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팜테코 프리 IPO, 초보 '브레인운용'에 숙제 내준 꼴…SK도 펀딩 리스크 부담
입력 2023.08.01 07:00|수정 2023.08.07 14:48
    안정적 자금 확보보단 '유리한 조건'에 무게 둔 거래
    브레인, 펀딩 기회 잡았지만…제때 자금 모일까는 미지수
    SK엔 유리, LP엔 불리한 조건에 '새마을' 빠진 출자시장
    인수금융시 선순위-후순위 수익률 역전되는 구조도 난관
    사업만 보면 "매력적"…펀딩 실패시 골치 아픈 건 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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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팜테코의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 IPO) 거래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부터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모양새를 갖췄다. 수천억원대 블라인드 펀드를 보유한 대형 운용사는 모두 고배를 마셨다. 대신 공모펀드 운용사로 활동했을 뿐, 사모펀드(PEF) 투자 경험이 일천하고 자금력도 부족한 브레인자산운용이 선정됐다. 

      시장에선 왜 브레인운용이 SK로부터 간택됐는지, 또 5억 달러, 한화로 약 63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제때 모을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SK그룹은 왜 'PEF 초보' 브레인운용을 선택했을까

      SK팜테코 프리 IPO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와 모건스탠리는 애당초 대규모 블라인드 펀드를 보유한 곳을 중심으로 '투자의사'를 묻고 초청하는데 힘써왔다. MBK파트너스, IMM PE, 스틱인베스트먼트와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 등인데 투자업력 및 자금력에서는 브레인자산운용과는 체급이 다른 '헤비급' 투자자들이다. IMM PE 등은 스톤브릿지캐피탈과 연합해 최종 투자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다만 이들 대형 운용사들은 SK팜테코 프리IPO 투자를 위한 여러 '조건'을 제시했다. 일부 대형 후보의 경우 ▲내부수익률 기준 7% 이상 등 강한 하방 안전장치(Downside protection) ▲달러 투자에 따른 환헤지(hedge) 비용은 SK가 부담 ▲드래그 얼롱(Drag Along) 조항 외 매수청구권(Put option) 추가 ▲의결권 행사 및 이사회 참여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팜테코 기업가치 (지분 100%기준)도 4조원 이하에서 크게 낮춰 낸곳도 있었다. 

      반대로 브레인자산운용은 SK에 좀 더 유리한 조건을 제안했다. 보장수익률은 6%대 후반으로, 환헤지 비용도 SK그룹이 아닌 브레인에서 부담하는 조건을 제시했다. 스텝업 조항이 담긴 콜옵션은 요구했지만 풋옵션은 요청하지 않았다. 기업가치도 다른 후보들보다는 높게 책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SK그룹은 대형 운용사를 통한 '거래 안전성' 대신에 비록 자금력이 확실하지 않지만 '유리한 투자조건'을 선택한 셈이다. 

      PEF 운용사 한 관계자는 "투자금 전부를 소화할 수 있는 블라인드 펀드를 보유한 대형사가 컨소시엄을 맺고 달려들었는데도 신생, 단일 GP에 우협 지위를 부여한 게 사실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이런저런 말이 오가지만 사실 SK그룹이 신생 GP를 투자사로 받아들여 원하는 조건을 이끌어냈다고도 볼 수 있다"라고 논평했다 

      SK그룹은 최근 PEF로부터 투자를 유치할 때 이처럼 '투자조건'에 비중을 두는 모습을 보여왔다. SK온 투자자 유치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대형사들의 러브콜을 마다하고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한투PE)·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스텔라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을 국내 투자사로 낙점했다. 

      출자 시장 한 관계자는 "프리 IPO와 같은 소수지분 투자 유치에선 각 운용사 역량보다 회사에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는 게 유리한 편"이라며 "밸류는 높여 받되 간섭은 적게 받고 모회사 부담을 낮출 수 있는 곳에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선택으로 인해 투자금 모집에서는 상당한 난관을 겪고 시간을 소요하기도 했다. 

      브레인운용은 제때 투자금을 모을 수 있을까

      브레인운용이 보유한 블라인드 펀드만으로 투자금을 충당할 수 없다. 6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오로지 순수 프로젝트 펀드로만 모집해야 한다. 

