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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창업가에게 투자금 받냐고요? 스타트업 마음을 가장 잘 아니까요

입력 : 
2023-06-21 16: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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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 필딩 '에브리웨어 벤처스' 공동설립자
창업 경험자 500여 명이
신생 기업 250곳에 투자
경영·네트워킹 등 도와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돈·일자리·건강에 초점
韓 핀테크 스타트업 유망
사진설명
제니 필딩 에브리웨어 벤처스 공동설립자가 지난 8일(현지시간) 마드리드에서 열린 '사우스 서밋 2023'의 '유니콘 기업 성장시키기' 세션에 참여하고 있다. 사우스 서밋 2023
스타트업 설립자의 고충 중 하나는 투자금 확보다. 아무리 사업 아이디어가 좋아도 투자금이 없으면 아이디어를 실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에브리웨어 벤처스는 '창업가의 마음은 창업을 해본 사람이 안다'는 신념을 기반으로 고액 자산가나 기업이 아닌 설립자 투자금으로 운영되는 미국 벤처투자 회사다. 창업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다른 신생 기업을 지원하는 '커뮤니티'다. 모태는 2018년 설립된 '더 펀드'다. 글로벌 액셀러레이터인 '테크 스타' 뉴욕지사에서 매니징 디렉터로 일하고 있었던 제니 필딩 공동설립자는 초기 단계 투자자 스콧 하틀리와 사이드 프로젝트로 '더 펀드'를 시작했다(공동설립자들이 작년 해당 프로젝트에 풀타임으로 전념하게 되면서 더 펀드는 에브리웨어 벤처스로 리브랜딩됐다). 에브리웨어 벤처스는 500달러에서 200만달러 사이의 투자금을 확보하려는 초기 단계 기업들에 투자한다. 에브리웨어 벤처스의 실제 투자 규모는 50달러에서 25만달러 사이다. 현재까지 에브리웨어 벤처스는 250개의 신생 기업들에 투자했다.

매일경제 MK 비즈니스 스토리는 지난 8일(현지시간) 마드리드에서 열린 '사우스 서밋 2023' 행사장에서 연사로 참가한 필딩 공동설립자를 만나 창업자로서 그가 걸어온 길과 에브리웨어 벤처스가 어느 부문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하는 중인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필딩 공동 설립자와의 일문일답.

―에브리웨어 벤처스를 공동 설립하게 된 계기는.

▷뉴욕에서 (모바일) 기업을 창업한 후 7년 반 정도 글로벌 액셀러레이터인 '테크 스타' 뉴욕지사에서 근무했었다(테크 스타는 초기 단계 투자를 하고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기업으로 3500개 이상의 신생 기업에 투자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에브리웨어 벤처스를 공동 설립하게 됐다.

―기업가로서 마주했던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나.

▷첫 사업을 2007년 뉴욕에서 시작했다. 당시에는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조성되지 않았다. 따라서 해당 기업 관련 지원을 얻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로스쿨 출신이고 은행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나에게 사람들은 '기술 기반 기업을 시작하려면 캘리포니아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을 둘러보니 그때는 기술 기반 기업에 대한 생태계는 없었지만 자원은 풍부한 점을 깨달았다. 월스트리트에 모인 자본, 부동산, 유수한 엔지니어링 학교, 기술 분야 인재, 다국적 기업의 뉴욕 사무실 등 훌륭한 (스타트업) 자원들이 많았다. 따라서 캘리포니아로 가는 대신 뉴욕에서 첫 사업을 시작했다.

―세상에는 수많은 벤처캐피털 기업이 있다. 에브리웨어 벤처스만의 차별성은.

▷대다수 벤처펀드들은 고액자산가나 기업들의 투자로 이뤄진다. 에브리웨어 벤처스의 투자금은 다른 설립자들로부터 확보된다. 기업가로서의 경험이 있어 창업이 얼마나 힘들고 얼마나 높은 회복력을 요구하는지를 이해하는 개인들이 에브리웨어 벤처스의 투자자들이다. 현재까지 에브리웨어 벤처스의 투자자 수는 500명이고 자사가 투자한 신생 기업 수는 250개다. 우리가 투자한 대부분 스타트업들은 기술 기반 신생 회사다.

―에브리웨어 벤처스는 주로 3개 부문에 있는 초기 단계 신생 기업들에 투자한다. 돈, 건강, 일자리다. 해당 3개 부문에 집중 투자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이전에는 다방면에 투자했다. 하지만 세 번째 펀드 투자금을 유치했을 때 '세상이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를 생각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해 '진짜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돈, 일자리, 건강이 살아가면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요소라 생각해 해당 부문에 대한 투자를 중점으로 두게 됐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돈 부문 투자는 디지털 결제, 전자상거래 등 결제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 기반 기업에 대한 투자를 의미한다. 일자리 부문은 (업무) 자동화 등의 기술을 선보이는 신생 기업에 대한 투자를 뜻한다. 건강 부문은 자사 웹사이트에서도 소개했듯이 원격의료 등을 가능케 하는 기술 기반 기업에 대한 투자다.

―당신은 세 부문 중 어디에 가장 많이 투자했나.

▷현재 모든 투자는 개인투자가 아닌 에브리웨어 벤처스 펀드를 통해 하고 있다. 나는 셋 중 '돈' 부문에 투자를 가장 많이 했다. 특히 핀테크 기업에 많은 투자를 했다. 2015년부터 핀테크 부문에 투자했다. 이제 모든 기업이 핀테크 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3월 일어난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은 큰 충격이었다. 이 사건은 에브리웨어 벤처스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은 자산 분산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에브리웨어 벤처스는 꽤 오래전 다양한 은행에 자산 분산을 해놨다. 해당 사건은 미국의 18번째 대형은행이어도 안정성이 크지 않다는 점을 알렸다.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이 자사에 미친 영향은 금전적 영향이 아닌 감정적 영향이었다. 초기 단계 기업 설립자들은 유치하기까지 오래 걸린 투자금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실리콘밸리은행 파산과 같은 또 다른 사태가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 은행 시스템 개선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경제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기업가치가 부풀려진 기업들이 많은 점이 실리콘밸리은행 유동성 부족의 요인 중 하나였다. 기업들의 가치가 제대로 책정돼 은행 시스템 안정에 기여하길 바란다.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한 경험이 있나.

▷아직까지는 없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의견을 말하자면 여기엔 놀라운 혁신, 창의적 인재들이 포함됐다. 하지만 2016년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만났던 신생 기업들에는 글로벌 시각이 없었다. 물론 한국 신생 기업 중 글로벌 시각을 갖춘 곳들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몇 년 전 만났던 곳들은 그렇지 않았다.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한다면 어느 부문에 투자할 것 같나.

▷한국에는 흥미로운 핀테크·결제 스타트업들이 있다. 해당 부문에 관심이 있다. 또 인공지능 부문도 고려할 것이다.

[마드리드 윤선영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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