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대표 "소비자 중심 4세대 캔뚜껑 표준 만들 것"

"현재 소비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캔따개는 지난 50년간 변함이 없었습니다. 이그니스는 캔 시장을 혁신해 소비자들이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4세대 캔뚜껑의 표준을 만들 것입니다"


이그니스를 창업한 박찬호 대표(사진)의 포부다. 이그니스는 2014년 설립된 기업으로 단백질 음료 '랩노쉬'를 비롯해 닭가슴살 '한끼통살', 저칼로리 곤약 음식 브랜드 '그로서리서울'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식품음료(F&B) 기업이다.


랩노쉬의 첫 시작은 '마셔서 한끼를 해결할 수 있는 음료'였다. 대학을 졸업한 후 대우인터내셔널 신사업 개발 업무를 담당하게 된 박 대표는 이런저런 사업 아이템을 찾아보던 중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마시는 식사가 큰 인기를 끈다는 것을 알게됐다. 식사에 큰 중점을 두는 한국이지만 바쁜 현대사회 속 수요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창업을 결정했다. 대학 시절부터 함께 창업을 생각해 온 윤세영 이사와 함께였다.


2014년 법인 설립 후 첫 제품이 나오기까지 1년이 소요됐다. 경제학을 전공해 관련 지식이 전무한 채 열정 하나로만 덤빈 식품 시장이었다. 그렇게 골고루 영향을 갖춰 식사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 '랩노쉬'가 세상에 나왔다. 랩노쉬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펀딩을 시작했고 목표 금액 1000만원을 훌쩍 넘는 1억3000만원을 모으며 펀딩을 완료했다.


박 대표는 "와디즈 펀딩은 돈을 확보하는 것보다는 마케팅이 목적이었는데 당시 기준 가장 많은 금액을 모으며 시장의 큰 관심을 받았다"고 말했다.


와디즈 내 랩노쉬의 큰 인기 덕에 랩노쉬는 비교적 손쉽게 편의점이라는 유통채널을 확보할 수 있었다. 고객을 사로잡을 수 있는 새로운 제품을 찾고 있던 GS25에서 먼저 연락이 왔고 현재 CU에도 입점해있다.


랩노쉬가 고객의 선택을 받으면서 이그니스의 매출액도 늘었다. 2016년 16억원 수준인 매출은 2017년 42억원 2018년 87억원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투자자들도 관심을 보였다. 2018년 GS리테일과 미래에셋캐피탈,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현 CJ인베스트먼트) 등에서 7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늘어나는 매출액과 성공적 투자유치가 이어졌지만 박 대표는 2018년말부터 약 3년간 정말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고 회상했다. 박 대표는 "시리즈A 투자를 받으면서 성장세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과 함께 시장이 정체기를 맞았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당시 투자받은 금액 대부분을 마케팅에 투입했는데 생각보다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고민이 커졌다"고 말했다.


정체기를 뚫기 위해 랩노쉬 개편에 나섰다. 음료의 맛, 영향, 디자인까지 여러 번 바꾸며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했다. 식단 조절, 건강에 관심이 많은 고객에 발맞춰 맛있는 닭가슴살 '한끼통살'를 비롯해 호박즙, 곤약밥 등의 제품을 시장에 선보였다.


여러 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소비자 반응을 보고 선택 받지 못한 브랜드는 과감히 포기하는 등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전략을 펼쳤다. 박 대표는 "나가는 고정비용을 줄이고 여러 시도를 하면서 매출이 늘었고, 코로나19 상황에서 온·오프라인 유통채널 호황 덕에 2021년 말부터 상황이 좋아졌다"고 밝혔다.


이그니스는 멈추지 않고 새로운 아이템 발굴에 계속해서 나섰다. 식품음료 시장은 소비자 선택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이쪽 분야는 소비자 충성도를 확보하기가 어렵다"며 "출시할 때 이그니스만의 차별성이 단 한 개라도 없으면 애초에 출시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늘 새로운 것을 찾아나서는 박 대표가 선택한 것은 '캔워터' 였다. 우리나라도 그렇고 세계적으로 물은 플라스틱에 담겨 판매된다. 하지만 기후위기 속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해외에서는 캔에 담긴 물을 판매하고 있고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박 대표는 이런 캔워터를 국내에 도입하기 위해 여러 종류의 캔과 캔뚜껑을 살펴봤다.


이때 접하게 된 것이 개폐형 캔뚜껑 기술이다. 우리가 지금 소비하는 캔음료는 한번 따면 전부 마셔야 한다. 캔뚜껑이 일회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그니스가 만난 독일 기업 엑솔루션은 한 번 딴 후 다시 개폐할 수 있는 캔뚜껑 기술을 개발한 기업이었다.


이그니스는 자사가 개발한 음료에 엑솔루션의 기술을 접목하려 했다.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영업을 해온 엑솔루션에 메일을 보내 국내에서 해당 기술을 독점하고 싶다는 의사를 비쳤다. 함께 동아시아 시장을 개척하자는 제안이었다.


엑솔루션은 낯선 동아시아 작은 스타트업의 제안을 받아들였으나 문제가 생겼다. 본격 제품 생산을 앞둔 시점, 엑솔루션의 경영악화가 곪아 터졌다. 사업 확장을 위해 미국 공장을 증설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고 엑솔루션은 부도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그니스는 엑솔루션 기술력과 이를 접목한 제품의 성장성에 확신을 가졌고 엑솔루션 인수를 결정했다. 국내에서 단가가 높은 캔에 들어간 물은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한 이그니스는 개폐형 캔뚜껑 기술을 접목한 탄산수 등을 시장에 내놨다. 여닫는게 가능한 음료 '클룹'이 그 결과다.


이그니스는 자체 브랜드에 해당 기술을 접목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 제품에 개폐형 캔뚜껑을 돌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직관적으로 생각해도 탄산이 중요한 맥주와 탄산음료를 비롯해 향과 맛이 중요한 커피 캔 등에 다회용 캔뚜껑을 장착하면 소비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결국 개폐형 캔뚜껑을 장착한 음료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박 대표는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캔뚜껑은 탄생이 오래됐고 발전이 없었다"며 "우리는 새로운 캔뚜껑의 표준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펩시 등의 대규모 브랜드와 해외에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기술력과 안전성 등을 까다롭게 고려해 엑솔루션의 기술력을 도입했다.


이그니스의 개폐형 캔뚜껑 기술은 대규모 투자유치에도 큰 역할을 했다. 이그니스는 좋지 않은 시장 상황에도 최근 약 35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이번 투자에는 미래에셋캐피탈, 빌랑스인베스트먼트, 마그나인베스트먼트, 세마인베스트먼트, 이노폴리스파트너스, 코오롱인베스트먼트, 한화투자증권, NICE투자파트너스 등이 참여했다.


성공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이그니스는 2025년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박 대표는 "엑솔루션 본 사업 정상화와 본격적인 해외 사업 확장을 위한 공장 증설 등을 위해 2025년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 판단해 그때를 상장 시기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장이 필요한 이그니스를 위해 여러 인재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해외 주재원, 마케팅, 회계 등 다양한 분야 인재를 모집하고 있으며 회사에 들어와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도록 지원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련종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