      현재 브레인의 블라인드 펀드는 KDB산업은행과 공동으로 운용하는 'KDB-브레인-SK멤버스글로벌사모투자합자회사1호'로, 펀드 규모는 약 3000억원 정도다. 통상 블라인드 펀드는 단일 투자건에 20% 안팎 자금만 투입 가능하다. 다만 이 펀드는 SK그룹 해외 투자에 공동 투자사로 참여할 수 있는 파트너 성격 외화 펀드로 조성된 터라 SK그룹에 대한 투자가 조금 더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 SK팜테코 투자에 투입 가능한 자금은 600억원 정도로 알려진다. 나머지 5700억원은 프로젝트 펀드나 인수금융으로 조달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이 펀드가 SK그룹 투자에 대한 '입장권' 정도의 역할에만 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브레인운용은 해당 블라인드 펀드에 참여한 LP와 별도로 협상, 프로젝트에 소요될 투자금의 절반 이상에 대해서는 투자의향서(LOI)를 확보했다. 

      그럼에도 불구, 난관들이 남아 있다. 

      일단 최근 프로젝트 펀드 출자 시장 분위기가 냉랭하다. 은행과 증권, 캐피탈사 전반이 지갑을 닫고 있어 하반기 매칭 자금이 모이지 않는다는 업계 푸념이 늘어났다. 

      또 프로젝트 펀드 조성에 키워드가 되는 '핵심 출자자'(Anchor LP)가 현재 뚜렷하지 않다. 

      국내 투자시장에서는 보장성이 취약한 대신 리스크와 수익률이 높은 '후순위 투자자'를 언제, 얼마나 모으냐에 따라 프로젝트 펀드 조성 여부가 확정된다. 이른바 '핵심 출자자'(앵커 LP)에 해당되는데 국내에서는 새마을금고가 가장 적극적으로 후순위 투자를 맡아왔다. 새마을금고는 SK그룹의 주요 딜에서도 앵커투자를 맡아 성사시킨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러나 최근 새마을금고는 사모펀드 출자와 관련, 담당 팀장과 관련회사인 M캐피탈의 실무진 및 임원진에 이어 박차훈 새마을금고 중앙회장까지 압수수색ㆍ구속ㆍ재판을 맞이한 상황이다. 프로젝트 펀드 투자는 거의 '휴업'상태다. 그렇다고 이를 대신해 리스크 투자에 나설 앵커 LP를 구하기도 녹록지 않다. 

      투자조건도 고민거리. 이번 거래는 브레인운용이 다른 대형 운용사를 제칠만큼 'SK그룹에는 유리한' 조건으로 마련됐다. 달리 말해 '펀드 투자자'에게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거래의 환 헤지 비용으로 인해 증권사들의 인수금융 제공이 어렵고, 다른 은행들도 인수금융 참여조건이 까다로울 것으로 내다봤다. 고금리, 변동성이 높은 시장 환경에서 외화로, 성장기업 소수지분에 투자하는 구조인 까닭이다. 이 때문에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와 스톤브릿지캐피탈은 컨소시엄을 맺어 각기 보유한 블라인드 펀드에서 투자금 모두를 충당할 수 있도록 준비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은행권에 따르면 통상 달러화 인수금융 이자율은 원화 대비100~150bp(1bp=0.01%) 금리가 가산된다. 

      이런 와중에 우리은행이 2000억원에 달하는 '외화 인수금융'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금리다. 우리은행의 인수금융 제안은 7월 중 인수금융 평균 금리(7% 초반)에 가산금리까지 더하면 7% 중반을 넘어 8% 중반까지 넘볼 것으로 예상된다. 

