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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랜우드PE의 카브아웃 레거시 [thebell desk]

박창현 M&A부장공개 2023-06-16 08:18:53

이 기사는 2023년 06월 15일 0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의 투자 기세가 사뭇 매섭다. 시작은 어수선했다. 시장에 매물로 내놓은 PI첨단소재를 우여곡절 끝에 다시 거둬들여야 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낙점했던 베어링PEA가 돌연 인수 의사를 철회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매각을 전제로 신규 투자와 펀딩 등 한 해 농사를 계획했던 글랜우드 입장에서는 마른 하늘의 날벼락이었다. 항상 꽃길만 걷던 글랜우드가 이런 돌발 상황에 대처할 역량이 충분한지 의심하는 시선들도 쏟아졌다.

하지만 시장의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당당히 시장에 건재함을 알리고 있다. 단 2건의 딜이면 충분했다. 먼저 쟁쟁한 후보들을 따돌리고 LG화학 진단사업 부문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최근에는 SKC 자회사인 SK피유코어 인수자로 낙점됐다.

주특기가 빛났다. 글랜우드는 과거부터 대기업의 비주력 계열사나 사업부를 인수하는 카브아웃(carve-out) 딜에서 탁월한 역량을 보여줬다. 동양매직(현 SK매직), 라파즈한라시멘트(현 한라시멘트), 한국유리공업(현 한글라스), PI첨단소재(SKC코오롱PI) 등이 대표적이다.

위기의 순간에 본인이 가장 잘하는 주특기로 다시금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글랜우드의 카브아웃 역량은 앞으로 더 빛을 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불확실성이 커진 시장 상황 속에서 기업들은 비핵심 자산을 팔아 곳간을 채우려 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더 많은 기회를 포착할 가능성이 높다.

카브아웃 딜은 난이도가 상당하다. 단순히 사업부를 떼어가는 것을 넘어 대기업 계열사가 아닌 독립사업체로서 거래처, 노사 관계 등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특히 한순간에 대기업 명함을 포기해야 하는 직원들을 다독이는 것도 큰 과제 중 하나다.

글랜우드는 이미 많은 경험을 통해 특화된 노하우를 갖고 있다. 독자적인 영업망과 거래처를 발굴하고 임직원들에게 새로운 성장 동인을 심어주는 전략들을 오랜 기간 펼쳐왔고 큰 성과를 냈다. 이 성과들이 다시 유산(레거시, legacy)으로 쌓여 시장에 신뢰를 주고 있다.

외부 매각에 부정적인 임직원들조차 글랜우드가 사서 경영한다면 조금은 다르지 않겠냐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 많은 경쟁자들을 앞설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래거시의 힘이다.

과거 글랜우드 관계자들과 PMI 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면 유독 사람 이야기가 많았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임직원들과의 관계 설정, 신뢰 구축, 더 나아가 한배를 탄 동지라는 공통의 목적의식을 공유하는데 많은 비용과 시간을 할애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실제 성공적인 PMI의 핵심이기도 했다.

국내 PEF 시장의 역사는 20년이 채 되지 않을 만큼 짧다. 그럼에도 묵묵히 본인의 길을 걸으며 하우스 고유의 색깔을 빛내는 운용사(GP)들이 여럿 나오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글랜우드의 카브아웃 트렉레코드들은 더 늘어나고 있다. 더 단단해지고 있다. 밟아온 족적들이 한데 모여 글랜우드의 이미지와 정신을 만들고 있다. 초창기엔 대감댁 도련님들 놀이터라는 비아냥을 들었을 때도 있었다. 백번의 변명보다 한 번의 증명이 유효하다는 것을 진작에 알았다. 그렇기에 '카브아웃 명가' 레거시가 갖는 의미를 그 누구보다 잘 안다. 또다시 증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글랜우드, 현장 속으로 뛰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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