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은행 계열 VC 톺아보기]진옥동 체제 신한벤처, KB인베와 어깨 나란히 할까②올해 AUM 2조 목표는 불발, 내년 기약…이동현 대표, 톱티어 VC 도약 '미션'

김진현 기자공개 2023-10-23 08:26:09

[편집자주]

2017년까지만 해도 은행 계열 벤처캐피탈(VC)은 KB인베스트먼트 한 곳에 불과했다. 2018년부터 금융지주사가 수익 다각화 차원에서 VC를 신규로 설립하거나 M&A에 나섰다. 올해 우리금융지주가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인수하면서 주요 금융지주사는 모두 VC를 계열사로 거느리게 됐다. 금융지주 산하 VC는 은행이라는 강력한 계열사의 지원을 등에 업고 빠른 속도로 AUM을 키워나가며 업계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더벨은 약진하고 있는 은행 계열 VC의 성장 전략과 차별화 포인트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8일 13: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금융그룹은 2020년에서야 네오플럭스(신한벤처투자)를 인수하며 계열사 포트폴리오 가운데 벤처캐피탈(VC)을 보유하게 됐다. 대표적인 라이벌인 KB금융그룹이 1990년대 초반부터 VC를 보유한 것과 대조적이다. 단기간에 KB금융그룹을 따라잡기 위해 인수를 택한 신한금융그룹은 신한벤처투자 외형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은행, 보험, 증권 등 다양한 영역에서 KB금융그룹과 1, 2위를 다투는 신한금융그룹이지만 VC 업계에서만큼은 명백한 갭이 존재한다. KB금융그룹 산하 KB인베스트먼트와의 비교는 피하기 어렵다. KB인베스트먼트의 운용자산(AUM) 규모는 2조원(VC, PE 포함)을 넘는 반면 신한벤처투자는 1조5000억원 수준이다.

KB금융은 양종희 부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정하고 새 시대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신한금융 역시 올해 진옥동 체제에 접어들었다. 진 회장의 주요 과제중 하나는 그룹의 수장으로서 계열사의 고른 성장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17번째 자회사로 편입된 막내 신한벤처투자에 대해선 적극적인 투자와 독립적 의사결정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진 회장은 이동현 신한벤처투자 대표에게 VC의 '야생성(animal spirit)을 강조하며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AUM 2조 돌파 목표 KB인베 추격 속도

연초 신한벤처투자의 연말 AUM 예상치는 2조원이었다. 신한금융그룹은 올해 6000억원 규모의 신한캐피탈 펀드를 신한벤처투자에 이관해 AUM 2조원을 달성할 계획이었다.

신한금융그룹 회장 진옥동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지난해말 기준 신한벤처투자의 AUM은 1조3900억원이었다. 신한캐피탈 펀드 이관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면 AUM은 1조9900억원까지 늘어나는 것이었다. 여기에 추가로 펀드를 결성한다면 가뿐히 2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신한벤처투자가 AUM 2조원을 바라보는 건 KB인베스트먼트를 염두해 둔 행보로 추정된다. 국내 VC 중 AUM 2조원을 돌파한 곳은 IMM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 KB인베스트먼트, 소프트뱅크벤처스, 아주IB투자, 프리미어파트너스 6곳이다.

이 중 금융지주 계열 VC는 한국투자파트너스와 KB인베스트먼트 2곳이며, 은행 계열 중에선 KB인베스트먼트가 유일하다. 올해 상반기 KB인베스트먼트 AUM은 2조3703억원이다. 2조원을 돌파한다면 격차가 3700억원 가량으로 좁혀지는 셈이다.

신한벤처투자의 목표는 KB인베스트먼트를 제치고 은행 계열 1위 VC와 5위권 내 톱티어(Top-Tier) VC로 진입하는 것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연초 계획처럼 2조원을 넘기긴 어려워 보인다. 신한캐피탈이 운용하던 SI펀드 이관 계획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신한캐피탈이 운용하던 펀드는 신기술투자조합이었기에 창업투자회사 신한벤처투자가 운용할 수 없었다. 펀드를 이관하려면 해산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신한캐피탈 펀드 이관 대신 아직 미집행된 계열사 자금을 가지고 신한벤처투자가 신규 펀드를 결성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미집행 금액 2700억원으로 만들어진 펀드가 '신한하이퍼커넥트투자조합제1호'다.

이관 계획엔 차질이 있었지만 펀드 결성 노력은 소홀히 하지 않았다. 3월 결성한 600억원 규모의 '신한M&A-ESG투자조합'을 포함해 상반기에만 AUM을 3300억원 늘렸다. 상반기 기준 AUM은 1조5453억원까지 늘어났다.

