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 28일 15:35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공모펀드 전성기 이끌던 칸서스 '하베스트펀드'의 부활
2000년대 초반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전성기를 이끌던 칸서스자산운용의 하베스트펀드가 부활의 날개짓을 펼치고 있다. 반도체 섹터가 약세를 보일 때 시장을 이끄는 '주도 섹터'를 발굴해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칸서스자산운용의 하베스트증권자 투자신탁1호(하베스트펀드)의 지난 22일 기준 연초 대비 누적 수익률은 22.59%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수익률(12.49%)보다 수익률이 10.1%포인트 높다. 하베스트펀드의 최근 3년, 5년 수익률은 각각 41.41%, 49.23%에 달한다.

하베스트펀드는 2004년 10월 출시된 주식형 공모펀드다. 칸서스자산운용이 출범과 함께 선보인 펀드로 이 회사의 역사를 함께 했다. 하베스트펀드는 출시 이후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열풍을 이끌며 2007년엔 펀드 수탁액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공모펀드의 전성기가 끝나면서 하베스트펀드의 인기도 시들기 시작했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공모펀드는 수수료만 높고, 수익률은 낮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공모펀드에 몰렸던 투자금은 ETF 등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하베스트펀드의 수탁액도 10여년 만에 20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이런 하베스트펀드의 재건을 이끈 건 2018년 칸서스자산운용에 합류한 고재호 주식운용본부장이다. 아데나투자자문과 유리자산운용 등에서 경력을 쌓은 고 본부장은 목표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그는 "공모펀드가 살아나려면 지수 수익률보다 월등히 높은 수익률을 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하베스트펀드는 지수 수익률보다 5%포인트 이상 높은 수익률을 내는 걸 목표로 잡았다"고 말했다.

고 본부장은 높은 수익률을 거두기 위해 하베스트펀드의 투자 전략을 완전히 뜯어고쳤다. 원래 하베스트펀드는 우량주와 대형주 위주로 투자해 안정적인 투자 수익을 거두는 전략으로 운용됐다. 고 본부장인 이런 전략으론 ETF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하고 주도 섹터 투자 전략을 도입했다.

주도 섹터 투자 전략이란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 섹터가 주춤할 때 새롭게 시장을 이끄는 섹터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전략이다. 고 본부장은 "국내 주식 시장에선 반도체 섹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며 "반도체가 주춤하면 그 풍선효과로 반드시 다른 섹터가 떠오르게 되는데 그 섹터를 빨리 찾아내 투자하는 게 우리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과거 10년간 국내 주식 시장을 살펴보면 반도체 섹터가 주춤할 때 다양한 주도 섹터가 등장했다. 2014년 화장품, 2017년 바이오, 2020년 2차전지와 콘텐츠, 2022년 태양광과 방산이 대표적인 주도 섹터로 꼽힌다.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이끄는 반도체 섹터가 주춤한 가운데 고 본부장이 주목하는 주도 섹터는 인공지능(AI) 개발용 반도체다. 고 본부장은 "일반적인 반도체가 아닌 AI 개발을 위한 반도체가 지금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며 "하베스트펀드는 이런 주도 섹터를 발굴해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전략으로 높은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 본부장은 하베스트펀드의 안정적인 운용을 위해 멀티 매니저 시스템을 도입했다. 멀티 매니저 시스템이란 각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펀 매니저 5명이 투자 섹터를 나눠 담당하는 제도다. 이들은 매주 모여 회의를 통해 이상적인 섹터별 포트폴리오 비중을 논의한다.

고 본부장은 "스타 펀드매니저 한 명이 주도하는 펀드는 그의 역량이나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률이 급변한다"며 "각 섹터별 전문 펀드매니저를 모아 집단지성을 발휘해 포트폴리오 비중을 설정하면 펀드가 개인의 역량이 아닌 시스템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했다.

하베스트펀드의 부활과 함께 흔들리던 칸서스자산운용도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칸서스자산운용은 2004년 창립한 토종 1세대 사모펀드 운용사다. 주식형 공모펀드와 대체투자 등에 강점을 보였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위기를 겪었다.

부침을 겪던 칸서스자산운용은 2019년 신흥 디벨로퍼 HMG가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지난해 초부터 NH투자증권 투자금융본부장을 지낸 김연수 대표가 칸서스자산운용을 이끌면서 조직을 전반적으로 재정비했다. 대체투자 분야 전문가인 김 대표는 본인의 전공을 살려 지난달 PE본부를 신설하는 등 대체투자 역량 강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