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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계열 VC 톺아보기]하나벤처스, 설립 6년 만에 'AUM 1조' 고지 넘는다②11개 중 9개펀드 계열사 출자 참여, RWA 비율 부담에도 은행·증권 '큰 손'

이기정 기자공개 2023-10-20 08:09:11

[편집자주]

2017년까지만 해도 은행 계열 벤처캐피탈(VC)은 KB인베스트먼트 한 곳에 불과했다. 2018년부터 금융지주사가 수익 다각화 차원에서 VC를 신규로 설립하거나 M&A에 나섰다. 올해 우리금융지주가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인수하면서 주요 금융지주사는 모두 VC를 계열사로 거느리게 됐다. 금융지주 산하 VC는 은행이라는 강력한 계열사의 지원을 등에 업고 빠른 속도로 AUM을 키워나가며 업계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더벨은 약진하고 있는 은행 계열 VC의 성장 전략과 차별화 포인트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7일 15: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5년차에 접어든 하나벤처스는 어느덧 운용자산(AUM) 8400억원에 달하는 중견 벤처캐피탈(VC)로 성장했다. 당초 설립 3년만에 'AUM 1조' 고지를 밟을 계획이었으나 대내외 상황을 고려하다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 하나벤처스는 내년 AUM 1조 돌파를 목표로 제시하며 다시 한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하나벤처스가 AUM 8000억원 수준의 중견 하우스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자체 노력도 적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하나금융그룹 계열사들의 지원이 빛을 발했다. 현재까지 하나벤처스가 결성한 펀드는 총 19개(프로젝트펀드 8개, 블라인드 펀드 11개)다. 블라인드 펀드 가운데 그룹 계열사가 LP(출자자)로 참여한 펀드는 9개로 이중 4개의 펀드에 100% 출자했다. 나머지 5개 펀드의 경우 그룹 출자 비중이 약 30~35% 수준이다. 계열사 중에서는 하나은행과 하나증권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매년 운용자산 2배 증가, 3000억 '하나비욘드파이낸스' 효자 역할 톡톡

하나벤처스의 AUM은 2019년부터 매년 2배씩 증가했다. 2018년 말 회사 창립 후 2019년 첫 블라인드 펀드를 결성해 AUM 1000억원을 돌파했다. 이듬해 프로젝트 펀드와 인수합병(M&A) 펀드를 조성해 AUM 2000억원을 넘어섰다. 이어 2021년 다수의 펀드를 결성하면서 성장세를 이어갔고 2022년에는 1000억원 이상 굵직한 펀드 결성에 성공하며 8000억원 고지를 밟았다.

구체적으로 하나벤처스는 2019년 6월 블라인드 펀드인 '하나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펀드' 결성했다. 펀드 규모는 1000억원으로 국내 벤처캐피탈이 설립 후 첫 블라인드 펀드를 이같은 규모로 결성한 첫 사례다. 한국성장금융이 앵커LP로 참여했고 하나은행과 하나증권, 하나캐피탈 등이 550억원을 지원했다.

해당 펀드는 회사 설립 당시부터 계획하던 펀드였다. 펀드 결성을 토대로 하나벤처스는 2019년 하반기부터 보다 공격적인 투자 활동에 나설 수 있었다. 하나벤처스가 VC업계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물꼬를 하나금융 계열사들이 터준 셈이다.


하나벤처스는 이어 2020년 650억원 규모로 M&A 펀드 '하나혁신벤처스케일업펀드'를 결성했다. 이 펀드는 하나벤처스가 모태펀드 출자사업에 선정된 첫 사례다. 하나벤처스는 모태펀드 1차 정시출자 M&A 부문에서 위탁운용사(GP) 자격을 따냈다.

2021년에는 무려 6개의 펀드레이징에 성공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하나비대면디지털이노베이션펀드(540억원) △디지털혁신성장펀드(130억원) △하나-히스토리1호 신기술투자조합(151억원) △하나테크밸류업펀드(510억원) △하나원큐스타트업펀드 (110억원) △경기하나버팀목재기지원펀드2호(450억원) 등을 조성했다.

또 2022년 하나케이뉴딜유니콘펀드(1200억원)와 하나비욘드파이낸스펀드(3000억원) 등 규모 1000억원 이상의 펀드를 잇따라 결성하며 AUM 급성장을 이뤘다.

VC업계 관계자는 "하나벤처스의 성장은 하나금융의 도움 없이는 설명이 불가능한 결과로 보인다"며 "그룹에서 100% 출자한 펀드를 제외하고 정책펀드에도 30% 이상의 출자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LP 확보서도 든든한 모회사 '수혜', 내년 민간 모펀드 조성해 펀드레이징 속도

LP 확보 측면에서도 하나금융을 모회사로 두고 있다는 점이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비슷한 업력과 규모의 VC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신용도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하나벤처스 뿐 아니라 대기업을 모회사로 둔 VC 대부분에게 적용되는 혜택이다.

VC업계 관계자는 "든든한 모회사를 둔 VC는 다른 곳들과 비교해 LP와 접점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유리하다"며 "공제회나 지방자치단체 등 LP 입장에서도 모회사 지원을 받을 수 있는 VC에 높은 점수를 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 은행지주의 VC 출자가 무한정 가능한 것은 아니다. 자금 여력은 둘째로 치더라도 RWA(위험가중치자산)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하나은행의 경우 출자를 진행할 때 출자금의 400%를 충당금으로 설정한다. RWA가 증가하게 되면 건전성 지표인 BIS(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가 낮아져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때문에 대부분 은행들이 연간 일정 금액을 정해놓고 출자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은행지주 내 특정 계열사에 출자를 많이 한다는 것이 그만큼 그룹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배경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VC 출자로 쌓는 충당금은 다른 계열사 출자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비율이 높은 편"이라며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관점에서 하나벤처스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출자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하나벤처스의 펀드레이징은 다소 잠잠한 편이다. 업계 한파와 김동환 전 대표에서 안선종 대표로 수장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내실을 정비하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실제 상반기 하나벤처스가 결성한 펀드는 150억원 규모의 '하나-제피러스 프론트원 스타트업펀드' 1개에 불과하다.

또 드라이파우더가 상당 부분 남아있어 펀드레이징보다는 상대적으로 투자가 더 급한 상황이었다. 상반기 하나벤처처의 투자여력은 3400억원이다. 하나벤처스가 연간 700억~1000억원의 투자를 집행하는 점을 고려하면 펀딩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은 아니었던 셈이다.

다만 내년부터는 추가 펀드 결성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조성 예정인 펀드는 하나은행을 주축 LP로 하는 '민간 모펀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규모는 1000억원 수준이다. 또 정책펀드 역시 많게는 3개까지 추가로 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계획대로 펀드 결성에 성공하면 하나벤처스의 AUM은 1조원을 돌파한다.

하나벤처스 관계자는 "창립 당시 3년 내 AUM 1조원 달성을 목표로 했지만 VC 한파 등 영향에 일정이 늦춰졌다"며 "내년 AUM 1조원을 시작으로 대형 VC로 도약하기 위해 다방면에서 몸집을 불리는 시도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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