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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벤처 새 요람 ‘CVC’···“기술 탈취·불공정계약 사라져야”

중기벤처 새 요람 ‘CVC’···“기술 탈취·불공정계약 사라져야”

기사승인 2023. 06. 0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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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VC그래픽
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이 활발한 투자 활동을 보이고 있다. 2021년 지주사의 CVC 보유가 허용되면서 기업 오너의 사금고 역할을 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지만,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는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하지만 손해를 투자 대상 기업에 떠넘기는 불공정 계약이나 기술 탈취, 특정 분야로의 투자 편중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1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오는 10월 지주사 전환을 위해 동국홀딩스·동국제강·동국씨엠으로 회사를 분할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동국제강의 지주사 전환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탈(CVC)'을 신사업으로 예정했다는 것이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은 "지주사 산하 CVC를 설립해 신사업을 발굴하겠다"며 "CVC를 1년 내로 설립하거나 이미 설립된 CVC를 인수할 계획이며, 자본금 100억원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국제강뿐만 아니라 현재 GS·CJ·포스코·효성 등도 지주사 CVC를 통한 투자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고, SK·롯데·삼성·LG 역시 그룹 내 CVC를 통해 유망 중소벤처기업 발굴에 힘쓰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이 CVC를 통한 투자에 열을 올리는 것은 '신사업 발굴'과 '유망 기술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CVC의 경우 FI(Financial Investor, 재무적 투자자)로 투자에 참여하기도 하지만 SI(Strategic Investor, 전략적 투자자)로서 기업의 새 먹거리 발굴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중소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개별 기업 CVC의 경우 국내에서도 20여년 전부터 운영돼왔다. 1999년 삼성물산의 '골든게이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후 지난 2021년 12월30일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지주회사의 CVC 보유가 가능해졌고, 투자 시장에서 CVC의 비중이 늘기 시작했다. 개정안 시행 전에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지주사가 직접 CVC를 운영할 수는 없었다.

지주사 CVC 보유 허용 이후 최초로 CVC를 설립한 곳은 GS다. GS는 2022년 1월11일 자본금 100억원을 전액 출자해 CVC 'GS벤처스'를 설립했다. 이후 지난 4월 GS그룹 차원의 첫 스타트업 네트워킹 행사 'GS 데이'를 열어 투자 유치를 돕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행사에 참석한 허태수 회장은 "미래 산업을 이끌어갈 주인공은 디지털 신기술을 바탕으로 혁신을 추구하는 스타트업임이 확실하다"며 CVC 투자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CJ도 기존의 CJ인베스트먼트를 지난해 8월 지주사 CVC로 재출범했고, 효성은 '효성벤처스', 포스코는 '포스코기술투자'라는 이름으로 CVC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지주사 CVC의 경우 도입 전에는 기업 오너의 사금고로 쓰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도입 후 1년 이상 지난 지금은 투자 시장에 긍정적인 바람이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9개사가 지주회사 내 CVC를 보유하고 있고, 총 1511억원의 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주사 CVC들은 총 투자금 865억원 중 93%를 국내 중소벤처기업에 투자해 강소기업의 숨통을 틔웠다. 공정위 관계자는 "CVC로부터 투자받은 중소벤처기업의 경우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생산시설 확대, 우수인력 확보 등이 가능해 졌다"고 분석했다.

이종익 한국사회투자 대표는 "CVC는 일반 VC보다 투자 규모가 큰 경향이 있어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규모 확대에 큰 도움이 된다"며 "전문가를 통해 투자 대상 기업의 가치를 더욱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는 것도 CVC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 증가와 대기업-중소기업 간 협력 강화에 CVC가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부도 올해 민관 공동출자를 통해 CVC가 운영하는 펀드를 2000억원 규모로 조성할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CVC가 국내 투자 시장에 자리 잡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있다고 지적한다. 투자업계 전문가는 "투자를 빌미로 중소벤처기업의 핵심 기술을 탈취하거나, 투자금 손실을 투자 대상 기업에 떠넘기는 식의 불공정 계약을 요구하는 행태가 아직 남아있다"고 꼬집었다.

투자가 특정 업종에 편중되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작년 말 기준 지주사 CVC의 주 투자 업종은 '화학소재' 분야로, 투자 비중이 44%에 달했다. 뒤를 이은 ICT서비스 부문에 대한 투자 비중은 22%였고, 나머지 업종에 대한 투자는 채 10%가 되지 않았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CVC의 경우 기업이 영위 중인 사업, 주목 받는 사업에 주로 투자하다 보니 2차 전지·ICT 분야에 투자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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