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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VC 규제 완화 카드 꺼냈지만…글로벌 행보 보니

[CVC 열전]②
투자 혹한기 벤처투자 규제완화 요구 지속
전경련, “韓 유니콘 글로벌 비중 반토막”
벤처활성화 3법 추진…해외투자 요건 완화 제외

기존에 벤처투자시장을 이끌었던 벤처캐피탈(VC)들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보수적인 투자 기조가 이어지면서 비교적 펀드레이징 우려가 적은 CVC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송재민 기자] 경기 침체 속에서도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의 활약이 지속되는 가운데 투자 활성화를 위해 관련 규제 개선과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해 하반기 정부는 벤처투자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CVC 규제 완화책을 내놨지만 해외투자 요건 완화는 제외돼 ‘반쪽짜리 규제 완화’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분기 국내 벤처·스타트업 투자액은 8815억원으로 전년동기(2조2214억원) 대비 60.3%나 감소했다. 2022년 누적 투자 금액 또한 전년 대비 11.9% 감소한 6조7640억원으로 벤처시장의 투자 경색 기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규제로 인해 실질적 벤처투자 활성화 어려워 

재계는 벤처투자 업계의 위기를 타개할 방안으로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 CVC 자금조달 및 투자 관련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CVC 활성화를 위해 풀어야할 대표적인 규제로 외부자금 비중 제한과 해외 벤처 투자 비율 제한을 꼽았다. 외부자금 비율을 최대 40%로 제한하는 규제 때문에 펀드 조성이 무산되는 등 실질적인 벤처 투자 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일반적으로 벤처투자조합 공동운용시 운용주체가 50%씩 출자하는 것이 관례처럼 통용된다. 그러나 일반지주회사 CVC는 외부투자자가 40%까지만 출자가 가능해 규제 완화의 혜택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CVC 펀드가 해외 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비율도 펀드 조성액의 최대 20%로 제한하고 있다. 특히 해외투자의 경우 제도를 악용한 재벌들의 해외 사금고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에 강력한 규제가 적용됐다. 국회에서도 관련 논의 과정 중 중소벤처부와 공정위는 “CVC 허용과 관련, 타인자본을 통한 지배력 확장, 총수일가 사익편취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그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지난 2021년 말 일반 지주회사에게 벤처투자회사 설립을 허용하는 제도가 시행되면서부터 기존 VC보다 강한 규제를 받았다. CVC 허용으로 비금융 대기업이나 지주회사가 편법적 경영권 강화나 승계, 총수일가 사익편취 경로로 이용될 것이란 우려가 공존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안정장치로 CVC에 투자행위 외 타 금융업을 금지하는 제한 규정을 마련하기도 했다. 금융·산업 간 상호소유·지배를 금지하는 금산분리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CVC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요구는 당시 공정거래법이 개정·시행된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CVC 제도의 시장 안착 작업에 우선적으로 집중하겠다고 밝히면서 규제 완화는 추후 논의하겠단 입장이었다. 이후 CVC 제도가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했고 투자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이 필요한 시점이 도래한 만큼 재계에서 다시 제도 완화를 주장하고 나선 모양새다. 

전경련은 이 같은 규제로 인해 펀드 조성이 무산된 사례도 있다고 밝히며 다양한 투자 활성화 방안에 제약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최근 한 지주회사 소속 CVC가 외부 투자자와 50대50 지분으로 출자해 펀드를 조성하고 공동운용을 검토했으나 외부자금 출자 한도 규제로 인해 무산됐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적극 유도하기 위해 지주사 CVC 관련 규제 완화를 꾸준히 주장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저성장 극복을 위한 투자활성화 정책에 관한 건의 사항을 정부와 국회에 전달하는 등 지속적으로 관련 논의를 해왔다. 대한상의의 투자 촉진 방안에는 금산분리 완화와 CVC 관련 제한 해제 등이 포함됐다. 

규제 자유로운 해외 CVC 투자 활발

국내와 달리 해외는 CVC와 관련한 별다른 규제가 없다. 일반지주회사의 CVC의 설립 방식이나 펀드 조성 시 지켜야 할 특별한 규제가 없어 기업이 자율적으로 구조를 선택할 수 있다. 기업이 각자의 생태와 사정에 맞게 CVC와 펀드의 구조를 결정하고 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에 적합하다. 대표적으로 구글의 CVC 구글벤처스나 인텔의 인텔캐피털 등이 이러한 제도를 바탕으로 대표적 스타트업을 발굴해왔다. 

실제로 글로벌 CVC들은 투자 혹한기에 더 활발한 활동을 보이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글로벌 CVC들은 지난 한 해 유럽에서 이뤄진 연간 투자 라운드 참여율 22%를 달성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반면 전 세계 유니콘 기업가치 중 한국 유니콘이 차지하는 비중이 최근 5년간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유니콘 기업의 가치는 2019년 1조3546억 달러에서 올해 3조8451억 달러로 183.9% 증가했지만 한국은 290억 달러에서 325억 달러로 12.0%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유니콘 기업가치 중 한국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1%에서 0.8%로 급감했다. 

정부도 지난 4일 발표한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벤처활성화 3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벤처3법은 △민간 벤처 모펀드 세제 혜택(조세특례제한법 개정) △액셀러레이터(창업 기획자) 형태의 CVC 설립 허용(공정거래법 개정) △CVC 외부출자 요건 완화(공정거래법 개정) 등이다. 그러나 그간 업계에서 요구해온 해외투자 요건 완화는 제외됐다. 국내 투자 활성화 목적에 부합한 제한들을 중심으로 규제를 완화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벤처투자업계는 규제 완화 방향성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벤처기업협회는 정부의 발표 이후 입장문을 통해 “벤처활성화 3법을 통해 벤처투자 시장의 활력 제고와 비상장 벤처기업의 성과조건부 주식제도 특례 도입 및 벤처생태계 글로벌화 대책 마련은 어려운 시기 벤처기업의 자금 및 우수 인재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수출활성화 및 금융공급, 규제개선 등 다양한 대책이 마련되어 있는 만큼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과 현장을 고려한 후속조치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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