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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이상은 버틸 힘이 없어요” ‘돈가뭄’ K-바이오 고사위기

#.16년 업력을 가진 국내 1세대 바이오벤처 A사. 뛰어난 기술력으로 항체치료제를 개발하며 업계의 큰 관심을 받았지만 최근 회사를 살리기 위해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연구개발을 위한 자금 조달을 하지 못해 회사가 폐업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자금난으로 고사 위기에 몰린 바이오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차세대 먹거리로 큰 기대를 받았지만, 현재 많은 바이오 기업들이 긴급 자금 수혈 없이는 더이상 생존이 힘들 정도다. K-바이오의 위기가 현실화 되고 있다. ▶관련기사 5면

바이오 산업의 핵심은 연구개발(R&D)이다. 신약개발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연구개발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시장의 불확실성과 바이오 기업에 대한 불신이 쌓이면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임상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 좋은 결과를 수시로 발표하고 있지만 자금난에 더이상 버티기가 힘들 정도”라며 “한계에 봉착했다”고 토로했다.

바이오업계 1호 성장성 특례로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셀리버리는 완전 자본잠식에 빠지면서 회사가 문을 닫을 위기에 몰렸다. 감사보고서 의견거절, 자본 잠식, 연구개발(R&D) 부진 등으로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몰린 바이오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그나마 사정이 낫다는 바이오기업들도 자금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외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유상증자 등으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셀리드, 피플바이오는 유상증자를 통해 각각 4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에 나섰다. 에스디바이오센서도 3100억원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진원생명과학(818억원) ▷CJ바이오사이언스(650억원) ▷클리노믹스(446억원) ▷에스씨엠생명과학(316억원) ▷엘앤케이바이오(260억원) ▷셀바스헬스케어(210억원) 등도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및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바이오·의료 부문 투자액은 152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4051억원에서 무려 62%나 감소했다. 바이오에 대한 투자액은 계속 감소세다. 지난 2021년 1조6770억원에서 지난해 1조1058억원으로 34%나 줄였다.

김용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바이오산업단장은 올해 상반기 상장한 5개 바이오벤처 기업의 평균 공모액이 149억원이라고 설명했다. 2021년 상반기(2569억원)의 20분의 1 수준이다. 김 단장은 “5000억원 가치를 인정받아 상장했던 기업이 1000억원 정도의 가치밖에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오벤처에 대한 투자 걸림돌은 기술 수준이 아닌 ‘장기간의 불확실성’에 있다. 바이오벤처 투자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투자사 85%가 투자를 꺼리는 이유로 ‘투자 회수 시기의 불확실성’을 꼽았다. ‘시장의 불확실성’이라고 답한 비율도 57%나 됐다. 여기에 바이오에 대한 불신도 깔려 있다. 많은 바이오 기업들이 성공 기대감을 한껏 부풀리며 많은 투자금을 받았지만, 정작 결과물을 내놓은 바이오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15조원의 민간 투자를 지원해 바이오 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에게만 맡겨서는 답이 없다”며 정부 투자가 시작됐다는 시그널이 민간 투자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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