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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소부장 경쟁력 강화와 벤처캐피탈의 역할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

고난도 기술 소부장 지속 지원 필수

VC 투자 늘리려면 유인책부터 마련

기술특례 상장 확대·심사인력 육성

모태펀드 예산 늘려 '마중물' 돼야





산업통상자원부가 20일 반도체·2차전지·디스플레이·바이오·미래차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7곳과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 5곳 등 모두 12개 특화단지를 지정했다. 이번 특화단지는 첨단 전략산업과 소부장 산업에서 전체 밸류체인을 완결하는 클러스터로 핵심이 되는 기업을 중심으로 관련 소부장 기업들을 집적해 기업 간 협력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거나 도입을 추진 중인 클러스터는 1800~1900개에 이른다. 실제 숫자는 많으나 유사 업종을 기계적으로 모아두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그러한 측면에서 이번 소부장 특화단지 선정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2021년 2월 5개 소부장 특화단지가 최초로 지정된 후 3년 만에 261개 기업이 집적화되면서 약 5000명의 고용 증대 효과와 함께 생산액 증가, 대규모 기업 투자 유치, 단지 확장 등 경제적 효과가 확인됐다.

이번 소부장 특화단지 지정에 대해 벤처투자 업계에서는 기대하는 바가 크다. 선도 기업의 수백조 원에 달하는 투자와 함께 수많은 소부장 기업들이 생태계를 이루기 위한 투자에 나서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벤처캐피털 투자가 활발한 해외 클러스터와 달리 그동안 국내 클러스터에서 벤처캐피털의 역할이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대표적인 클러스터 성공 사례인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에는 대형 제약 회사, 대학, 병원, 스타트업뿐 아니라 벤처캐피털·액셀레이터 등 다양한 주체들이 밀집해 있다. 이 클러스터의 바이오 벤처캐피털 투자액은 미국 내 최고 수준이며 기업공개(IPO)·인수합병(M&A) 등 투자 회수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클러스터 내 벤처기업의 성장과 스케일업을 촉진하고 있다.



우리 벤처 투자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금리 인상 등으로 전 세계가 투자 침체기를 겪는 상황에서 소부장도 예외는 아니다. 소부장은 국가적으로 중요하고 기술 난도도 높아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 특히 산업 특성상 투자 기간이 길고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만큼 벤처캐피털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더 적극적인 유인책이 마련돼야 한다.

우선 소부장 전문 투자조합 활성화 및 정책 지원의 출자 비율 확대가 필요하다. 올해 모태펀드 예산은 3134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40% 감소했다. 민간 주도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취지였으나 펀드 예산 감소는 혹한기인 벤처투자 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었다. 이에 내년 모태펀드 예산은 지난해 수준으로 책정한다고 한다. 민간 투자가 늘어나려면 정부의 시의적절한 마중물이 필수적임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소부장 기업의 기술특례 상장 확대도 필요하다. 민간 투자가 확대되려면 투자·회수·재투자의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M&A 시장이 취약해 투자 회수 수단이 제한적인 만큼 IPO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2020년 도입된 소부장 기술특례 상장은 소부장 전반에 대해 투자자의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최근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기술력은 있으나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소부장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기술특례 상장 확대를 통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첨단 소부장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소부장 전문 투자 심사 인력을 키워야 한다. 소부장 기업에 투자하려면 기술뿐 아니라 전후방 밸류체인, 시장의 성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특히 대기업과 동반 성장했던 과거와 달리 기업 스스로 기술과 시장을 개척하는 시기가 도래한 만큼 소부장에 대한 투자심사역의 전문성도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글로벌 경제 환경은 급변하고 있으며 위기가 곧 기회이기도 하다. 공급망 재편과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는 우리 소부장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산업부의 특화단지 신규 선정이 글로벌 공급망 주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특화단지 조성처럼 정책이 선도하고 민관이 협력한다면 우리 경제의 근간인 소부장 산업이 다시 한 번 도약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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