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으로 투자 범위 넓히는 LX그룹…앞단 설 CVC 역할에 관심
입력 2023.07.07 07:00
    외형 확대 덕에 3년만에 '대기업' 타이틀
    CVC 설립도 앞둬…신재생에너지·반도체 소부장 투자할 듯
    'LX세미콘' 그룹 중추 계열사될까…승계작업에도 '관심'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외형확장에 방점을 둬온 LX그룹이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설립한다. 석탄, 물류 등 전통사업에서 반도체, 2차전지 등 신사업으로 중심추를 옮기는 과정에서 신사업 투자 중심에 설 CVC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관심이다.

      LX그룹은 2021년 5월 인적분할 방식으로 LG그룹으로부터 떨어져나왔다. 계열분리된 LX그룹의 지배구조는 LX홀딩스가 LX인터내셔널(광물자원·물류), LX하우시스(건축자재), LX세미콘(시스템 반도체), LX MMA(석유화학), LX판토스(물류) 등 5개 기업을 거느리는 형태다. 출범 초기부터 "주력 사업이 마땅치 않아 보인다"는 평가가 없진 않았고, 시스템 반도체 팹리스 기업인 LX세미콘의 활용법엔 관심이 모아졌다.

      우려와 달리 LX그룹 사세는 빠르게 확장했다. 그룹 자산총액은 계열분리 전인 2020년 8조원대에서 지난해 10조원대를 돌파했다. 2003년 일찍이 LG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한 LS그룹의 자산총액은 약 29조원 수준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LX그룹을 대기업으로, 구본준 회장을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했다. 독립 이후 3년여만이다.

      주요 계열사인 LX인터내셔널과 LX판토스를 중심으로 한 외형 확대 덕이란 평가다. 해당 계열사들은 지난해 영업이익 또한 크게 증가했다.

      석탄 등 광물자원 사업을 영위해온 LX인터내셔널(전 LG상사)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석탄 가격이 오른 덕에 실적이 크게 상승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년 만에 6배가량 늘었다. 영업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친환경 기업으로의 전환도 가속화하는 중이다. 6월 친환경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운영하는 포승그린파워를 인수하거나 SKC, 대상과 함께 생분해 플라스틱(PBAT) 합작사(JV)를 설립했다. 최근엔 에너지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전주원파워 인수에도 관심을 보이는 중이다.

      LX인터내셔널은 소재사업 확대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올해 3월 한국유리공업 지분 100%를 인수, 유리소재분야로 진출한 데 이어 니켈 등 2차전지 소재분야 투자 검토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LX판토스는 물류 호황으로 2년 만에 영업이익이 2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엔 캐나다 1위 물류회사인 트래픽스에 지분투자를 단행, 북미로의 물류사업 확대를 꾀했다. LX판토스의 모회사인 LX인터내셔널이 HMM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도 있다. 해운이 글로벌 물류의 중추 사업인 만큼 LX판토스와의 시너지가 기대되긴 하지만, 다소 높게 책정될 매각가를 감안하면 인수가 녹록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LX그룹의 미래 먹거리로는 '반도체'가 꼽힌다. 반도체는 구본준 회장의 '못 다 이룬 꿈'이다. 구본준 회장은 LG반도체 대표이사 취임 1년 뒤인 1999년, LG그룹 사업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정부 주도 빅딜에 의해 LG반도체를 현대전자(現 SK하이닉스)에 넘긴 과거가 있다. 실제로도 반도체 분야에 상당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계열사 중에선 LX홀딩스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LX세미콘에 집무실을 둔 것도 알려진 일화다.

      LX그룹의 신사업 중추가 'LX세미콘'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지난해 LX그룹은 현대전자에서 비메모리부문이 분할돼 설립된 매그나칩 인수에 뛰어들며 반도체 사업에 대한 의지를 시장에 내비쳤다. 디스플레이 구동 집적회로(DDI) 제조 등 사업 영역이 일부 겹치는 데다 전력반도체로의 포트폴리오 확장 기대감에 인수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고금리·고환율이 발목을 잡았다.

      이 외에도 LX세미콘은 국내 차량용 반도체 설계회사인 텔레칩스 지분 10.9%를 취득한 상태다. 최근엔 LX세미콘이 삼성전자 파운드리 포럼에 참가해 삼성전자  파운드리와의 협력 강화 의지를 밝히는 등 수요처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LX세미콘이 DDI를 개발하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제작하는 식이다. LG그룹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나가는 차원이기도 하다. 

      출범을 앞둔 LX그룹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LX벤처스의 역할에도 주목된다.  LX벤처스는 금융감독원에 신기술사업금융업(이하 신기사) 면허를 신청한 상태다. 첫 펀드는 LX그룹 주요 계열사로부터 출자를 받아 조성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반도체, 2차전지 영역 투자를 검토 중인 기업들 또한 금융계열사를 활용해 기술력을 보유한 스타트업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다. 통상 계열사가 조성한 펀드를 통해 지분투자를 하면, LP로 참여하는 계열사는 출자비율만큼의 책임을 지는 등 부담을 다소 줄이는 이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LX홀딩스 측은 "계열사 주력 사업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영역을 중심으로 해서 초기투자가 이어질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물류 자동화, 친환경 소재에서 더 나아가 중장기적으로는 빅데이터, 미래 식량자원 등으로 투자범위를 넓힐 것이다"라며 "계열사에 소속된 투자팀과 다르게 그룹 전반적으로 필요한 투자를 집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승계 작업도 지켜볼 이슈다.

      CVC 설립 소식에 구본준 회장의 딸인 구연제 씨가 LX벤처스에 합류할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가 됐다. 구연제 씨는 LB인베스트먼트 등 VC 하우스에서 경험을 쌓아왔으며, 벤처투자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LX홀딩스 측은 "CVC 설립 관련 보도자료에 '투자전문인력과 준법감시인, 관리인원 등 총 6명 규모로, 직전까지 LX홀딩스에서 경영전략팀장으로 투자를 담당해 온 이근명 대표가 이끈다'라고 명기, 6명으로 확정된 만큼 구연제 씨 합류 가능성은 없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구본준 회장의 장남인 구형모 전무의 승계 작업도 본격화한 상태다. 구본준 회장으로부터 LX홀딩스 지분을 증여받아 2대 주주로 오른 이래 지난해 말 그룹의 소위 '싱크탱크' 계열사인 LX MDI의 대표이사로 오른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