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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 “삼성·나이키도 처음엔 자영업자였다” ‘보호’보단 ‘육성’을…‘라이콘’ 키운다

  • 김소연, 나건웅 기자
  • 입력 : 2023.07.10 11:03:04
  • 최종수정 : 2023.07.10 11:04:01
1969년생/ 광운대 수학과/ 한국과학기술원 수학과 석사, 수리과학과 박사/ 2000년 테르텐 창업/ 2015년 한국여성벤처협회장/ 2017년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부회장/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당선/ 2022년 제4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현)

1969년생/ 광운대 수학과/ 한국과학기술원 수학과 석사, 수리과학과 박사/ 2000년 테르텐 창업/ 2015년 한국여성벤처협회장/ 2017년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부회장/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당선/ 2022년 제4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현)



‘소상공인의 완전한 회복과 새로운 도약.’

지난해 윤석열정부가 출범과 함께 공표한 ‘110대 국정과제’ 중 맨 앞줄에 위치한 내용이다. ‘국정과제 1호’를 소상공인 관련 정책으로 정할 만큼 사안의 중대성을 깊이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윤정부의 소상공인 정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인물이 바로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54)이다. 지금까지 행보를 돌이켜보면 이전 정부와는 확실히 ‘결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보호’와 ‘지원’ 관점에서 주로 접근했다면 지금은 ‘육성’과 ‘성장’의 대상으로 본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이영 장관이 강조하는 것은 생계형 소상공인을 넘어선 ‘기업가형 소상공인’으로의 전환이다. 스타트업업계에 기업가치 1조 기업 ‘유니콘’이 있는 것처럼 소상공인 중에서도 ‘라이콘(Licorn·Lifestyle & Local Innovaion Uicorn)’을 키워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Q. 최근 중기부에서 단순히 소상공인 ‘지원’을 넘어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소상공인 육성에 힘을 쏟는 배경이 있다면.

A. 예전부터 소상공인은 기업 활동의 ‘출발점’이었다. 소상공인에서 시작해 중소기업, 나아가 중견·대기업으로 이어지는 ‘순환’과 ‘성장’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지금은 먼 옛날 얘기처럼 돼버렸다. 최근 소상공인 육성 정책은 이런 성장 사다리를 복원하겠다는 취지다. 삼성, LG 등 국내 대기업뿐 아니라, 루이비통·스타벅스·나이키 같은 글로벌 브랜드도 대부분 출발은 동네 상점이었다. 하지만 현재 규모와 위상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이런 사실을 대부분 잊은 것 같다. 생계형 자영업자에서 한발 더 나아간 ‘기업가형 소상공인’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애초에 일반 기업·스타트업과 소상공인을 구분하는 자체도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이 ‘기술 기반’이라면, 소상공인은 ‘생활 기반 스타트업’이다. 이런 관점에서 중기부가 내세운 키워드가 ‘라이콘’이다. 소상공인을 ‘라이프스타일과 지역 문화를 혁신해가는 유니콘’으로 육성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개인적인 경험도 관련이 없지 않다. 부모님이 소상공인 출신이다 보니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자연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동네에서 작은 부동산중개사무소를 하셨는데, 돌이켜보면 식구들이 가게에서 숙식을 해결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다. 벤처 기업 대표 출신이기는 하지만 소상공인 DNA도 분명 갖고 있다.

Q. ‘기업가형 소상공인’ 개념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기는 한다. 생계형 소상공인과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 것일까.

A. 기업가형 소상공인은 기업가 정신, 장인 정신 그리고 창의성을 기반으로 성장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일반 소상공인과 차이가 있다고 본다. 그중에서도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새로운 가치’를 사업 모델에 접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거리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 일반 소상공인도 한 발짝만 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면 기업가형 소상공인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기업가형 소상공인으로 나아가기 위한 ‘힌트’도 있다. 중기부는 전통 자영업자에서 소기업 이상으로 성장한 소상공인 사례 약 7500개를 분석했는데, 그 결과 몇 가지 공통점이 도출됐다. 대부분 의식주와 밀접한 영역에서 종사하면서도 ‘생활 편의’를 높이는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였다는 점이다. 또 농식품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한 곳이 많았고 문화·공간·자연 등 지역 내 자원을 잘 활용한다는 점도 두드러졌다.