여기에 이달초 결성된 일본 펀드까지 더해져 외형은 1조6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이동현 신한벤처투자 대표는 "세컨더리펀드뿐 아니라 계속해서 크고 작은 펀드들을 결성해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신한벤처투자는 모태펀드 2차 정시 출자사업에서 일반 대형 세컨더리 위탁운용사(GP)로 선정돼 1000억원 이상 규모로 세컨더리 펀드 결성을 진행하고 있다. 연내 결성을 마치는 걸 목표로 하고 있기에 조만간 펀드 결성 작업이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그룹 차원에서도 신한벤처투자의 KB인베스트먼트 추격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2020년 1000억원 규모의 '신한-네오Market-Frontier투자조합2호'를 펀드를 시작으로, 지난해 2300억원 규모 뉴딜펀드인 '신한벤처 투모로우 투자조합1호' 결성에 계열사를 통해 출자금을 지원했다.

올해 결성한 일본 펀드 역시 그룹 차원의 지원 일환이다. 이달 초 신한벤처투자가 50억엔(약 450억원) 규모로 결성한 '신한·GB퓨처플로우펀드'는 신한금융그룹부의 수장이자 '일본통'으로 꼽히는 진 회장의 적극적 후방 지원을 통해 결성된 펀드로 알려졌다.

진 회장은 1986년 신한은행 입사 후 오사카지점장, SBJ은행 법인장 등을 맡으며 일본에서 기반을 닦아왔다. 해당 펀드는 일본의 대표적 VC 기업인 글로벌 브레인과(Global Brain)과공동 운용하는 펀드다.

◇진옥동 회장, '성장 주역' 이동현 대표 연임 결정

진 회장은 신한벤처투자 수장으로 이동현 대표를 연임하기로 결정했다. 이 대표는 2020년 10월 조용병 전 회장 당시 대표이사가 됐다. 이 대표의 임기는 2020년 9월 선임 당시 2022년 12월말까지였다. 진 회장 연임 결정으로 이 대표의 임기는 2023년말까지로 연장됐다.

지난해 연말 인사 과정에서 진 회장은 주력 자회사들의 최고경영자(CEO)를 상당수 교체했다. 은행, 카드, 증권, 보험, 신탁 수장이 바뀌었다.

캐피탈, 저축은행, 자산운용 등과 함께 신한벤처투자 CEO 연임을 결정한 건 전문성을 고려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2000년 무한투자를 시작으로 2005년 HB인베스트먼트를 거쳐 2010년부터 네오플럭스에 근무해온 인물이다. VC2본부장이던 그를 조 전 회장이 발탁했고 진 회장이 한번 더 믿음을 준 것이다.

진 회장은 이 대표 재연임을 통해 KB인베스트먼트 추격에 고삐를 당길 것을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선임 당시부터 KB인베스트먼트의 김종필 대표와의 공통점으로 인해 라이벌로 엮이곤 했다. 두 사람은 대학 동문으로 선후배 사이다. 이 대표가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90학번이고, 김 대표는 같은 과 88학번이다. 나이도 1971년생과 1970년생으로 한살 차이다. 두 사람의 오랜 친분 또한 '건강한 라이벌 관계' 구도가 자연스럽게 형성된 배경이다.


특히 조 전 회장이 이 대표를 선임할 당시엔 은행지주사들이 VC업계 출신 대표를 선임하던 시기였다. KB금융그룹의 윤종규 회장은 2018년 한국투자파트너스 부사장 출신의 김종필 대표를 KB인베스트먼트 수장으로 앉혔다. 그간 KB인베스트먼트의 대표직은 은행의 부행장급 인사들이 주로 역임하던 자리였다. 하나벤처스 또한 소프트뱅크벤처스 출신의 김동환 전 대표를 선임하며 업계 출신을 배치했다. 현재 하나벤처스는 하나은행 부행장 출신의 안선종 대표를 배치하며 변화를 준 상태다.

KB인베스트먼트가 2018년 김 대표 선임 이후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후발주자인 신한벤처투자도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이 대표를 선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 대표는 벤처캐피탈 업에 대한 높은 이해로 신한벤처투자 외형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

그는 네오플럭스 인수 당시 9000억원 가량이던 AUM을 1조5000억원 규모로 키워냈다. 운용자산 규모를 2배 가까이 늘린 공로를 인정받아 진 회장의 신임을 얻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 대표가 단순히 볼륨을 키운 것 뿐만 아니라 기업의 전 생애주기에 맞춰 투자할 수 있는 펀드 라인업과 조직 구성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신한벤처투자입장에선 라이벌 KB인베스트먼트만 바라보고 있을 순 없다. 우리금융그룹이 인수한 우리벤처파트너스(옛 다올인베스트먼트)의 AUM이 1조4528억원 가량으로 뒤꽁무니를 바짝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KB인베스트먼트를 추격하면서 동시에 우리벤처파트너스의 추격도 따돌려야 하는 상황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