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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독이 든 성배' 해외 LP

양용비 기자공개 2023-09-25 08:17:30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2일 0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국내 벤처캐피탈업계가 기회의 땅으로 주목하고 있는 곳이 바로 싱가포르다. 아시아 금융 허브에서 성장 잠재력이 높은 동남아시아의 유망 기업을 발굴하고 글로벌 투자 시장 동향도 파악하겠다는 취지다.

엔데믹 시대가 도래하고 하늘길이 열리면서 싱가포르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국내 모험자본이 늘어났다. 특히 이달에는 현지에서 개최하는 ‘슈퍼 리턴 아시아(Super Return Asia)'에 참여하기 위한 출장도 있었다.

슈퍼 리턴 아시아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글로벌 자본시장 네트워크 이벤트다. 글로벌 50개 국가의 800여개의 LP와 1000개 이상의 GP가 참여한다. 국내 벤처캐피탈업계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만들고 새로운 통찰력, 비스니스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참여한다.

국내 벤처캐피탈이 슈퍼 리턴 아시아 참여 등 싱가포르 상륙으로 얻으려는 것은 또 있다. 벤처펀드에 출자해 줄 해외 LP다. 경색된 국내 펀드레이징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한 일환으로 글로벌 LP 유치에 나섰다.

현재 벤처캐피탈업계에선 지난해보다 올해 펀드레이징 한파가 더욱 극심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내 모태펀드 예산이 줄어든 것과 맞물려 민간LP에서도 보수적으로 자금을 집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LP 유치를 바라보는 시선은 두 가지다. 우선 글로벌 자본이 국내 벤처펀드를 통해 유입되는 만큼 국내 벤처기업의 글로벌 진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의 시선이 존재한다. 글로벌 LP와 함께 신흥시장의 유망주를 빠르게 발굴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반면 독이 든 성배라는 시선도 있다. 사실 이같은 시선이 기대의 시선보다 더욱 우세하다. 해외 LP를 유치한 국내 벤처캐피탈의 경우 업무 부담이 배가 되기 때문이다. 해외 LP가 포함된 벤처펀드 관련 문서는 한글과 영어로 된 2가지 버전으로 준비해야 한다.

이는 각종 제안서와 투자심의보고서, LP 보고용 문서 작성 등 페이퍼워크에 시달리는 벤처캐피탈에게 상당한 부담일 수 밖에 없다. 해외 LP의 경우 국내 LP보다 출자 조건이 복잡하고 까다롭다. 이런 탓에 벤처펀드 운용 과정에서 같은 배를 탄 국내 LP와의 의견 충돌도 빈번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투입하는 인적·물적 자원 대비 기대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게 벤처캐피탈업계 다수의 의견이다. 최근 만난 대형 벤처캐피탈 대표는 해외 LP 유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100억원을 출자 받는다면 해외 LP 1곳보다 국내 LP 3곳을 유치하는 게 낫다. 해외 LP 자금은 펀드레이징이 급한 벤처캐피탈에게 당장은 달콤할 순 있지만 운용 과정에서 독이 든 성배가 될 수도 있다."

독이 든 성배를 찾는 분위기에서 국내 펀드레이징 시장의 한파를 한번 더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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