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10일 16:41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우리벤처파트너스 출범 후 첫 1000억대 펀드…우리은행이 500억 출자
우리벤처파트너스(옛 다올인베스트먼트)가 우리금융지주 계열로 편입된 뒤 첫 펀드를 결성한다. 우리은행을 비롯한 계열사 펀드 자금을 토대로 동남아를 중심으로 글로벌 스타트업에 적극 투자하는 펀드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우리벤처파트너스가 결성중인 글로벌전략투자(SI)펀드에 500억원 가량 출자할 계획이다. 펀드 규모는 900억~10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벤처투자 펀딩 시장이 만만찮은 상황이어서 우리은행 등 계열사가 각출해 펀드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벤처파트너스는 이번 펀드를 활용해 글로벌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올 초부터 동남아시아로 시야를 넓혀 투자를 진행해오고 있다. 올해 동남아시아 4개 기업에 대한 투자를 집행했다. 인도네시아판 직방인 트라벨리오를 비롯해 인공지능(AI) 기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사이버 보안 솔루션 제공업체 등이다.

전략적투자자(SI)는 재무적투자자(FI)와 달리 자신의 사업적 전략과 관련된 분야에 투자를 집행한다. 투자금 회수보다는 사업 시너지를 높이는 데 집중한다. 최근 금융·비금융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금융지주들이 SI 펀드를 조성해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인도네시아 디지털은행인 슈퍼뱅크(PT Super Bank Indonesia)에 전략적 지분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VC업계에서는 우리금융지주처럼 금융지주의 벤처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이다. 은행권의 벤처 펀드 출자 한도가 2배 상향되는 등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규제가 완화되고 있어서다. 지난 8월 정부는 은행의 벤처펀드 출자 한도를 기존 0.5%에서 1%로 2배 확대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5대 시중은행의 자기자본(약 150조원)을 기준으로 최대 7500억원이 벤처 투자 시장에 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중소 VC 입장에서는 주요 유동성공급자(LP)였던 은행이 계열사 펀드 조성에 집중하면서 투자금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 은행 자금이 계열VC로 흘러들어가면서다. 지난 3월 우리금융지주가 우리벤처파트너스 인수를 하면서 국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는 모두 벤처캐피탈 자회사를 보유하게 됐다. 기업은행(IBK)은 하반기 벤처캐피탈(VC)을 설립하고 펀드를 출자할 계획이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