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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M] 에어퍼스트 인수전, 성장 전략이 승패 갈라

강두순 기자
박창영 기자
입력 : 
2023-06-22 17:40:07
수정 : 
2023-06-23 10: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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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M 1조 자금회수 막전막후
투자 불황에도 조단위 러브콜
초반 열세 평가받던 블랙록
해외네트워크·투자경험 바탕
경쟁사 제치고 지분 30% 인수
사진설명
이달 초 국내 산업용 가스업체 에어퍼스트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에서 1조1100억원을 유치한 사례가 투자은행(IB)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 대주주 IMM 프라이빗에쿼티(PE)는 4년 전 약 1조원에 인수한 에어퍼스트 지분을 30%만 팔고도 투자 원금을 웃도는 자금을 회수하는 것에 성공했다. 금리 상승으로 대체투자 시장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진 가운데, 경영권 없는 소수지분을 매각하고 연환산내부수익률(IRR) 39%를 올린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에어퍼스트를 향한 투자 열기는 지난 3월 예비입찰 때부터 확인됐다. 10여 곳의 국내외 전략적투자자(SI)와 재무적투자자(FI)가 몰리며 최근의 냉랭한 시장 분위기를 무색하게 했다. IMM PE는 이 중 블랙록자산운용,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브룩필드자산운용, CVC캐피탈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만 추려 본입찰을 진행하게 됐다.

일부 후보는 지분 50%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2조원대 투자를 하겠다고 제안했다. 자신들이 IMM PE와 에어퍼스트를 공동 경영하며 보다 적극적인 가치 제고 방안을 제시하겠다는 것이었다. IMM PE로서는 향후 투자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위해 고려해볼 만한 선택지였다. 해당 후보들이 인프라스트럭처 시장에서 잔뼈가 굵었다는 점도 에어퍼스트 미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IMM PE는 블랙록에 경영권 없는 지분 30%만 넘기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유는 에어퍼스트가 계획 중인 해외 진출을 보다 추진력 있게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공동 경영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모을 때가 아니라 기존 대주주가 신속한 결정을 해야 할 시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블랙록은 1경3000조원 이상을 운용하며 전 세계 주요 기업들에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어 에어퍼스트 글로벌 진출에 지렛대 역할을 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도 5% 이상 보유하고 있어 에어퍼스트 주요 고객인 삼성전자와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도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다.

블랙록은 애초 본입찰 참여 후보 중 가장 약세로 여겨졌다. 한국에 별도 투자팀을 두고 다양한 투자 실적을 올려온 경쟁사들과 달리 한국에 사모펀드(PEF) 투자를 할 수 있는 별도 팀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블랙록은 최근 조성한 '글로벌 인프라스트럭처 4호 펀드'의 첫 투자처로 에어퍼스트를 겨냥하고 다양한 거래 구조를 제안했다. 대주주 IMM PE가 안정적으로 경영을 펼쳐 나갈 방안을 제안한 끝에 경쟁사들을 따돌리는 데 성공했다.

IMM PE는 인수 이후 4년간 에어퍼스트에 환골탈태급 변화를 주며 세계 유수 펀드 운용사의 러브콜을 받을 수 있었다. 2019년 독일 린데의 한국 사업부를 인수한 뒤 집중적 인수 후 기업 통합(PMI)을 통해 독립적인 회사로 안착시켰다. 사업개발팀을 보강하고, 시공 자회사 에이에프이엔씨(AF E&C)를 신설하며 삼성전자 평택공장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세아씨엠, DB하이텍, 포스코퓨처엠, 유미코어, 원익홀딩스, TEL 등 다양한 기업을 고객사로 맞이했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기존 고객사에서도 신규 수주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2019년 1043억원에서 지난해 1420억원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매출은 2689억원에서 6031억원으로 2배 이상 상승했다. 인수 이전 국내 산업용 가스 시장에서 4~5위 수준이던 지위는 지난해 기준 2위로 급등했다.

지분 30%만 팔고도 투자 원금 이상을 회수하면서 국민연금, 교직원공제회 등 주요 펀드 출자자들도 조기에 투자 원금을 되찾게 됐다. 아울러 잔여 지분 70%에 대한 추가 가치 상승 기대감도 크다. 현재 수주한 계약만 정상 으로 진행해도 2026년 EBITDA가 3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증가하게 된다. 에어퍼스트는 올해 말 삼성전자 미국 반도체 공장 가스설비 공사를 따내겠다는 목표로 전략 수립에 들어갔다.

[강두순 기자 /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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