특히 지역 특색, 이른바 ‘로컬’을 앞세워 거점 브랜드로 성장한 곳이 많다. 단순히 개인만 돈을 잘 버는 것을 넘어 지역상권에 사람을 끌어모으고 전체 매출 성장을 견인하는 이른바 ‘앵커 스토어’ 역할을 하는 기업들이다. 부산 영도 ‘모모스커피’, 강원 양양 ‘서피비치’, 속초 복합문화공간 ‘칠성조선소’, 국내 최초 해녀 다이닝 레스토랑을 표방하는 제주 ‘해녀의부엌’ 등이 대표적이다.

Q. 기업가형 소상공인을 키우기 위해 추진 중인 정책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A. 여러 정책과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놓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강한 소상공인 성장 지원 사업’을 대표 정책으로 꼽을 수 있다. 뛰어난 아이디어를 갖춘 소상공인을 오디션을 거쳐 발굴하고 다양한 분야와 융합·연결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소상공인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창작자와 스타트업, 제조사들을 연결해 ‘팀’을 꾸려주고, 최종 선발된 팀에는 멘토링과 사업 모델 고도화 자금을 지원해 스케일업을 꾀한다.

전반적으로 기존 스타트업 육성 방식을 많이 참고했다. 소상공인에게도 ‘창의 기반 교육’을 진행하고 펀딩이나 사업권 투자, 투자 펀드 조성 등 민간 자금과도 연계해나갈 예정이다. 성공한 지역 기업이 자신의 창업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콘텐츠 기반 ‘장인 학교’도 추진 중이다.

Q. 매칭 융자 등 스타트업 육성 제도를 소상공인 분야에도 그대로 가져오겠다는 발상이 인상적이다. 다만 성장성이나 회수 구조 등 아무래도 스타트업과는 다른 점이 워낙 많은데. 문제는 없을지.

A. 벤처·스타트업 쪽 성공 모델을 벤치마킹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소상공인 특성에 맞게 최적화하는 과정을 거쳤다. 예를 들면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기술 개발 진전이나 제품 완성도에 따라 순차적으로 점점 더 큰 규모의 자금을 투자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소상공인은 개인 사업자가 많고 대부분 저위험, 저수익 구조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투자 방식을 적용하기 어렵다.

소상공인만의 특성을 고려한 투자 방식으로는 ‘동네 크라우드 펀딩’을 계획 중이다. 지역 주민 투자자와 동네 소상공인 제품을 연결하고 수익금 역시 현물로도 지급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예를 들어 투자 수익률이 9%로 정해졌다면 6%는 현금으로, 나머지 3%는 그에 해당하는 액수만큼 제품이나 쿠폰 등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때 주민이 제품을 구매할 유인도 커진다. 해당 소상공인 매출이 좋아야 투자 수익이 더 크게 오르기 때문이다.

Q. 달라진 육성 정책에 대한 최근 소상공인 반응은 어떤지 궁금하다.

A. 관심이 생각보다 훨씬 뜨겁다. 올해 ‘강한 소상공인 지원 사업’은 경쟁률이 각각 44:1을 기록할 정도로 많은 소상공인이 몰려들었다. 지난해 첫 선발 당시에도 경쟁률이 38:1로 너무 높아 선정 팀과 지원 예산을 3배 이상 늘렸는데 올해 경쟁률이 더 높아졌다.

기업가형 소상공인이 없을 것 같은 오래된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에서도 관련 정책에 대한 소개를 많이 요청하고 있고 실제 참여도 많다. 예를 들어 청주 육거리시장에서 3대째 이어온 50년 된 만두 가게 ‘육거리소문난만두’는 세계 최초의 ‘칼로리 제로 만두’를 만든다는 계획으로 올해 강한 소상공인에 선정됐다.

