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벤처투자시장 BDC 같은 혁신이 필요하다
최근 금리 상승과 벤처투자시장 위축 등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벤처기업의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 벤처기업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정도는 더욱 심각하다. 벤처기업협회 조사 결과 벤처기업 70% 이상이 작년보다 올해 자금 사정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주요인으로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인한 금융 비용 증가’를 꼽았다. 올해 1분기 벤처투자액은 8800억원으로 작년 1분기(2조2000억원) 대비 60%나 감소했다. 이런 때일수록 다양한 선진 금융제도나 혁신적 금융정책 도입을 통해 벤처투자시장에 지속적이고 과감한 혁신자본을 공급해야 한다.

얼마 전 벤처업계의 숙원인 복수의결권 제도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오는 11월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번 복수의결권 제도화는 대한민국의 혁신이 승리한 상징적 의미가 있다. 고성장 벤처기업들은 경영권 위협 없이 대규모 투자 유치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수많은 청년이 벤처 창업의 꿈을 활짝 펴는 계기도 될 것이다. 이 같은 혁신적인 제도의 파급 효과는 단순한 산술적 가치를 넘어 대한민국의 위기를 극복하는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데 있다.

벤처를 활성화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혁신적 제도로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business development company) 도입도 논의 중이다. 현재 BDC 제도 도입과 관련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BDC는 공모펀드를 통해 민간 자금을 모집하고, 해당 펀드를 한국거래소에 상장해 개인들이 비상장 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정책 금융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BDC는 민간 자금을 대규모로 유치해 기업 성장을 촉진하고 정책 금융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BDC 도입의 또 한 가지 중요한 의미는 대규모 자금 투자를 통해 벤처기업의 스케일업 지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근 벤처기업 후속 투자 등 대규모 투자가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스케일업을 위해서는 자금과 투자자의 다양성이 요구된다. 투·융자 겸용 펀드라든지 장기자본 확대, 개인투자자 등 다양한 투자자가 벤처투자시장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은 금융위기 전후 BDC가 활성화돼 115개가 운영 중이고, 영국도 57개의 투자기구가 운영되고 있다. 선진국에서도 활성화된 제도가 국회 정무위에 계류돼 있는 건 BDC가 투자자 보호에 미흡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정부안에는 투자자 피해 방지를 위해 공모펀드 수준의 투자자 보호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또 BDC는 일반 개인투자자에게 기업 성장의 과실을 공유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BDC는 기업, 투자자 모두에게 유용하고 필요한 제도다. BDC 제도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하루빨리 통과돼 자금난을 겪는 벤처기업에 단비가 돼주기를 간곡히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