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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LP 세컨더리펀드 '맏형'의 시간

구혜린 기자공개 2023-10-12 08:34:20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1일 0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때를 잘 만난 펀드죠. 미리미리 어려운 일을 해낸 하우스들은 앞으로 잘 될 일만 남았어요."

얼마 전 만난 한 벤처캐피탈(VC) 심사역이 '출자자(LP) 지분 유동화 세컨더리펀드'(LP 세컨더리펀드)에 대해 언급한 말이다. LP 세컨더리펀드는 펀드에 출자한 LP가 펀드 내에서 보유하고 있는 만큼의 지분을 매수해 대체 LP로 들어가는 구조의 펀드다. 펀드가 투자한 포트폴리오 기업 한 곳의 구주를 매수하는 일반적인 세컨더리펀드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다.

이 펀드의 장밋빛 미래를 예견하는 이유는 현 시장 상황과 관련이 깊다. VC 밖에서는 벤처투자시장이 침체된 탓을 유동성 부족에 돌린다. 반면 VC 업계에서는 시장에 유동자금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공모시장이 불균형적으로 형성되면서 기업공개(IPO)를 통한 엑시트 가능성이 축소되고 이에 벤처투자시장에 대한 LP들의 접근성이 악화됐다.

이 가운데 중간 회수시장 역할을 하는 LP 세컨더리펀드는 단비와 같다. 이 펀드를 이용하면 LP는 IPO나 M&A를 통한 원금 분배구간이 오기 이전에 펀드에서 엑시트가 가능하다. 수요가 조금씩 올라오면서 LP 세컨더리펀드가 국내에서 첫 등장한 2015년 대비 시장 규모도 확대됐다. 모태펀드 출신의 전문인력을 영입하고 이들을 주축으로 펀드를 운용하는 하우스도 바삐 움직이고 있다.

아직 절대적인 수치는 역부족이다. LP 세컨더리펀드는 작년 기준 세계 172조원의 시장이 형성돼 있다. 대부분이 미국 중심이다. 미국 시장에서는 최근 5년간 결성된 펀드 금액의 12~13%가 LP 세컨더리 거래로 연결됐다. 금융기관과 연기금도 LP 세컨더리펀드에 과감히 지분을 팔고 나가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주요 LP가 이 펀드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국내와는 격차가 크다.

섣불리 발을 담그기엔 투자 구조가 어려운 탓이다. 대부분의 심사역들은 개별 종목 중심의 밸류 평가에 익숙하다. 반면 LP 세컨더리펀드는 펀드의 지분을 떠오는 구조다보니 펀드가 투자한 비상장·상장 임박·상장 기업 등 100여개 포트폴리오의 밸류를 각각 평가해 펀드의 예상 수익률을 구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투자를 결정하는 주체 입장에선 관점을 바꿔야 하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LP 세컨더리펀드를 지금까지 국내에서 결성한 '맏형'들에 주목하고 있다. LP 세컨더리펀드 투자가 어려운 또다른 이유는 중도 탈출을 원하는 LP를 발견하더라도 투자원금 이하의 가격에 협상을 이루기 어렵다는 점에 있다. 이런 구조적 어려움을 딛고 성공적인 투자 사례를 만들 수 있다면 펀드에 대한 심적 진입장벽도 낮아질 게 분명하다. 이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질 시간, 이후의 모습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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