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심사조차 꺼려요"…K바이오 고사 위기

[자본시장 외면에 K바이오 고사 위기]①
투자금 유입 마른 바이오
경영난 속에 지분매각·유상증자 잇따라
투자업계선 “바이오 구조조정 불가피해”
  • 등록 2023-07-12 오전 4:00:00

    수정 2023-07-12 오전 4:00:00

[이데일리 지영의 기자] “투자심위위원회에서 바이오 투자건은 거의 통과가 안되는 상황이다. 그나마 선별적으로 받아주던 곳들도 지금은 아예 심사 안건으로 올리지 않는 분위기다”

자본시장 큰손들이 고금리 기조 및 투자 시장 불확실성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위험자산 투자를 줄이면서 바이오 업종은 메마른 돈줄에 고사위기에 놓였다. 한창 신약 및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던 바이오 기업들 조차 추가 자금 수혈을 받지 못해 극심한 경영난을 겪거나 끝내 창업주가 경영권을 매각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같은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서는 정부가 좀 더 마중물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11일 중소벤처기업부 및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 바이오·의료 부문 투자액은 전년 동기 대비 62% 감소한 152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기준 총 투자대금은 1조1058억원으로 전년 대비 34.1%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기술개발이 일정 단계 이상 진행되기 전까지 매출을 내기 어려운 바이오기업 특성상 적자기업이 대부분이다. 자생력이 없는 바이오벤처들은 성장 단계별로 지속적인 자금 유입이 절실하지만 투자자들이 잇따라 외면하면서 존폐 기로에 놓이는 바이오기업이 속출하는 모양새다.

항체치료제 개발 기업인 파멥신(208340)은 최근 경영권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운영비용을 조달하지 못해 지속적인 경영난에 시달리다 끝내 경영권 매각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300억원 규모 제 3자 배정 유상증자 절차를 밟아 내달 26일 유상증자 주금 납입이 마무리되면 개인투자조합이 최대주주로 올라설 예정이다. 파멥신은 지난 2008년 설립돼 올해로 설립 16년차를 맞은 국내 1세대 바이오벤처다. 오랜 기간 기술 성과에 대한 기대를 받아온 곳이지만 끝내 지속적인 임상 개발비 지출을 견디지 못했다는 평가다.

자금난에 시달려 위기징후가 보이는 곳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누적된 기존 채무를 돌려막아야 하거나, 운영자금 마련이 시급해 유상증자에 나서는 바이오 기업도 잇따르고 있다. 전반적으로 바이오기업 주가가 크게 꺾여 유상증자로 인한 주식 가치 희석이 더 클 수밖에 없지만, 자금조달 창구가 마땅치 않아 강행하는 분위기다. 에스디바이오센서(3104억원), 진원생명과학(818억원), CJ바이오사이언스(650억) 등이 잇따라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다.

투자업계에서는 경영권난을 견디지 못하는 바이오벤처가 줄줄이 나올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당분간 바이오에 자금을 풀지 않는 분위기가 지속될 상황이라는 평가다.

정부 주도의 민관 합동 K바이오 펀드조차 민간 자금 유치 난항에 규모를 대폭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망한 기업들마저 고사위기로 내몰릴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당분간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기회의 장 마련 및 규제완화 등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평가다.

한 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제는 시장에서 자금 지출 문턱을 더 높일 테고 당분간 바이오기업들 사이에서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지금 시장 환경에서 (바이오를 지원할) 민관합동 펀드를 조성하려면 민간에서 거액의 자금을 끌어오려고 할 것이 아니라 정부 출자 비중을 더 높이고, 구조상 리스크를 더 많이 끌어가는 방식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천표 지아이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가 주관하는 ‘바이오벤처 투자 활성화 전략과 지원 정책 모색’ 포럼에서 “바이오벤처가 추가적인 투자 유치 없이 자립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개발 중인 기술의 빠른 상용화를 통한 매출 창출”이라며 “여전히 제품 허가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 규제 완화를 통해 개발 중인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시장 진출이 빨라지면 바이오벤처들의 자금 확보에 큰 도움이 되며, 투자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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