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백신 펀드, 규모 줄이고 쪼개서 이달 내 결성한다

정부가 'K-바이오·백신 펀드'의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작게 재조정해서라도 펀드를 우선 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초 각각 2500억원 규모로 총 5000억원의 펀드를 조성하려 했지만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등으로 민간 투자 시장이 위축되면서 투자금이 잘 모집되지 않아서다. 이를 통해 하루빨리 바이오업계의 투자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을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1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펀드별로 2500억원 규모로 결성하려던 K-바이오·백신 펀드의 규모를 이보다 낮은 규모로 쪼개 여러 개의 펀드를 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펀드 규모를 작게 조정한 뒤 현재까지 모집된 투자금을 활용해 투자부터 개시하겠단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민간투자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펀드의 투자 규모가 너무 커서 결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당초 조성 목표액은 유지하되 펀드 쪼개기 등을 통해서라도 우선 투자 개시를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펀드 결성 목표 시점인 이달까지 하나라도 펀드 결성 성과를 만들어내려 한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펀드의 우선 개시를 위해 모태펀드, 국책은행과 협의할 계획이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해 7월 신약 개발과 백신 분야 투자 활성화를 위해 K-바이오·백신 펀드를 조성하기로 하고, 지난해 9월 해당 펀드를 운용할 운용사로 미래에셋벤처투자와 유안타인베스트먼트를 선정했다. 각각 2500억원의 규모로 2개의 펀드를 총 5000억원 규모로 운용토록 했다. 정부 출자금 1000억원, 국책은행 출자금 1000억원, 민간투자 3000억원이다. 공공과 민간이 40대 60의 비율로 출자하며 기준 수익률은 내부수익률(IRR) 7% 이상이다.

하지만 지난해 발표 시 목표 시점으로 잡은 지난해 말까지 펀드 결성이 이뤄지지 않았다. 복지부는 지난해 11월 국책은행 출자 승인과 기획재정부 승인을 거쳐 올해 2월 펀드를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그러나 이후로도 투자금이 충분히 모집되지 않아 펀드 조성 목표 시기를 이달까지로 연장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K-바이오·백신 펀드의 규모가 한국벤처투자에서 결성하고 있는 19개 펀드 중 2번째로 규모가 클 정도로 규모가 크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펀드 출자 방식(PEF)의 엄격한 출자 자격요건(기관전용 사모펀드의 투자자 범위는 기관투자자로 제한)으로 투자금 유치가 어려워 펀드 조성 시한을 부득이 연장했다"고 설명했다. 펀드 규모가 큰 점이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규모를 작게 재조정하려는 것이다.

업계에선 정부의 펀드 투자가 또 다른 바이오 투자와 신약개발 등을 이끌어내는 선순환 구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정부가 규정까지 튜닝한다면 펀드 결성의 의지가 있는 것"이라며 "정부의 투자가 집행이 돼야 또 다른 투자도 이뤄지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신뿐 아니라 신약개발 쪽에도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성해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선 대기업과 제약회사들이 K-바이오·백신 펀드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에서 펀드를 결성하면 투자하겠다며 펀드 결성을 요구했지만 정작 투자를 하지 않는 기업들이 많아서다. 이와 관련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생각만큼 원활히 되지 않고는 있는데 제약회사들 많이 협조해야 하기 때문에 회원사 중심으로 많은 독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