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스틱, 재원산업 신주만 3000억 취득…오버 밸류 감내했나 발행사 우위 조건 수용해 우협 선정, '최대 2조 밸류' 놓고 이견도

김예린 기자공개 2023-10-16 08:13:08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3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스틱인베스트먼트(이하 스틱)가 재원산업 신주에 3000억원을 투자하는 가운데, 얼마만큼의 기업가치를 인정해줬느냐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다. 최근까지 재원산업 측이 제시한 밸류가 2조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결국 오버 밸류를 수용하면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따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스틱은 재원산업이 진행 중인 3000억원 규모 신주 투자 유치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본래 재원산업이 목표하던 펀딩 규모는 5000억원이다. 신주와 구주를 각각 3000억원, 2000억원 씩 섞어서 투자받기를 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지난 7월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심장섭 회장이 갑작스럽게 별세한 이후 가족들이 매각 의지를 접으면서 신주 투자만 받기로 방향을 선회한 모양새다. 경영권 인수를 위해 스틱과 끝까지 맞붙었던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딜에서 발을 뺀 이유다.

1987년 설립된 재원산업은 석유화학제품을 합성·정제해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공정용 세정제를 제조하는 회사다. 최근에는 전기차 배터리 소재인 2차전지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으며, 특히 양극재 바인더 용매(NMP) 리사이클 사업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NMP란 양극재의 활물질을 녹일 때 사용되는 용매다. 리튬이온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의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재원산업은 다 쓴 2차전지 양극재 NMP를 신규 용매와 합성해 재활용하는 시장에서 업계 1위 경쟁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고객사는 삼성SDI, SK하이닉스 등이다.

관건은 스틱이 밸류를 어느 수준에서 협의했느냐다. 재원산업이 투자 유치 주관사인 삼일PwC를 통해 제시한 밸류는 최소 1조5000억원에서 최대 2조원이었다. 예비입찰에 참여한 사모펀드(PEF) 운용사 가운데 스틱이 유일하게 재원산업의 눈높이에 맞는 밸류를 제시하면서 일찌감치 우협으로 선정됐다. 스틱이 2조원 밸류를 수용했다는 것이 복수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재원산업의 연결기준 매출은 2017년 1469억원에서 지난해 2855억원으로 5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338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기준으로 기업가치 1조5000억원~2조원을 인정했다고 하면, 멀티플은 40~60배에 달한다. 물론 올해 실적이 더 올랐을 가능성을 감안하면 실제 멀티플은 낮아질 전망이다. 아무리 2차전지 산업군 유망성이 크다고 해도 인정하기 쉽지 않은 밸류다.

재원산업이 2조원 밸류를 인정받으려 강조한 투자 포인트가 기대만큼 실현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재원산업의 매출에 큰 비중을 미치는 핵심 고객사는 삼성SDI다. 삼성SDI·스텔란티스의 미국 합작사 '스타플러스 에너지' 공장 인근에 부지를 사들인 뒤 폐NMP 재활용 공장을 설립할 계획도 내놨다. 재원산업은 삼성SDI에서 더 나아가 LG에너지솔루션을 핵심 고객사로 학보하고 물량을 많이 받아내면 추가 성장이 가능하다는 점을 높은 밸류에이션의 근거로 내세웠다.

그러나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마다 폐배터리 리사이클 기술을 내재화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진출을 위해 올 8월 중국 화유코발트와 배터리 리사이클 합작법인(JV)를 설립하는가 하면 북미 최대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 ‘라이사이클’ 지분 2.6%을 매입했다. 폐NMP 재활용 기술도 상당부문 내재화하면서 재원산업과의 거래량이 크게 늘어나긴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테마를 타고 2차전지 기업들의 몸값이 지나치게 오르면서 시장의 밸류에이션이 재평가되고 있는 분위기도 부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NMP 시장에서의 탄탄한 기술력을 입증했고, 추가 업사이트 포텐셜이 있다는 점도 인정할 만하다”면서도 “2조원에 달하는 밸류에이션을 납득할 충분한 근거가 되긴 힘들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