사실 현장을 돌면서 가장 많이 들은 얘기는 “고맙다”였다. 단순히 관련 정책이나 지원 사업을 열심히 해서 그렇다는 게 아니다. “소상공인을 영세 기업이나 사회적 약자로 바라보지 않고 한 기업의 대표로 바라봐줘서 고맙다”는 뜻이었다. 기업가형 소상공인으로의 열망을 확인할 수 있어 오히려 감사하고 뿌듯했다.



생계형 자영업자→기업가형 소상공인

소상공인 정책, ‘지원’과 ‘보호’ 넘어

기술 기반 스타트업처럼 ‘육성’과 ‘성장’

매출·고용 성장률, 스타트업과 비슷

한국 경제에도 ‘신성장동력’ 기대감


Q. 소상공인 육성도 좋지만 ‘지원’과 ‘보호’에 대한 목소리도 여전히 높다. 특히 팬데믹과 고금리 시대를 거치면서 자영업자 사업 환경이 어려워졌다.

A. 성장만 외치는 건 당연히 아니다. 따듯한 동행 차원에서 지원 정책도 당연히 병행해야 한다. 특히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오늘날 따뜻한 동행은 더 중요한 이슈다.

최근 자영업자 대출 규모가 팬데믹 이전 대비 50% 이상 늘고 연체율도 1% 가까이 상승했다. 전반적인 금융 여건 악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취약 소상공인에 대해 저금리 대환보증(9조5000억원), 저신용자 저리융자(8000억원), 중신용자 저금리 특례보증(1조원) 등 금리 부담이 적은 자금을 집중 공급하고 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금융 애로를 면밀히 모니터링해 조만간 민관 협의체를 통해 추가 지원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폐업 시 연착륙을 돕는 재기 지원 프로그램을 늘리고 고용 보험, 풍수해 보험 가입을 확대하는 등 사회 안전망을 확대하는 체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Q. 국내 자영업 시장의 또 다른 문제로 ‘요식업 쏠림 현상’이 지목된다. 인구 대비 식당이 일본보다 3배, 미국보다 5배가량 많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전체적인 자영업 포화도를 낮추고 라이프스타일 등 비외식 비중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있을지.

A. 외식업 진입 문턱이 너무 낮은 것이 문제다. 정부도 이런 한계를 인지하고 있다. 단순 외식 업종에 대해서는 창업 지원에 어느 정도 제한을 두고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신사업 창업 사관학교’ 지원 사업은 음식점업, 물품 도매업, 카페 등 비알코올 음료업을 제외하기로 했다.

다만, 무조건 외식업 창업을 지양하는 것도 문제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단순 음식점이 많은 건 문제일 수 있지만 이들을 ‘F&B 기업’으로, 기업가형 소상공인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면 오히려 기회가 된다고 본다. 현재 K푸드가 인기를 얻고 있다지만 막상 따지고 보면 글로벌 브랜드는 거의 없거나 이제 막 시작 단계다. 앞서 예로 들었던 청주 육거리시장 ‘칼로리 제로 만두’나 강원도 춘천 ‘감자빵’ 등 제품이 F&B 기반의 글로벌 로컬 브랜드로 성장한다면 대한민국의 또 다른 성장동력이 될 수도 있다.

Q. 이외에 준비 중인 소상공인 관련 정책이 있다면.

A. 기존 정책은 소상공인 개개인에 집중하는, 즉 ‘개별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정책이 대부분이었다. 앞으로는 여러 소상공인이 밀집된 ‘상권’ 단위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때 현재는 분산돼 있는 소상공인 애로 사항이나 목소리가 더 집중될 수 있다.

중기부는 지난해 ‘상권’에 대한 국내 최초 법률인 ‘지역상권 상생·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올해 하반기 안에는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한 최초 종합 계획도 수립할 예정이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정책과 관련한 더 다양한 의견 수렴에도 최선을 다하겠다. 불합리한 골목상권 규제 개선을 위해 일반 국민, 또 전문가와 함께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규제 뽀개기’를 추진하는 등 소상공인 영업 환경도 개선해나갈 방침이다. 민간과 현장 중심의 다양한 소상공인 정책이 조속히 성과를 창출하고, 또 그 성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겠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7호 (2023.07.12~2023.07.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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