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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판 커진 XR시장에 출사표 낸 버넥트 "실적으로 보여줄 것" 

  • 2023.08.08(화) 08:00

[하태진 버넥트 대표이사 인터뷰]
산업현장 문제 원격으로 해결…기술특례로 코스닥 상장
상장 이후 부진한 주가.."실적으로 투자자에 신뢰 줄 것"

'블루칩(blue chip)'은 주식시장에서 수익성·성장성·안정성을 고루 갖춘 대형 우량주를 뜻합니다. '놀라운(marvel)' 성장 잠재력으로 블루칩을 꿈꾸는 다양한 기업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원석기업과 기업 성장을 위한 뒷이야기도 함께 다룹니다. '블루칩을 향해가는 놀라운 기업들의 이야기' [블루마블]

415억6000만달러.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레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확장현실(XR) 시장 규모다. 우리 돈 약 54조원 규모인 XR 시장은 2030년 8593억5000만달러, 약 1113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XR은 가상의 공간을 현실처럼 체험하는 가상현실(VR)과 현실 시점에 실제처럼 만들어진 가상 이미지를 융합한 증강현실(AR), 그리고 이 둘의 장점을 합한 혼합현실(MR)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다. VR게임, 체험형 AR 전시회 등을 통해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게 됐지만, 아직 실생활과는 멀게 느껴지는 개념이다.

그러나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2007년 아이폰 출시로 일상의 모습을 뒤바꾼 애플은 내년에 XR 헤드셋 '비전 프로(Vision Pro)' 출시를 예고했다. XR 기기가 스마트폰의 다음 타자로 주목받으면서 애플의 시가총액도 최근 3조달러를 넘어섰다. 

10년간의 연구…상용화 꿈 싣고 '버넥트' 태동 

이러한 흐름 속에서 XR 시장의 성장을 내다보고 발 빠르게 준비해 온 국내 기업도 있다. 지난 7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버넥트는 국내 XR 분야에서도 보기 드문 산업현장에 특화한 XR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하태진 버넥트 대표이사/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버넥트의 태동은 2014년 메타(당시 페이스북)에 인수된 오큘러스가 VR 기기를 시장에 내놓으며 상용화한 데서 시작됐다. 국내 1호 AR연구실인 카이스트 UVR Lab에서 10년간 AR을 연구하던 하태진 버넥트 대표이사는 당시를 '충격'이라고 표현했다. 

하태진 대표는 "VR 안경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대중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연구실에 갇힌 기술이 아닌 널리 보급할 수 있는 XR 기술의 가능성을 봤다"면서 "지난 10년간 연구해왔던 XR 기술을 많은 사람이 쓰게 하고 싶다는 생각에 상용화에 도전하고자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 대표는 "버넥트의 궁극적인 미션은 사용자들이 조금 더 나은 방식으로 배우고, 일하며,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버넥트가 산업용 XR 기술 기업의 길을 택한 이유다. 일상생활에 XR 기술이 침투하기까지는 기기 대중화 등 시간이 필요한 만큼 우선적으로 기술이 필요한 산업현장에 기술력을 집중한 것이다. 

버넥트 기업개요/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산업현장에 XR기술 도입…안정성 높이고, 시간·비용 절약

버넥트는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XR 기술 기반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한다. '트랙(Track)'이라는 원천기술을 바탕으로한 △메이크(Make) △뷰(View) △리모트(Remote) △트윈(Twin) △스퀘어스(SQUARS, 웹 기반 AR 플랫폼) 등의 주요 제품이 있다. 

'트랙'은 발전소나 조선소, 대규모 공장 내의 설비나 장비를 3차원으로 검출해 추적하는 버넥트의 독자적 XR 원천기술이다. 0.03초 미만의 처리속도로 주변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 정확한 위치에 가상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다. 

산업현장 설비는 외산 장비가 많아 점검하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어려운 용어와 설명이 가득한 매뉴얼을 봐야 한다. 미숙련자나 외국인 노동자의 현장 파견이 어려운 이유다. '메이크'는 이런 매뉴얼을 파워포인트를 만드는 것처럼 단계별로 시각화해 만들 수 있는 XR 콘텐츠 제작 솔루션이다. 

