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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가로 본 주관사]①공모주 발굴, 성장 스토리 각색, 비교 기업 선정에서 역량 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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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코스닥 상장 32개사 첫날 주가 공모가 대비 평균 79.6% ↑
키움증권 주관사 맡은 신규주 평균 149% 상승

[공모가로 본 주관사]①공모주 발굴, 성장 스토리 각색, 비교 기업 선정에서 역량 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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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공개(IPO)에 나선 공모주의 상장 첫날 가격 변동폭이 오는 26일부터 60~400%로 확대된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말 발표한 '허수성 청약 방지 등 IPO 시장 건전성 제고 방안'의 후속 조치다. 국내 주식시장에 새롭게 입성하는 상장사 가격 제한폭을 확대해 상장 당일 신속한 균형가격 발견 기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당국이 IPO 시장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놓으면서 신규 상장사의 적정 기업가치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IPO 주관사는 적정 기업가치를 산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공모가 희망범위를 제시한다. 기관 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최종 공모가를 확정한다. 주관사 역량은 공모가를 확정하는 데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다. 공모가가 높으면 공모주 투자자의 기대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다. 반대로 공모가가 낮으면 기업의 자금조달 규모가 쪼그라든다. 기업과 투자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적정 공모가를 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시아경제는 올해 상장한 신규주 주가수익률을 주관사별로 집계했다. 주가 상승폭이 크다는 것은 적정 기업가치 대비 공모가를 상대적으로 낮게 산정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반대로 하락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면 공모가를 높게 책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IPO 시장 예상 밖 선전…공모주 투자자 '미소'

올해 들어 코스닥시장에 직상장한 32개사의 상장 당일 주가는 공모가 대비 평균 79.6% 올랐다. '따상(공모가의 2배에 시초가를 형성한 후 상한가 달성)'을 기록한 상장사는 미래반도체·스튜디오미르·꿈비·오브젠·이노진·마녀공장 등 6개사였다. 상장 당일 종가가 공모가보다 낮았던 상장사는 씨유박스·나라셀라·토마토시스템 등 3개사다.


현재 신규 상장사의 상장 당일 시초가는 공모가의 90~200% 범위 안에서 결정한다. 9시 거래 시작 전 호가를 접수해 결정한 시가를 신규 상장일 기준 가격으로 사용하고 있다. 예컨대 공모가 1만원인 기업의 상장 당일 시초가가 2만원으로 결정되고, 여기서 상한인 30% 더 오르면 2만6000원이 된다. 이른바 '따상'이다.

올해 공모주 투자 수익률(평균 79.6%)은 과거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높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과 2021년 상장 첫날 평균 수익률은 각각 53.8%, 48.1%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첫날 평균 수익률이 50%를 넘어선 해는 없다. 올해 들어 IPO 시장이 중·소형주 위주로 재편되면서 수익률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IPO 시장에 대한 기대치가 낮았던 영향으로 공모가를 보수적으로 산정하면서 상장 첫날 높은 수익률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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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개 이상 복수의 신규 상장사 주관 업무를 맡았던 증권사 가운데 상장 당일 평균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증권사는 키움증권으로 148.6%를 기록했다. 샌즈랩과 꿈비 상장 주관을 맡았다. 샌즈랩은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1326대 1을 기록하며 공모가 희망범위 상단인 1만500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에서도 증거금으로 4조2155억원 몰리면서 경쟁률 868대 1을 기록했다. 꿈비도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에서 경쟁률 1773대 1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샌즈랩과 꿈비는 청약 흥행을 바탕으로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각각 137.1%, 160% 올랐다.


한국투자증권(평균 상승률 109.6%), 신한투자증권(76.4%), 삼성증권(72.9%), 미래에셋증권(65.1%), 신영증권(40.8%)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이 주관 업무를 맡은 마녀공장과 오브젠은 따상을 기록했고, 나노팀도 상장 당일 공모가 대비 100% 이상 올랐다. 마이크로투나노와 제이오는 각각 33.2%, 65.4% 올랐다.


신한투자증권이 주관사를 맡은 씨유박스는 공모가 대비 하락했으나 미래반도체가 상장 당일 160% 급등하면서 평균 상승률이 높아졌다. 삼성증권이 주관 업무를 맡은 기가비스와 금융그린파워는 각각 83.7%, 62.0% 올랐다. 미래에셋증권이 주관사를 맡았던 스튜디오미르가 따상을 기록했다.


