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기업형 VC 외부 출자 완화책 두고 '갑론을박'

정부, '벤처활성화 3법' 개정 추진
전경련 "CVC 외부 출자 규제 풀어야"
이용우 의원 측 "금산분리에 배치"
VC업계 "활성화 긍정적…쏠림은 우려"
  • 등록 2023-07-13 오전 5:44:38

    수정 2023-07-13 오전 8:38:54

[이데일리 김근우 기자] 40%로 제한된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의 외부 출자 비중을 완화하는 방안을 두고 사실상 금산분리 원칙을 어기는 것 아니냐는 반박이 제기됐다. 벤처투자업계가 침체된 가운데, 규제를 완화하자는 목소리가 반영된 정책의 적절성을 두고 견제의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VC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CVC의 외부 자금 조달 비율이 40% 이상으로 확대된다면 자금 조달 루트가 다양해져 펀드 조성이 원활해질 수 있다. 반면 안 그래도 출자자가 한정적인 상황에서 대기업 계열의 CVC로 쏠림 현상이 가속화 돼 일반 VC들의 타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펀드 조성 무산될 정도” VS “지주사 금융업 허용하자는 것”

정부가 이달 초 발표한 ‘2023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는 벤처투자 활성화의 일환으로 관련 규제 완화책이 포함됐다. 핵심은 ‘벤처활성화 3법’의 개정을 추진한다는 내용으로 △CVC 외부 출자 요건 완화 △일반지주회사의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 AC) 보유 허용 △민간 벤처 모펀드 세제혜택 통한 1호펀드 조성 등의 방안이 담겼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이 중에서 CVC 외부 출자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40%로 제한된 CVC 조성 펀드의 외부자금 비중 뿐 아니라 20%로 제한된 해외 벤처기업 투자 비율 규제도 더 풀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경련은 CVC가 외부 투자자와 50:50의 지분으로 출자해 펀드를 조성하고 공동운용(Co-Gp)을 하고 싶어도, 외부자금 출자가 40%까지만 허용돼 펀드 조성이 무산된 사례도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아울러 해외는 CVC 설립 방식과 조성 상 특별한 규제가 없어 다양한 외부기관이 자금을 출자하는 등 기업이 자율적으로 구조를 선택할 수 있다는 근거도 제시했다.

CVC(Corporate Venture Capital)는 회사 법인이 대주주인 벤처투자전문회사로, 통상 같은 계열의 대기업 그룹에서 상당 부분 자금을 출자하고 외부출자자의 펀딩도 함께 받아 벤처기업에 투자한다. 2020년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제도가 도입됐는데, 당시에도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업 진출을 금지하는 ‘금산분리’ 규정과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논란 끝에 도입이 이뤄진 바 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은 “도입 당시에도 금산분리 원칙에 맞지 않아 허용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거세게 제기된 바 있다”며 “외부자금 한도인 40%도 완화하자는 것은 사실상 일반지주회사에 금융업을 허용하자는 주장과 마찬가지”라며 이번 규제 완화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있다.

또 이 의원 측은 미국에서도 외부 자금 수혈 없이 일반지주회사의 자금만으로 벤처투자를 하고 있다는 근거도 내세우고 있다. 알파벳의 자회사인 구글벤처스가 알파벳을 단일 출자자로 하는 펀드를 조성하고, 시스코 역시 CVC 전담조직인 CCD(Corporate Venture Capital)라는 내부 부서를 통해 직접투자를 진행하는 사례 등이다.

벤처투자 활성화 위해 필요…‘CVC 쏠림’ 우려도

VC업계에서도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CVC의 펀드 조성 여건이 나아지면서 벤처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CVC가 아닌 일반 VC들의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VC 업계 A 관계자는 “CVC가 펀드의 60% 이상을 사실상 자기부담으로 조성해야 하기 때문에 펀드 결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우리나라의 벤처투자시장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환경에서의 규제 완화는 대기업 계열의 CVC의 역할이 커지고 일반 VC의 역할이 작아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일반 VC가 기여했던 다양한 분야, 즉 초기단계 투자나 각 운용사의 투자 색깔(문화, 환경, 농식품, 기술특허, 지방투자 등)이 반영된 투자가, 대기업 입맛에 맞는 투자 섹터와 계열 확대의 방편으로 쓰일 수 있다”며 “스타트업도 대기업 CVC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고유의 사업모델을 수정하거나 일부 분야는 투자 유치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VC업계의 B 관계자 역시 “벤처투자 확대라는 대전제로 VC가 늘어나는 것은 좋다”면서도 “다만 기존 벤처캐피탈에 대한 구축효과 발생과 대기업의 계열사 확대에 도움을 주는 꼴이 돼 쏠림현상만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CVC 에는 2세들의 참여가 늘어나고 있어 상속수단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들이 업계에도 많이 있다”며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는 벤처를 잘 아는 Vehicle(투자 수단)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현재의 규제들이 다소 구시대적이며 시대의 흐름을 고려할 때 규제를 완화해 줄 필요성이 크다는 의견도 나왔다. VC업계 C 관계자는 “재벌을 견제하는 기구는 옛날에 비해 매우 다양해지고 투명해졌다”며 “재벌을 규제하려고 만들어 놓은 장치들이 새로운 산업이 태동하는데 많은 제약사항이 되고 있어 옛날의 기준으로 만들어 놓은 것들은 일부 완화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은행은 이미 디지털 분야에서 만큼은 대기업 그룹에도 문호를 열기 시작했다”며 “가장 보수적으로 여겨지는 은행에서 열었는데 여전히 금산분리·은산분리를 얘기하는 것은 다소 시대의 흐름이 반영되지 않은 낙후된 이야기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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