시각화한 매뉴얼은 '뷰'를 통해 볼 수 있다. 설비 중 정비가 필요한 기계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가져다 대면 매뉴얼을 보지 않고도 정비 순서에 따라 기계 조작 방법이 현실 장비 위에 3D 영상으로 그려진다. 

'리모트'를 통해 원격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스마트폰 등으로 현장을 비추면 다른 지역에 있는 숙련자나 전문가에게 실시간으로 영상이 공유된다. 숙련자가 마우스나 터치로 조작이 필요한 부위를 지정해 표시할 수 있고, 음성으로 전달할 경우 언어가 달라도 번역 기능을 통해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다. 

산업현장을 3차원으로 구현하는 '트윈'은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해 설비에 문제가 생기면 원격에서 바로 문제 부위나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설비를 가상에서 교체해 동선이 최적화돼 있는지 확인하거나 화재상황 시 가상의 작업자를 투입해 대피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는 등 안전문제도 점검할 수 있다. 

하태진 대표는 "XR 기술을 통해 복잡한 설명 없이도 설비 위에 직관적으로 조립방법이나 정비 방법이 보여 미숙련자나 외국인 노동자들도 쉽게 작업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면서 "산업현장의 작업을 더 쉽고 빠르게 해 작업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고 무엇보다 더 안전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해준다"고 강조했다.

B2C 대상 사업영역도 확대 중이다. 스퀘어스는 웹(Web) 기반 XR 콘텐츠 제작 플랫폼으로 별도 앱(app) 설치 없이도 웹을 통해 사용이 가능해 이용률을 높였다. 메뉴판, 가전제품 매뉴얼 등 활용도가 높고 다양한 마케팅 용도로 활용할 수 있어 현재 유럽지역의 마케팅 대행사, 교육업체, 출판사 등과 플랫폼 구독 계약체결을 체결 중이다. 

하태진 대표는 "유럽은 이미 XR 시장이 국내보다 크게 형성돼 있어 유럽에서 먼저 출시를 했고 현재 100여 곳의 마케팅 대행사와 연간결제를 통해 올해부터 매출이 나고 있다"면서 "국내에도 4분기에 출시할 예정으로 사업영역을 보다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버넥트는 주요 공공기관과 대기업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HD한국조선해양, 한국공항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서부발전 등이다. 이들 고객은 출장비 감소, 훈련시스템 구축 비용 감소, 제조공정 문제 개선을 통한 생산성 증대 등의 효과를 보고 있다. 

하태진 버넥트 대표이사/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한화가 투자한 기업…기술성장특례로 코스닥 입성

버텍트의 기술력은 상장 이전부터 이미 인증을 받았다. 상장 전 스틱벤처스와 롯데벤처스, 한화, KTB네트워크, KB인베스트먼트, KDB산업은행 등으로부터 2021년까지 총 390억원을 투자받았다. 

특히 한화는 지난해 100억원을 투자해 버넥트의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했다. 한화정밀기계, 한화시스템, 한화토탈에너지 등과 협업해 솔루션을 지원하고, 계열사로 고객을 확대하고 있다. 

하태진 대표는 "한화정밀기계가 판매하는 반도체 장비의 유지보수 솔루션에 우리 솔루션이 같이 판매되는 형태"라며 "한화 계열사들이 제품을 판매할 때 수익을 공유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한화 계열사 입장에서는 신속하고 효율적인 설비 유지보수와 비용 절감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는 셈이다. 

하 대표는 "한화 계열사뿐 아니라 최근 반도체 기업들과 추가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미국에 반도체 공장들이 많이 신설되고 있는데 장비업체들과 협업을 통해 추가적인 매출 증가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버넥트의 이같은 기술력은 우수한 개발인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국내 최초 XR 분야 카이스트 UVR Lab 출신의 하태진 대표를 비롯해 미국 퀄컴의 XR 엔진 '뷰포리아' 개발자인 김기영 최고기술관리자(CTO, 유럽법인장) 등 핵심인력들이 모였다. 

