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식 대표 "창업가가 슈퍼스타라면 벤처투자자는 코치죠"
20대에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을 연달아 창업해 2조원대에 매각한 재미동포 창업가가 벤처투자자로 변신해 한국을 방문했다. 첫 언론 인터뷰에 나선 이인식 버텍스벤처스US 대표(사진)다. 만 9세에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그는 영어 이름 대신 한국어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다.

이 대표는 16일 “창업가가 슈퍼스타라면 벤처투자자는 코치”라며 “창업자는 스트레스도 많이 받지만 ‘자기 팀’이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미국 UC버클리 전자 및 컴퓨터공학부(EECS)를 졸업한 그는 24세이던 1995년 키바소프트웨어를 공동 창업해 2년 만에 1억8000만달러(약 2300억원)를 받고 넷스케이프에 팔았다. 1999년 공동 설립한 라우드클라우드(현 옵스웨어)는 2007년 휴렛팩커드(HP)에 16억달러(약 2조432억원)에 매각했다. 2015년부터는 버텍스홀딩스의 미국 네트워크 펀드인 버텍스벤처스US 대표를 맡아 본격적으로 벤처캐피털리스트로 살고 있다. 버텍스홀딩스는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의 자회사로, 운용 규모 60억달러(약 7조6332억원)의 벤처캐피털 투자지주회사다.

이 대표는 글로벌 벤처투자 시장 전망에 대해 “압박은 좀 있겠지만 올 4분기는 나아질 것이란 희망이 있다”며 “새로운 기술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30년 가까이 인터넷 솔루션에 천착해온 그는 데이터 솔루션을 유망 투자 분야로 꼽았다. 그는 “과거 인터넷 출범 초기엔 미디어, 통신, 전자상거래가 수혜를 입었다면 20년이 지난 오늘날엔 디지털 전환(DX)이 일어나고 있는 제조업 공급망, 헬스케어, 모빌리티 분야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쟁사보다 더 빠르고 더 나은 경쟁을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판다면 기업들은 기꺼이 많은 돈을 지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일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 ‘챗GPT’ 열풍에 대해선 “크립토(암호화폐)나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환호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영상 공유를 손쉽게 만든 유튜브처럼 세상이 열광하는 기술은 항상 있었다”며 “생성형 AI 기술이 창조적인 영역과 자동화 분야에는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겠지만 전체 산업의 방향을 바꿀 정도는 아니다”고 평가했다.

그는 주로 초기 데이터 솔루션 기업에 투자해 제품을 스케일업하고 경영진을 채용하는 일을 돕는다. 페이스북, 카우치베이스, 클라우데라의 초기 투자자이기도 하다.

최근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창업자들을 향해 “힘든 시기일수록 성과 관리가 중요하다”며 “좋은 최고경영자(CEO)는 적은 인력으로 더 효율적이고 더 나은 성과를 내는 팀을 만든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창업자는 자기 팀이 얼마나 잘하는지를 알고 성장에 대해 바른 예측을 해야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며 “엄청난 성장을 구가했던 트위터가 직원을 대량 해고한 것도 결국 필요 이상으로 인력을 채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글=허란/사진=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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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식 대표 "창업가가 슈퍼스타라면 벤처투자자는 코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