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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평균 9.8% 수익률... 세계 1위 캐나다 연금 비결은

강인선 기자
입력 : 
2023-09-27 16:20:21
수정 : 
2023-09-27 17:4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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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이 CPPIB 글로벌 PE 대표 인터뷰
다양한 자산군·지역 분산투자가 중요
위험도별 수익률만 정해놓고
나머지는 전문가에 맡기는 유연한 투자 지향
“한국 기술과 제조업 수준 높아 매력적인 투자처”
김수이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글로벌 PE 대표
김수이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글로벌 PE 대표

27일 김수이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글로벌 PE 대표(사진)는 매일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CPPIB의 높은 기금 운용 수익률 비결이 ‘적극적인 관리 전략’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기준 포트폴리오(RP)’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RP란 장기 투자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위험과 수익률 사이 관계를 나타내는 지표다. CPPIB는 RP를 기반으로 운용역들의 전문성을 살린 전략적 자산 배분에 경쟁력을 지닌 기금으로 유명하다.

RP는 ‘일정 수준의 위험도를 감안했을 때 어느 정도의 수익률은 나와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예컨대 ‘근육량을 얼마큼 늘리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와 같은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다. 다만 단백질을 효과적으로 섭취하는 방식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누군가는 두부, 다른 누군가는 육류로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영양소를 섭취하게 하는 음식의 종류가 주식·채권·인프라·부동산 등 자산의 종류에 해당한다.

김 대표는 “CPPIB는 6개의 서로 다른 자산과 3곳의 지역에 나눠 투자를 하고 있다”며 “이는 시장 침체기 포트폴리오의 복원력을 높이며, RP보다도 높은 장기 기금 운용 수익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도 RP 도입을 추진 중이지만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운용 체계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음식의 종류를 정하는 것과 같은 ‘전략적 자산배분’을 기금운용위원회가 먼저 정한 뒤 투자금을 자산별로 배분한다. 운용이 경직되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준행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동일한 RP 하에서도 다양한 자산배분이 가능하고 자산 배분에 따라 수익률은 큰 차이를 보인다”며 “(국민연금도) RP의 안착을 통해 자산군 분류에 유연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CPPIB의 성과 기반 보상 시스템과, 충분한 인력 확보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대체투자 인력은 지난해 말 기준 92명으로 CPPIB(502명)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김 대표는 “시장 경쟁력을 갖는 보상 수준은 인재를 유치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데 필수 요소 중 하나”라며 “직원들의 보수는 총 기금 실적, 부서 및 단체 실적, 개인 실적 등의 요인을 종합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국외 투자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김 대표는 “고령화, 고용 및 이민 비율, 실질 소득 증가 수준 등 CPP의 지속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다각화가 매우 중요하다”며 “외국인 투자 수입은 이러한 국내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중요한 지렛대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고금리와 높은 물가 상승률로 인해 ‘시계제로’ 상태인 글로벌 자산 시장 상황에 대한 인식도 공유했다. 그는 “시장 변동성은 CPPIB와 같은 장기 투자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며 “인내심 있고 적극적인 투자자로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장기적인 자산 가치 상승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한국도 매력적인 투자처라 본다고 설명했다. 지난 1분기 기준 CPPIB가 한국에 투자한 자산 가치는 86억 캐나다달러에 달한다. 김 대표는 “한국은 세계적으로 가장 선진적인 기술과 제조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산 다각화와 추가 수익 형성을 위한 중요한 투자처”라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 CPPIB는 아시아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전기차 밸류체인과 기후 기술, 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투자 기회에 주목하고 있다.

CPPIB는 캐나다연금(CPP)을 운용하는 독립된 기구다. 캐나다 연방정부의 3대 공립연금 중 하나인 CPP는 지난 2분기말 기준 5750억 캐나다달러(573조원) 규모이며 최근 10년간 연 수익률이 9.8%로 글로벌 연기금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김대표가 이끌고 있는 글로벌 PE 부문은 CPP 자산의 33%를 차지한다.

김 대표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MBA) 과정을 거쳤다. 삼일PwC와 맥킨지컨설턴트, 온타리오교원연금, 칼라일그룹 등에서 15년 이상의 대체투자 경력을 쌓았다. 2007년 CPPIB에 합류했고 2016년부터 아·태 지역 대표, 2021년부터 PE 부문 대표를 맡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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