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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로보틱스, 조 단위 몸값 인정받을까 [MONEY]

IPO 절차 본격 돌입

  • 문지민 기자
  • 입력 : 2023.08.25 14:43:33
  • 최종수정 : 2023.08.25 14:52:28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 대어로 꼽히는 두산로보틱스가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돌입한다.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데 이어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오는 10월 코스피 상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기관 수요예측과 공모주 청약 등 구체적인 일정이 정해진 가운데, 올해 첫 조 단위 몸값을 인정받으며 하반기 공모주 시장 분위기를 띄울 수 있을지 투자자 관심이 집중된다.

두산로보틱스가 지난 4월 선보인 식음료(F&B) 전용 협동 로봇 E시리즈 이미지. (두산 제공)

두산로보틱스가 지난 4월 선보인 식음료(F&B) 전용 협동 로봇 E시리즈 이미지. (두산 제공)



국내 협동 로봇 점유율 1위

해외 매출 비중 80% 육박

두산로보틱스는 두산그룹 로봇 계열사로 2015년 7월 설립됐다. 협동 로봇 양산에 나선 2018년부터는 6년째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협동 로봇은 인간과 같은 작업 공간에서 일하도록 설계된다. 인간을 대신해 일하는 산업용 로봇과는 차이가 있다. 산업용 로봇 시장은 과거부터 존재했으나, 협동 로봇 시장은 아직 초기다. 최근 로봇 기술이 발전한 데다 고령화, 노동 인력 부족, 물가 상승 등 여러 이유로 협동 로봇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같은 흐름에 시장 규모도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마켓앤마켓은 글로벌 협동 로봇 시장 규모가 지난해 2조2000억원에서 오는 2025년 6조4500억원 규모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3년 사이 시장 규모가 3배가량 커진다는 예측이다.

협동 로봇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두산로보틱스 매출 성장세도 가파르다. 두산로보틱스는 2020년 202억원의 매출을 올린 뒤 2021년 370억원, 2022년 450억원으로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25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DS투자증권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의 올해 연간 매출액은 58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보다 30%가량 높은 수준이다.

특히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거둘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가 탄탄하다. 두산로보틱스가 올 상반기 달성한 매출 251억원 중 해외에서 거둔 실적은 140억원으로 80%에 달한다. 두산로보틱스는 현재 40여개국과 100개 이상 판매 채널을 보유 중이며, 지난해 5월에는 미국 텍사스주에 판매 법인을 설립하는 등 지속적으로 해외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 최대 산업 자동화 솔루션 기업인 로크웰과 손잡고 북미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로크웰은 북미 최대 산업 자동화·정보화 전문 기업으로 반도체·자동차·바이오 등 제조업 생산시설 자동화에 사용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전 세계 100개 이상 국가에서 사업을 전개하며, 그중 북미 시장 매출 비중이 60%에 이르는 만큼 두산로보틱스가 북미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데 유리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전문가들은 두산로보틱스가 향후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까지 사업 분야를 확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박건영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두산로보틱스는 협동 로봇 운용에 필요한 기능을 쉽게 설계해 공유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플랫폼 다트스위트를 올 하반기 선보일 예정”이라며 “이번 IPO를 통한 공모 자금을 활용해 소프트웨어 개발과 공유 플랫폼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모가 기준 시총 1.3조~1.7조

공모 자금 활용해 AMR 업체 인수 계획

지난 8월 17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로부터 코스피 IPO를 위한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두산로보틱스는 8월 23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코스피 상장을 위한 공모 절차에 나섰다.

이번에 공모하는 주식은 총 1620만주, 예상 공모 금액은 3402억~4212억원이다. 100% 신주 발행이다. 회사 측이 제시한 공모가 희망범위는 2만1000~2만6000원이며, 공모가를 기준으로 한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1조3612억~1조6853억원이다.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해야 공모가가 확정되겠지만, 회사 측이 제시한 범위로는 공모가가 하단으로 정해지더라도 최소 1조3000억원 이상 몸값으로 시작하는 셈이다.

두산로보틱스가 1조원 이상 시가총액을 달성할 경우, 올해 코스피에 입성하는 첫 번째 조 단위 공모주로 기록된다. 올 들어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공모주는 지난 8월 21일 상장한 넥스틸이 유일하며,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2990억원으로 조 단위 대어와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 8월 7일 상장한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 파두는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 1조4898억원으로 올해 첫 조 단위 몸값을 기록했지만, 코스닥에 상장했다.



올 상반기 IPO 시장은 중소형 업체들이 선전하며 높은 수익률을 보였지만, 규모가 작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상반기 내내 코스피 상장 기업과 조 단위 대어가 나타나지 않은 이유에서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대어들이 속속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투자자 기대감을 키웠다. 이미 상장한 파두를 시작으로 두산로보틱스와 서울보증보험이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이 밖에 공모가를 낮추고 IPO에 재도전하는 밀리의서재와 이미 상장 전 지분 투자(프리 IPO)에서 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에이피알 등 상반기 볼 수 없었던 덩치의 공모주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특히 두산로보틱스 상장이 중요한 이유는 IPO 시장에서 기대를 모았던 넥스틸과 파두가 연달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반기 기대를 모았던 공모주가 줄줄이 부진한 상황에서 두산로보틱스마저 흥행에 실패한다면 투심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된다.

두산로보틱스 공모주 흥행의 관건은 투자자들이 회사 성장성을 얼마나 높게 평가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아직까지 흑자가 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성장주로 평가받는 로봇 테마 특성상 주가수익비율(PER)을 몇 배까지 인정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두산로보틱스는 이번 공모에서 비교 기업으로 삼익THK, 라온테크, 화낙, 야스카와전기 등 4개사를 선정했다. 이들의 평균 PER은 약 38배다. PER이 100배를 넘어가는 레인보우로보틱스와 로보티즈, 유진로봇 등은 비교 기업군에서 제외했다. 연초 증시를 주도한 종목들이지만, 자칫 고평가 우려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두산로보틱스는 비교 기업의 평균 PER보다 24~39%의 할인율을 적용해 희망 공모가를 산출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두산로보틱스의 최고 리스크는 국내에 상장된 일부 로봇 업체 PER이 200배를 웃도는 등 기업가치에 대한 부담”이라며 “로봇 테마 특성상 공모 절차가 진행되는 시점의 거시 환경에 따라 흥행 성적이 갈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글로벌 동종 업체들과 비교해 두산로보틱스가 이번에 책정한 PER은 크게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된다”며 “이번 공모 금액 중 절반 이상을 자율주행로봇(AMR) 업체 인수에 활용한다는 점도 투자 관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두산로보틱스는 9월 11일부터 15일까지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후, 9월 22~23일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주 청약을 진행할 계획이다. 계획대로 공모 일정을 마치면 10월 중 코스피 시장에 입성한다. 상장 대표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며, 공동 주관사로 KB증권·NH투자증권·크레디트스위스(CS)가 참여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4호 (2023.08.30~2023.09.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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