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성패 여부 여기에'…창업자 정신건강 초점두는 VC업계

글로벌 창업자 72% "사업운영, 정신건강에 해롭다"
이들 중 남에게 힘든 내색하는 비율 20% 밑돌아
"혹한기일수록 창업자 정신건강 챙겨야" 움직임
창업자 정신건강에 성패여부 달렸다 인식 확산
  • 등록 2023-09-14 오전 11:57:23

    수정 2023-09-14 오전 11:57:23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어디 가서 힘들다고 말하기가 두렵다.”

금리 인상 여파와 경기 둔화로 벤처투자 업계가 얼어붙은지 1년이 다 되어가는 현 시점,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창업자들을 만나면 종종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장밋빛 미래를 생각하고 스타트업을 시작했으나 얼마 남지 않은 런웨이(Runway·스타트업이 추가 투자 없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기간)에 허덕이기 일쑤고, 자금조달 상황도 녹록지 않아 하루에도 멘탈이 몇 번씩 흔들린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힘든 내색을 하기는 어렵다. 창업자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가는 인재 및 후속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혹한기일수록 벤처 창업자들의 정신건강 관련 지원책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데이터 공유 플랫폼 ‘스타트업스냅샷’이 최근 글로벌 창업자들 400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약 72%는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답했다. 이 중 자신의 정신건강 상태를 남에게 드러내는 비율은 20%가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겪는 작은 시행착오부터 직원 관리, 인재 채용, 목표 달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압박감이 상당한 데도 창업자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직원이 동요하고, 자금 조달 가능성 역시 희박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는 명상과 글쓰기,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지만, 고독함을 지울 수는 없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시장에 울적한 분위기가 지속되자 정부와 민간에선 창업자 정신건강 지원에 두 팔을 걷어 붙이는 모양새다. 창업자의 정신 건강이 기업의 성공과 결을 함께 한다고 보고 관련 지원책을 확대하는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최근 출범한 ‘창업가들의 마음상담소’ 프로젝트가 꼽힌다. 창업가들의 마음상담소는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겪는 심리적 압박을 완화하고, 지속 가능한 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되는 프로젝트로,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아산나눔재단,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가 주관하고,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벤처투자,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후원한다.

해외와 견줬을 때 많지는 않지만, 개별 투자사가 포트폴리오사를 대상으로 멘탈케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알토스벤처스는 현재 강남과 강북에 위치한 정신건강의학과의원 및 마음상담센터 몇 곳과 손잡고 창업가가 시간 혹은 비용 부담 없이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회사는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어떤 창업가가 심리상담을 받았는지에 대한 정보는 (의원으로부터) 제공 받지 않는다.

이 밖에 초기 스타트업 투자사 매쉬업엔젤스도 투자 포트폴리오의 사업 성장에 필요한 단계별 맞춤 지원 프로그램인 ‘매쉬업 밸류업’을 통해 재작년부터 창업자의 심리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심리 상담을 필요로 하는 포트폴리오사에 수도권에 위치한 심리 상담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업계에선 우리나라에서 개별 VC가 창업자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따로 운영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VC 한 관계자는 “창업자의 정신건강이 기업의 성패여부를 가른다는 인식이 확산하고는 있다”면서도 “직접적인 정신건강 관리보다는 유사한 분야의 포트폴리오사를 연결해 사업적 고민을 나누고,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사례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창업자의 정신건강을 케어하면 투자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일부 규모있는 운용사에선 관련 지원을 고려하는 수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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