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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골탈태’ 차바이오텍…세포 치료제의 힘 [BUSINESS]

상장폐지 우려 5년 만에 흑자전환

  • 최창원 기자
  • 입력 : 2023.08.18 16:31:24
  • 최종수정 : 2023.08.18 16:49:58
차병원·바이오그룹 핵심 계열사이자 줄기세포 치료제 업체 차바이오텍이 환골탈태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적자 누적으로 자본 시장에서 상장폐지 우려까지 나오던 때와는 정반대다. 올해 상반기에는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해 상반기 매출은 4761억원, 영업이익은 134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특히 본업인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등이 수익성 개선을 이끌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 상반기 매출은 449억원으로 전년 동기(193억원) 대비 132.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02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차바이오텍 본업이 전체 수익성을 이끌고 있는 형태다.

‘바이오 입국’ 차바이오텍 어떤 곳

지주사 역할…오너 일가 지배력 ‘핵심’

차바이오텍은 차바이오그룹 핵심 계열사다. 차바이오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차바이오텍은 올해 6월 말 기준 상장 계열사 3곳(차바이오텍·씨엠지제약·차백신연구소)과 비상장 계열사(차헬스케어·차메디텍·차케어스·서울씨알오·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차바이오랩·성장사다리펀드·마티카홀딩스) 8곳에 실질 지배력을 행사한다. 일종의 그룹 지주 역할이다.

11개 계열사는 차바이오그룹 비전 ‘바이오 입국(立國)’의 연구개발·상업화를 담당한다. 이를 이끄는 곳이 차바이오텍인 셈이다. ‘바이오 입국’은 학교와 연구소에서 기초 연구를 하고, 이를 계열사가 상업화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을 다시 초기 연구 단계에 재투자해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게 차바이오그룹 목표다.

차바이오텍은 차바이오그룹 오너 일가에도 중요하다. 차바이오텍을 통해 그룹에 지배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차바이오텍 최다 출자자는 KH그린으로, 오래된 차바이오그룹 오너 일가 가족 회사다. 지분 대부분을 오너 일가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하고 있다. 현재 최대주주는 차원태 차병원 부사장이다. 차광렬 차병원 글로벌종합연구소장의 장남이자 후계자다. 쉽게 말해 ‘차원태 부사장 → KH그린 → 차바이오텍→ 그룹 계열사’ 형태의 지배구조가 만들어진 상태다.



적자 늪에 2018년 ‘관심 종목’ 지정

올해 첫 ‘기술 이전’…선급금 비율 주목

다만 명성과 달리 차바이오텍은 오래도록 바닥을 기었다. 바이오 기업 특성상 연구개발(R&D) 단계에서 수익 창출이 쉽지 않았기 때문. 결국 2018년 한국거래소는 차바이오텍을 ‘관심 종목’으로 지정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 연속 영업손실(별도 재무제표 기준)을 문제 삼았다. 자칫하면 상장폐지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 차바이오텍은 2018년 관리 종목 해제 혜택이 부여되는 상장관리 특례 제도 신청으로 급한 불을 껐다. 2017년 말 금융위원회가 도입한 제도로 차바이오텍이 첫 적용 대상이 됐다.

이후에도 차바이오텍은 이렇다 할 수익을 내지 못했다. 지난해도 별도 재무제표 기준 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올해 상반기 별도 재무제표 기준 20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사실상 첫 대규모 이익 실현이다. 영업 과정에서 유입된 현금을 의미하는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233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대규모 수익 창출은 ‘기술 이전’ 덕분이다.

지난 3월 차바이오텍은 일본 글로벌 제약사 아스텔라스의 미국 자회사 아스텔라스재생의학센터와 3200만달러(약 428억원) 규모의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2002년 설립 이후 첫 기술 이전 사례다. 기술 이전 대상은 망막색소상피세포 실명 치료 기술(RPE)과 배아세포(Blastomere) 기술이다.

특히 차바이오텍은 해당 계약에서 반환 조건 없는 계약금으로 1500만달러(약 200억원)를 수령했다. 전체 계약금의 46.5%를 선급금 형태로 받은 것이다. 통상 바이오텍 기술 이전 선급금이 10%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큰 비율이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기술 이전 선급금 비율이 클수록, 시장에서 해당 기술력을 인정한다고 평가한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도 기술 이전 사례를 볼 때 총 계약 규모만큼 ‘당장 수령하는 선급금’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며 “비율이 클수록 해당 기술을 인정한다는 의미고, 유동성에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차바이오텍 연구원이 GMP 내 제조실에서 고형암 면역 세포 치료제인
‘CBT101’을 제조·배양하고 있다. (차바이오텍 제공)

차바이오텍 연구원이 GMP 내 제조실에서 고형암 면역 세포 치료제인 ‘CBT101’을 제조·배양하고 있다. (차바이오텍 제공)



주요 파이프라인 상업화 과제

개발 인력 영입…신약 임상 속도

차바이오텍 본업은 앞으로도 ‘흑자’를 이어갈 수 있을까. 관건은 주요 파이프라인의 상업화 여부다. 현재 차바이오텍은 항암 면역 세포 치료제 ‘CBT101’, 파킨슨병 세포 치료제 ‘CBT-NPC’, 퇴행성 디스크 요통 치료제 ‘CordSTEM-DD’, 난소기능부전 세포 치료제 ‘CordSTEM-POI’ 등을 개발하고 있다. 이 중 바이오 업계가 특히 주목하는 건 CBT101이다.

2013년부터 연구를 시작한 CBT101은 자가 NK(자연살해) 세포 치료제다. 기존 항암 면역 치료제와 달리 직접적인 암세포 파괴와 면역 활성화가 특징이다. 차바이오텍은 지난해 3월 고형암 대상의 CBT101 임상 1상을 종료했다. 현재는 임상 2상 진입을 준비 중이다. 2020년 미국 FDA 희귀 의약품 지정을 받아 임상 2상 완료 후 상업화도 도전 가능할 전망이다. 이미 기술에 대한 시장 관심도 상당하다. 지난해 7월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 이전을 논의하기도 했다.

독립 리서치 법인 IV리서치는 올해 초 차바이오텍 리포트에서 “CBT101은 글로벌 파트너사에 대한 기술 이전 혹은 공동 임상 진행 등을 진행할 수 있는 가장 가능성 높은 파이프라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술 이전 논의 소식이 전해진 뒤 현재까지 구체화된 내용은 없는 상태다. 임상 2상 시험 계획(IND)도 공개되지 않았다.

지지부진한 상황이 지속되자 차바이오텍은 올해 승부수를 띄웠다. 먼저 사업과 연구개발 부문을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2019년 오상훈 단독 대표 체제 전환 이후 4년 만이다. R&D 부문을 총괄하는 자리에는 일라이릴리, 화이자 등에서 근무한 이현정 대표를 선임했다. 이 대표는 주요 파이프라인 개발은 물론이고 상업화 시기를 앞당기는 데 역량을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재들도 줄줄이 영입했다. 차바이오텍은 지난 5월 허가개발실, 임상운영실, 임상개발실에 관련 분야 전문가를 선임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GC녹십자 등 바이오 업계에서 성과를 낸 인물들이다. 이 대표는 “글로벌 임상을 위한 인허가 인력 확보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3호 (2023.08.23~2023.08.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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