에서 판교 창업존이라는 인프라를 설계하고,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같은 액셀러레이터가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사, 대기업을 접붙이는 브릿지 역할 수행 체계가 잘 잡혀 있다고 보는 것이다.

프랑스의 스테이션F, 런던의 테크시티(Tech-city) 등 유사한 해외 사례도 존재하나 한 건물 안에 중기부, 과기부, 국토부 등 다양한 정부지원기관이 한자리에 모여 기업 생태계를 돕는 경우는 많지 않다. 특히 경기창경 같은 기업보육시설이 창업생태계 중심에서 창업기업에 필요한 정부지원, 투자, 오픈이노베이션 등 다양한 지원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제공한다는 것은 상당한 차별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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