      즉 선순위 '대출' 금리가 이 정도인 상황인데, 가장 리스크가 높은 후순위 '투자'의 하방수익률이 6%후반에 그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대출보다 낮은 금리로 에쿼티 투자를 하라는 말이냐"라는 판단이 나올 수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투자 유치 시 모회사가 7.5% 내부수익률(IRR)을 보장하는 구조는 시중금리가 치솟으며 굳어진 트렌드"라며 "하방이 6%대인 거래가 나온 것 자체가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투자업계 다른 한 관계자는 "경영권 거래(바이아웃)라면 모르겠지만 현 금리 수준에서 소수지분 투자에 인수금융을 일으키면 수익률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라며 "SK팜테코가 아직까지 이자비용을 상쇄할 수 있을 만한 이익체력을 갖췄다고 보기도 힘들고, 전액 지분(equity) 투자로 구조를 짜는 편이 유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돈이 안 모였을 때 골치 아파지는 건 SK그룹?

      난관만 있는 것은 아니다. SK팜테코의 의약품 위탁생산(CDMO) 사업 자체만 놓고보면 포기하기 어려운 투자 매력도가 거론된다 

      투자업계에서 CDMO는 껍데기만 바이오일뿐 내용물은 사실상 제조업으로 통한다. 2차전지처럼 꾸준한 수주와 현지 증설이 뒷받침되면 이익이 가시적으로 늘어나는 사업이다. 마진율은 반도체에 비견된다. SK그룹이 글로벌 2위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굴리고 있는 점에서 양산 관리 측면에서 경쟁력을 꼽는 목소리도 많다.  

      아울러 지주사인 SK㈜가 나스닥 상장을 염두에 두고 직접 챙겨 온 사업이기도 하다. 나스닥 상장의 경우 주관·법률자문 비용이나 향후 주주관리 측면에서 발행사 부담은 높아지지만 문턱을 넘겼을 때 회수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자문시장 한 관계자는 "변동성이 높은 시기다 보니 LP들도 조심할 뿐이지 좋은 딜에는 결국 수요가 몰리게 돼 있다"라고 말했다.

      SK그룹이 거래안정성을 포기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브레인을 선택한 것도 이 같은 장점을 감안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브레인이 자금을 모으지 못했을 경우 리스크는 SK그룹으로 전가된다. 

      따져보면 SK그룹이 신생 브레인운용에 과중한 숙제를 내준 상황. 행여라도 브레인이 이 숙제를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 이는 비단 브레인의 리스크이기도 하지만 곧바로 SK그룹의 선택이 잘못됐음을 방증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렇다고 다시 운용사를 선정할 경우, 이미 시장에서 'NO'라는 판정을 한번 받은 거래로 낙인 찍히면서 기업가치 판단이나 자금모집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똑같은 상황이 SK온 자금모집에서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연말 한투PE 컨소시엄의 펀딩이 부진하자 SK이노베이션은 예정에 없던 2조원 규모 수혈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은 당시 지출 때문에 미뤄둔 투자를 속행하려 최근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다. 이후에도 결국 MBK파트너스를 비롯한 대형 운용사를 초청해야 했고 투자조건을 다시 양보했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또 다른 운용사' 참여가능성이 거론된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IMM PE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했던 스톤브릿지 등이 브레인운용과 SK 등에 '공동 투자'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성사여부는 예단하기 힘든 상황. 브레인운용으로서는 아직 펀드레이징을 제대로 진행하지도 않은 상황이라 어렵사리 획득한 '투자기회'를 벌써부터 외부인과 나눠야 할지 판단하기 이르다. SK그룹으로서도 최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상황에서 새 운용사 '끼워넣기'를 단행할 경우 평판 부담을 져야 한다. 

      마찬가지로 스톤브릿지로서도 브레인의 투자조건을 받아들여 투자심의위원회 통과를 단행할 수 있을지 판단해야 한다. 브레인운용이 펀드레이징에 실패할 경우, IMM PE와 컨소시엄을 그대로 유지한 채 차순위 협상대상자로서 지위를 확보해 더 좋은 조건으로 참여할 가능성도 있는데 이를 버리고 브레인에 컨소시엄을 요청하는 형태이기 때문. 

      브레인운용은 8월 초부터 연기금이나 공제회급 이상 큰손을 상대로 프로젝트 펀딩을 본격화할 계획으로 전해지고 있다. 8월 중으로 1차 클로징을 목표로, 기존에 확보한 약 4000억원 규모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한 기관투자자들이 심사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