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상장사 디피씨 활용해 지배구조 구축
2021년 흡수합병 통해 스틱인베스트먼트 중심 변화

도용환 스틱인베스트먼트 회장의 차남이 자회사 스틱벤처스에 입사할 예정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아직 시기상조일 수 있지만 스틱금융그룹의 2세 승계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대체투자 분야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며 해외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스틱금융그룹의 지배구조 변화에도 다시 한번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99년 설립된 스틱인베스트먼트는 2021년 디피씨와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유가증권(코스피) 시장에 안착했다. 국내 처음으로 코스피에 상장한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탄생하게 된 셈이다.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도용환 회장과 디피씨가 지분 관계를 이어온 결과로 스틱인베스트먼트는 1호 코스피 상장 PEF 운용사가 될 수 있었다.


◆ 2000년대: 코스피 상장사 디피씨-스틱, 인연 시작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전신은 스틱아이티벤처투자다. 고려대학교를 졸업 후 제일종합금융의 애널리스트, 신한생명보험 투자운용실장을 거친 도용환 회장은 1996년 파생금융상품 투자·자산운용 자문 등의 목적으로 ㈜스틱(이하 스틱)을 설립했다. 스틱의 최대주주는 도용환 회장이었다. 3년 후인 1999년, 중소기업창업자에 대한 투자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스틱아이티벤처투자를 설립했다. 설립 당시 주요 주주는 스틱과 SK텔레콤이었다. 


스틱아이티벤처투자 설립과 비슷한 시기 디피씨와 도용환 회장의 인연이 시작됐다. 스틱은 코스피 상장사였던 디피씨(옛 동양전원공업) 지분 20.31%를 인수해 당시 한선우 디피씨 회장(20.42%)에 이어 2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도용환 회장은 개인 자금으로 디피씨에 투자했고 도 회장은 디피씨 지분 0.51%를 확보하면서 비상근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디피씨는 스틱아이티벤처스가 결성하는 펀드에 자금 출자자(LP)로 나서며 연을 지속했다. 2002년에는 대규모 주식 교환을 진행하면서 스틱 그룹과 디피씨의 지분 관계는 매우 끈끈해졌다. 당시 디피씨와 스틱은 스틱 주식 1주당 디피씨 주식 8.275주를 배정하는 주식 교환을 단행했다.


이에 스틱의 기존 주주들은 상장사인 디피씨의 지분을 보유할 수 있게 됐다. 디피씨 주식 8만2100주를 보유해 0.51%의 지분을 보유했던 도 회장은 271만8184주를 확보하면서 지분율은 7.58%로 늘어났다. 동시에 스틱을 비롯해 ▲스틱아이티벤처투자 ▲스틱투자자문 ▲스틱네트웍스 ▲한단정보통신 등의 스틱 계열사는 디피씨 자회사로 편입됐다. 


◆ 2000년~2010년대: 도용환 회장 체제 디피씨 


2003년 디피씨 최대주주에 변화가 생겼다. 도용환 회장 외 13명은 한선우 디피씨 기존 대표를 비롯해 특수관계인 13명이 보유한 디피씨 지분 48.33%를 인수했다. 이에 도 회장은 디피씨 지분 9.42%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오르게 됐다. '도용환→디피씨→스틱→스틱아이티벤처투자'로 이어지는 지분구조가 구축된 셈이다. 전자레인지 용 고압트랜스를 제조해 판매하는 사업이 주된 목적이었던 디피씨에 금융기업의 정체성이 강화되기 시작했다.


2010년에는 디피씨가 스틱을 흡수합병하면서 지배구조가 좀 더 단순화됐다. 흡수합병으로 스틱이 보유한 스틱인베스트먼트(2007년 사명변경) 지분을 디피씨가 모두 가져갔고 지분율도 40% 대에서 80% 이상으로 올랐다. 디피씨는 2012년 88억3400만원(주당 6741원)에 스틱인베스트먼트 지분을 추가로 매입했고 지분 100%를 확보하게 됐다.


디피씨 완전 자회사가 된 스틱인베스트먼트는 2018년 벤처투자부문을 인적분할해 스틱벤처스라는 신설 법인을 세웠다.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인수합병·사모펀드 운용 등에 비중을 두면서 효율적인 벤처투자를 위해서는 법인이 분리되어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일련의 과정 동안 도 회장은 디피씨 주식을 장내매수 하면서 지분율을 늘렸다. 도 회장의 자녀인 도재익·도재원 씨도 2017년 디피씨 주식을 장내매수 하면서 처음으로 주주로 등장했다.


◆ 2020년대: 스틱인베스트먼트 우회상장, 디피씨 매각


2021년 디피씨와 스틱인베스트먼트는 또 한번의 대대적인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다. 디피씨가 스틱인베스트먼트를 흡수합병하고, 사명을 스틱인베스트먼트로 변경하는 내용이다. 비상장 기업인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우회상장하는 셈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코스피 시장에 상장하는 사모펀드 운용사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합병을 추진하는 동시에 제조 사업을 하는 부분을 분할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스틱인베스트먼트의 100% 자회사로 신설법인 디피씨를 설립해 제조 관렵 사업 분야를 떼어냈다. 2021년 말 모든 작업이 완료됐고 지난해 3월 스틱인베스트먼트는 디피씨 매각을 결정했다. 매각 대상은 어플라이언스히어로와 어플라이언스챔피언이다. 두 법인 모두 TS인베스트먼트가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다.


디피씨 매각으로 스틱인베스트먼트는 대체투자 전문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명확하게 했다. 동시에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시대상기업집단에서 제외될 수 있는 효과를 누리게 됐다. 공정거래법상 자산이 5조원이 넘어가는 기업은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분류돼 회사의 세세한 현황을 공개해야 한다. 스틱인베스트먼트의 경우 운용자산이 수조원인 만큼 향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았다. 스틱인베스트먼트에 앞서 사모펀드 운용사 IMM인베스트먼트가 공시 대상 기업집단이 된 경험이 있다.


다만 투자 전략상 많은 부분을 비공개로 진행해야 하는 사모펀드 운용사를 공시대상 기업으로 분류한다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PEF 전업집단 규정'을 마련했다. 자산 규모가 일정 부분 넘어가도 사모펀드 운용사는 공시대상 기업 집단으로 선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PEF 전업 집단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금융회사만 기업집단에 있어야 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제조업을 하는 디피씨를 매각하면서 PEF 전업 집단 조건을 충족하게 됐다.


지난해 디피씨 매각을 마지막으로 20년이 넘는 세월의 스틱인베스트먼트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일단락 됐다. 이런 상황에서 도용환 회장의 차남인 도재원 팀장이 스틱벤처스에 입사키로 한 만큼 2세 승계를 위한 추가적인 지배구조 개편 여부에 관심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물론 승계 작업이 완료 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도 팀장이 1986년생으로 아직 30대이고 보유한 스틱인베스트먼트 지분도 0.04%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도 회장이 보유한 스틱인베스트먼트 지분은 13.4% 정도로 상장사 단일 최대주주로는 많지 않은 편이다. 도 회장은 낮은 지분율 때문에 생길 수 있는 경영권 분쟁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도 회장은 자녀를 비롯해 계열사 임직원과 '주주간 약정'을 맺었다. 임원들은 퇴임 전까지 대표 이사의 승인 없이 자사주를 양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등 처분행위를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