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 04일 08:36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브레인, SK팜테코 인수금융 없이 전액 지분투자로

브레인자산운용이 SK팜테코 소수 지분유치 거래조건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자금모집에 나섰다. 당초 인수금융을 일부 활용할 계획이었으나 전액 지분투자(equity)로 구조를 변경했다. 모집 부담이 커졌지만 거래종결까지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프로젝트 펀드로 모아야 할 5700억원의 자금 중 4000억원이 이달 말 조달된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브레인자산운용과 SK팜테코 지분 100%를 보유한 SK㈜가 프리IPO를 위한 거래조건을 전날 확정했다. 이르면 다음주 주주간계약(SHA) 체결을 마치기로 했다.

SK팜테코는 SK㈜의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통합법인이다. 지난달 5억달러(약 6400억원) 투자유치를 위해 브레인운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브레인은 IMM PE와 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 등 '헤비급' 후보들을 제치고 우협이 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브레인은 이번 프리IPO에서 SK팜테코의 기업가치를 30억5000만달러(약 3조9600억원)로 평가했다. SK팜테코는 작년 매출 9000억원 초반대, 상각전영업이익(EBITDA) 1800억원 가량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기반으로 한 4조원의 기업가치에는 EBITDA 멀티플 22배 이상을 적용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5억달러 투자를 마친 후엔 기업가치가 4조6000억원 수준까지 오르게 된다.

스텝업 조항이 담긴 콜옵션 장치가 포함됐다. 5년 뒤인 2028년을 적격상장기한으로 설정했다. 브레인은 상장 시 보유 주식 중 30%에 대한 구주매출 우선권을 가진다. 공모가가 투자시 기업가치보다 낮으면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비율을 조정해 추가 신주를 주는 리픽싱도 포함됐다.

투자금 6300억원 중 가운데 블라인드 펀드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600억원 수준이다. 브레인이 보유한 블라인드 펀드는 SK그룹 해외 투자에 공동 투자사로 참여할 수 있는 파트너 성격의 외화 펀드다. KDB산업은행과 공동으로 운용하는 펀드로 3000억원 규모로 결성됐다. 통상 블라인드 펀드가 단일 투자건에 20% 안팎을 투입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600억원을 활용할 수 있다. 브레인은 블라인드 자금을 제외한 5700억원 가량을 프로젝트 펀드로 결성해야 한다.

이달 말 3억달러(약 4000억원) 규모로 1차 클로징이 예정돼 있다. 내주부터 기관투자가들로부터 투자확약서(LOC)를 받기로 했다. 15여곳의 증권사, 캐피탈사, 은행들이 출자를 검토하고 있다. 연기금과 공제회 등도 출자를 저울질하고 있다.

당초 일부는 인수금융을 활용하려 했지만 100% 지분투자 투자 구조로 변경하기로 했다. SK팜테코가 발행하는 5억달러 규모의 전환우선주(CPS) 신주를 인수하는 식이다. 보통주로 전환할 경우 SK팜테코 지분 약 15%를 확보할 수 있는 규모다. 앞서 원화 2000억원 규모로 인수금융과 지분투자를 제안했던 우리은행과는 달러 지분투자로만 논의 중이다. 블라인드와 프로젝트 모두 달러화를 기반으로 한다.

대출 금리에 대한 부담에서다. 통상 달러화 인수금융 이자율은 원화 대비 100~150bp(1bp=0.01%) 금리가 가산된다. 인수금융 조달 금리가 약 7% 수준이라는 점에서 최대 8% 중반까지 이를 수 있다. 브레인운용이 SK 측의 최소보장수익률이 6.95%인 점을 고려하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구조다.

전액 지분투자로만 자금을 모집해야 해 부담이 늘었지만 브레인은 거래 종결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브레인자산운용 관계자는 "SK팜테코의 높은 성장성에 기반해 어려움 없이 자금 모집에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SK㈜는 2025년께 SK팜테코의 나스닥 상장을 염두에 두고 직접 사업을 챙겨왔다. 성장호르몬(1세대) 및 항체 치료제(2세대)를 넘어 3세대 바이오의약품으로 꼽히는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분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CGT는 난치병으로 분류된 암, 유전병 등을 치료할 수 있는 '꿈의 기술'로 꼽히는 영역이다.

SK팜테코는 이번 프리IPO로 조달한 자금 일부를 CBM 추가 지분 인수에 쓸 계획으로 전해졌다. CBM은 미국의 유전자세포 CDMO 업체다. 작년 1월 3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2대주주로 올라선 곳이다. SK팜테코는 이달 중으로 1억5000만달러를 투입해 지분을 취득한 후 내년 1억달러를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다. 투자를 모두 마치면 SK팜테코의 지분율은 현재 43%에서 56.4%까지 오르게 된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