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동남아시아 최대 플랫폼 기업인 그랩과 손잡고 인도네시아 금융시장에 진출한다. 그랩이 투자한 인도네시아 현지 디지털은행 ‘슈퍼뱅크’의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국내 인터넷은행 중 해외 금융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카카오뱅크가 처음이다. 카카오뱅크는 그랩과의 협업을 토대로 인도네시아에 이어 동남아 전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카카오뱅크, 印尼 금융시장 진출…동남아 플랫폼 강자 '그랩' 손잡아
10일 슈퍼뱅크와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슈퍼뱅크가 한 유상증자에 참여해 슈퍼뱅크 지분 10%를 인수했다. 1993년 출범한 슈퍼뱅크는 지난해 그랩과 싱가포르텔레콤(싱텔) 컨소시엄이 지분 46.9%를 확보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선 이후 디지털은행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올해 디지털뱅킹 앱을 개발해 디지털은행으로서 영업을 시작하는 것이 슈퍼뱅크의 목표다. 슈퍼뱅크 2대주주는 인도네시아 최대 미디어 기업인 엠텍그룹(36.8%)이다.

카카오뱅크는 슈퍼뱅크의 사용자환경(UI)·사용자경험(UX) 및 상품·서비스 기획에 참여한다. 한국 1위 인터넷은행으로 국내에서 쌓은 비대면 영업 노하우를 동남아에 이식해 ‘K모바일 금융기술’을 세계화하겠다는 게 카카오뱅크의 목표다.

카카오뱅크의 이번 지분투자는 동남아 전역에서 강력한 플랫폼 경쟁력을 갖춘 그랩과의 파트너십을 구축한다는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그랩은 싱가포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8개국에서 승차공유, 음식배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남아 최대 플랫폼 기업이다. 한 달에 1회 이상 그랩으로 결제한 앱 사용자가 작년 말 기준 3270만 명에 달한다. 카카오뱅크는 한국에서 축적한 비대면 금융기술과 그랩의 플랫폼 경쟁력을 결합하면 동남아 금융시장에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동남아 진출 첫 번째 국가로 인도네시아를 택한 이유는 비대면 금융업의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인구가 2억7000만 명으로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다. 하지만 국토가 1만8000여 개 섬으로 이뤄져 15세 이상 인구의 절반은 은행 계좌가 없다. 은행 계좌가 없어도 휴대폰 보급률은 100%에 달해 모바일뱅킹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금융권은 보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그랩과 함께 동남아 전역으로 디지털뱅킹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이번 투자를 시작으로 전략적인 서비스 제휴와 기술 협력을 통해 글로벌 디지털뱅크 네트워크를 구축할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티고르 시아한 슈퍼뱅크 대표는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인도네시아 금융소외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