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건수 회장 "커진 벤처투자 산업 속 민간 자금 유치 필요…지금이 적기"

올해 2월 한국벤처캐피탈협회(이하 협회) 15대 신임 회장으로 오른 윤건수 회장(DSC인베스트먼트 대표, 사진)은 취임식에서 7가지 공약을 내세우며 국내 벤처투자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달로 취임 5개월 차를 맞고 있는 윤 회장은 공약을 지키기 위한 본격 행보에 나서고 있다.


최근 집중하고 있는 것은 '벤처투자 데이터 통합'이다. 윤 회장은 "임기 내 반드시 데이터 통합을 이룰 것"이라고 힘주었다. 협회 회장의 임기는 2년이다.


벤처투자법(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올해 말 벤처투자회사로 명칭이 변경될 예정인 창업투자회사를 관리·감독하는 정부 부처는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다. 중기부는 매년 벤처투자회사에서 받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매 분기·연도마다 벤처투자 관련 통계를 발표하고 있지만, 이는 반쪽짜리라는 지적은 꾸준히 있어왔다.


국내 벤처투자를 하는 '벤처캐피털'이라고 할 수 있는 기관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벤처투자법에서 정의하는 벤처투자회사와 금융감독원 소관인 신기술사업금융회사(이하 신기사)다.


수년 전부터 일반 증권사, 자산운용사가 신기사 등록을 완료해 벤처투자업을 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은행이나 보험사 등 일반 금융기관의 경우 자체 자금을 활용해 벤처기업에 투자하거나 벤처캐피털이 운용하는 펀드에 자금을 출자해 간접적으로 투자에 참여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문제는 신기사로 등록한 벤처캐피털의 투자 데이터 확보를 할 수 있는 길이 아직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중기부가 발표하는 자료에는 사실상 중기부 소관의 벤처투자회사 투자활동·운용 펀드규모만이 담겼다.


제대로 된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하는 것은 신뢰성 문제와 직결된다. 국내 벤처캐피털 산업은 몇 년 사이 크게 성장했고 커진 만큼 관심을 가지는 사람과 보는 눈들이 많아졌다.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성장사다리펀드 운용사), 한국벤처투자(모태펀드 운용사)등 정부 자금 중심이었던 벤처투자 생태계에 민간기업이나 금융기관 자금을 유치하려는 시도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벤처펀드 같은 모험자본의 필요성을 금융기관 등에 강조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신뢰성'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윤 회장은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은 보수적인 만큼 확실한 데이터가 필수적"이라며 "벤처캐피털이 운용하는 펀드에 출자하는 출자자(LP)들이 통합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정보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협회와 유관 부처 등이 협력해 투자 정보를 통합하고, 이를 시스템화하기 위한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중기부와 금융위원회 모두 벤처투자 정보를 통합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두 정부 부처는 지난 4월 '경제위기 극복, 미래 성장동력 화보를 위한 혁신벤처 스타트업 자금지원 및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자료에는 벤처투자 동향을 알기 위한 집계 대상에 기존 벤처투자조합뿐만 아니라 신기사가 운용하는 신기술사업투자조합도 포함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를 위해 협회와 여신금융협회, 금융감독원, 농업정책보험금융원,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등 8개 기관으로 구성된 민간벤처투자협의회가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데이터 통합과 더불어 벤처투자 생태계로 민간자금을 유치하는 방안도 동시에 고민하고 있다.


민간모태펀드 결성 등 현 정부에서는 벤처투자 생태계에 민간 자금이 유입되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자금을 출자하겠다는 기관·기업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윤 회장은 '퇴직연금'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회장은 "퇴직연금이야말로 모험자본 성격과 맞다"고 말했다. 한 벤처투자조합이 결성되고 청산되기까지 일반적으로 8년의 기한이 필요하다. 퇴직연금 역시 단기 수익을 노리지 않는 장기 자금이고 수익을 내야 하는 성격의 돈인 만큼 모험자본과 궤를 함께 한다는 설명이다.


퇴직연금이 민간모태펀드의 자금 원천이 되고, 이를 다시 일반 벤처캐피털(GP)이 결성하는 펀드에 출자한다면 자금 손실 위험성(리스크)도 낮아진다는 장점도 있다.


윤 회장은 "퇴직연금이 간접에 간접을 더해 벤처투자 생태계에 들어오면 리스크도 낮아진다"며 "벤처캐피털과 벤처캐피털이 운용하는 펀드가 국가 산업과 경제를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되고 우리는 이를 위한 '머슴'이 된다는 자세로 다양한 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종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