공모가 높으면 흥행 실패 걱정, 낮으면 발행사 불만

상장 당일 공모가 대비 상승률이 높다고 해서 주관사의 기업가치 산정 능력이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다. IPO 업계 관계자는 "상장 직후 급등 랠리를 이어가는 현상을 마냥 좋게 볼 수는 없다"며 "발행사는 공모가를 너무 낮게 정한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공모주에 투자하는 개인은 물론이고 기관 투자가조차도 상장 초기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계획한다"며 "적정 기업가치를 산정한다고 해도 상장 초기 주가 흐름을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주관사는 적정 기업가치를 산정할 때 대부분 기존 상장사와 비교하는 방식을 택한다. 상장을 추진 중인 기업 특성, 재무 현황, 경영 성과 등을 고려해 복수의 비교 기업을 선정해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을 구하는 방식을 많이 사용한다.


올해 공모 규모가 가장 컸던 기가비스 주관사인 삼성증권은 상대가치 평가 방법 가운데 PER 방식이 가장 보편적이고 소속 업종, 해당 기업의 성장·수익·위험을 잘 반영할 수 있는 모형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은 기가비스 비교 기업으로 고영테크놀러지·파크시스템스·넥스틴·인텍플러스를 선정했다. 평균 PER은 21.8배였고, 이를 적용했을 때 기가비스 기업가치는 8250억원으로 산출했다. 할인율을 적용해 공모가 희망범위를 3만4400~3만9700원으로 제시했다. 수요예측에 나선 기관이 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에도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비치면서 최종 공모가는 4만3000원으로 확정했다. 상장 첫날 주가는 83.7% 올랐다. 시가총액은 1조원을 넘어서면서 주관사가 산정했던 적정 기업가치를 넘어섰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주관사를 선정할 때 높은 공모가를 산정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한 평가 요소 가운데 하나"라며 "공모주 발굴, 성장 스토리 각색, 비교 기업 산정 등에서 주관사의 역량이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앞서 신영증권은 나라셀라가 상장을 준비할 때 비교 기업으로 해외의 페르노리카,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로랑-페리에 등을 선정했다. 국내 음식료 업체인 롯데칠성과 하이트진로 등의 평균 PER은 15배였으나 해외 기업을 끼워 넣으면서 적용 PER이 23배로 높아졌다. 고평가 논란이 불거졌고 비교 기업 가운데 일부 해외 기업을 제외했다. 공모가 희망범위는 기존 2만2000~2만6000원에서 2만~ 2만4000원으로 조정했다. 기관 투자가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178대 1을 기록했고 공모가는 2만원으로 확정했다. 지난 2일 상장한 나라셀라는 상장 첫날 1만7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나라셀라 공모가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재무적 투자자(FI)에 대한 고려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벤처캐피탈(VC) 에이벤처스는 지난해 6월 나라셀라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에 참여했다. 주당 매수 단가는 2만원선이며, 에이벤처스는 나라셀라 지분 19.92%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지난 16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프로테옴텍도 고평가 논란이 불거지면서 공모가 희망범위를 낮췄다. 프로테옴텍은 지난 4월 코넥스에서 코스닥시장으로 이전 상장을 결정하면서 공모가 희망범위를 7500~9000원으로 제시했다. 이후 2개월 만에 2025년 당기순이익 추정치를 136억원에서 106억원으로 정정했고 공모가 희망범위는 5400~6600원으로 낮췄다.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종전에 내놓은 실적 전망치에 대해 의구심이 커져서다. 프로테옴텍은 1분기에 매출액 16억원, 영업손실 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은 24% 증가했으나 영업손실 규모가 커졌다. 회사 측은 주요 제품인 알레르기 진단장비를 OEM 방식으로 해외에서 제조해 매입하고 있다며 환율 영향으로 원가율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주관사인 키움증권은 올해 매출 예상치를 기존 128억원에서 110억원으로 줄였다. 올해 예상치를 시작으로 2025년 추정치까지 조정하면서 주당 평가액은 1만2원에서 7797원으로 22% 줄었다.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는 4500원으로 확정했다. 최초 제시했던 희망범위 하단인 7500원 대비 40% 낮아졌다.


IB업계 관계자는 "수요예측을 통해 투자자 의견을 반영한다고 하지만 주관사 역량이 공모가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다"면서도 "공모가가 너무 낮다고 상장을 철회하면 그간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주관사는 수수료를 내는 발행사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공모가를 산정하는 데 깐깐하다는 소문이 나면 신규 고객사 발굴도 어려워진다"고 덧붙였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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