임직원의 76%가 연구개발(R&D) 인력으로 설립 7년 만에 글로벌 수준의 기술과 사업성과를 입증해 '기술성장특례'로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 

아직은 매출보다 많은 손실... 내년 영업흑자 기대 

다만 R&D 인력이 많은 만큼 연구개발비와 인건비가 높아 영업비용이 상대적으로 높다.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에도 아직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버넥트의 매출액은 2020년 22억원, 2021년 36억원, 2022년 51억원으로 2016년 창업 이후 연평균 61.4%의 증가율을 보인다. 하지만 같은 기간 15억원, 47억원, 14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보다 더 큰 손실을 내고 있다. 올해 1분기에도 1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은 29억원에 달했다.

다만 하태진 대표는 글로벌사업 확대와 비용 효율화를 통해 내년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업이익 2024년 23억원, 2025년 101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추정했다. 버넥트의 코스닥 상장 공모가도 이를 바탕으로 산정했다. 

실제 글로벌 사업확대 노력은 조금씩 결실을 보고 있다. 버넥트는 최근 말레이시아 에너지 엔지니어링 전문기업 '유닛 콘셉트(Unit Concept)'와도 에너지, 인프라 엔지니어링 분야에 XR 솔루션 지원 업무협약을 진행 중이다.

말레이시아는 최근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나라다. 특히 동남아시아 지역 XR분야 총판인 XRA(XR Associates)가 이번 사업의 가교역할을 맡으면서 말레이시아의 학교, 통신설비 등 기반시설 관련 사업까지 협업을 확대할 전망이다. 

하태진 대표는 "최근 국내외 건설, 에너지분야 기업들과 협업을 확대하고 있는데 말레이시아에서는 올해 안에 가시적인 매출이 기대된다"며 "중국에서도 컨설팅을 진행하며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어 내년 초 매출이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또 "최근 GS ITM(B2B 플랫폼 서비스 전문기업)과 함께 스페인 해양연구소인 IH칸타브리아 연구소와도 MOU를 체결했다"면서 "향후 매출 확대를 위해 공동영업 파트너사를 늘리고 화이트라벨링 등 추가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높은 비용문제 개선방안도 밝혔다. 하 대표는 "AR 플랫폼에 얹을 콘텐츠 개발인력 등 추가 신사업을 위한 인력을 충원했으나 상장 후 빠른 흑자전환을 위해 기존 주력제품 기술에 집중하기로 했다"면서 "인건비와 운영비 절감 등 비용 효율화를 추진했고 글로벌 사업확장으로 매출이 지속 상승하고 있는 만큼 내년부터는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공모가보다 낮은 주가.. "실적으로 보여줄 것"

버넥트는 아직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지난달 26일 상장한 버넥트의 주가는 공모가(1만6000원) 보다 낮은 1만1000원(5일 종가 기준) 선에서 거래 중이다.

하태진 대표는 "주가가 공모가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점은 아쉽다"면서도 "향후 실적과 수익 달성을 통해 보여주면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어 자연히 주가는 올라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내년 이후 XR 시장의 확대와 더불어 XR기업에 대한 인식과 관심도 크게 높아질 것으로 봤다. 

하 대표는 "아직 XR이란 개념이 친숙하진 않지만 내년 애플, 삼성전자 등이 XR기기 경쟁을 통해 시장이 획기적으로 커지면 사업수요와 시장환경도 긍정적으로 바뀔 것으로 본다"면서 "초기에 투자받은 곳들로부터 기술력을 충분히 입증받은 만큼 실적이 뒷받침되고 시장이 개화하면 성장성에 엄청난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태진 태표는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XR분야 1등 기업으로 우뚝 서는 게 목표"라며 "한국의 XR 분야 소프트웨어 기업이 세계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XR시장 규모가 높은 성장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버넥트는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61.4%의 매출 성장세를 달성하고 있다"면서 "기존 고객을 중심으로 계열사 사업장 확대, 정부기관, 유럽, 미국 시장 진출 등 글로벌 산업 진출로 실적 성장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다만 상장 후 유통가능 물량이 전체 주식수의 33.6%인 점은 다소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버넥트에 투자한 벤처금융 등 전문투자자들이 보유한 지분 중 20.44% 물량도 상장 1개월 후 보호예수가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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