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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IMM인베스트먼트]세컨더리 개척한 'IPO 성공 감별사' 이승환 전무12년간 한우물, 시리즈펀드 만든 주역...내년 IMM세컨더리6호 결성

이효범 기자공개 2023-06-02 07:11:46

이 기사는 2023년 05월 31일 08: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12년간 51개 기업에 투자해 37개 기업의 엑시트에 성공했다. 투자기업에 대한 엑시트 성공확률은 70%를 웃돈다. 이 가운데 24개 기업이 상장했다.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서 불모지로 여겨지는 세컨더리 시장에서 장기간 검증을 받으며 이룬 전무후무한 성과다.

트랙 레코드의 주인공은 이승환 IMM인베스트먼트 벤처투자2그룹장(전무·사진)이다. 그는 오랜기간 세컨더리 시장이라는 한우물을 팠다. 괄목할만한 성과로 출자자(LP)들과 신뢰를 쌓았고, 세컨더리를 IMM인베스트먼트의 주요 투자 전략 중 하나로 뿌리 내리게 했다.

지난해부터 IPO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VC업계에서 중간 회수시장 활성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이 전무가 십수년간 쌓아온 노하우와 역량이 빛을 발할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처음으로 1000억원 대 펀드를 결성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성장스토리 : 국제정치학 전공자의 외도?…투자에 꽂혔다

1976년생인 이 전무는 베이징대학교 국제정치학과를 졸업했다. 2004년 E1 트레이딩팀 사원으로 입사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근무하며 국제영업을 담당했다. 당시 E1이 중국시장으로 발을 넓히는 과정에서 이 전무가 대학교 시절 쌓은 네트워크가 긴요했다.

그는 국제정치학을 전공했지만 투자에 관심이 많았다. 군 복무 시절에도 경제 공부에 손에 놓지 않았던 이유다. 커지는 호기심은 E1에서 근무던 그를 자본시장으로 이끌었다. 2007년 채용 기회로 현대증권(현 KB증권) PI(자기자본투자) 부서로 자리를 옮겼고 본격적으로 투자업에 뛰어들었다. PI 업무는 최대한 손실을 피하고자 하는 그의 성향과도 잘 맞아 떨어졌다.

이 전무는 오랜기간 투자업에 종사한 베테랑이지만 과거에도 지금도 여전히 어려운 숙제라고 표현한다. 역설적으로 이같은 부담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오히려 그를 더욱 투자에 몰두할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이기도 했다. 그리고 끊임없는 도전욕을 불러 일으켰다. 2011년 IMM인베스트먼트로 자리를 옮긴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 전무는 IMM인베스트먼트에서 세컨더리 투자의 개척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1년 결성한 한국정책금융공사(K0FC)의 회수시장활성화 정책에 기반을 둔 'KoFC-IMM Pioneer champ 2011-9호'가 효시라 할 수 있다. 이 전무가 입사한 2011년 처음 결정한 펀드다.

이후 2014년 '2014 성장사다리-IMM 벤처펀드'를 결성을 했고, 2016년부터 세컨더리 시리즈 펀드로 기획된 'IMM 세컨더리 제1호' 만들었다. 대략 2년에 한번 정도로 후속펀드를 내놨고 2022년까지 총 5개 펀드를 만들었다. 현재 운용 중인 세컨더리펀드는 IMM 세컨더리 제 3~5호 등 3개다. 오랜 기간 한우물을 파온 뚝심의 결과물이다.

◇투자철학 : "가장 쉬운 회수 방법은 좋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

이 전무가 현대증권 PI로 본격적인 투자에 뛰어들게 된 것은 그의 투자 철학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시 가장 중요했던 미션은 원금을 보전하는 것이었다. 원금을 까먹지 않는 투자처를 찾는게 가장 중요한 업무였다. 그러다 보니 신주 보다 구주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 특히 1~2년간 지켜본 기업이나 혹은 네트워크를 통해 해당기업을 검증을 할 수 있는 투자를 주로 했다.

투자 성과에 대해서도 그는 ROI(투자수익률)보다 IRR(내부수익률)이 높은 투자 건을 더욱 선호한다. 야구 매니아인 그가 장타율은 높지 않지만 타율과 출루율이 높은 타자를 선호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한번의 잭팟보다 꾸준한 성과를 중시한다는 의미다.

이같은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투자 기준으로 삼는 건 엑시트 가능 여부다. 구체적으로 1~3년 내에 IPO 가능성을 투자기업을 선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구주를 인수할 경우 할인율을 후순위로 두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통상 구주 매입시에 기존 밸류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도 왕왕 있다. 하지만 이 전무는 할인율 보다는 기업의 IPO 가능성을 최우선 순위로 둔다.

이 전무는 "세컨더리 투자가 선수들 간의 거래라고 보면 좋은 밸류에 구주를 인수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며 "1~3년 안에 상장 가능한 기업이라고 판단하면 투자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가장 쉽고 좋은 회수 방법은 좋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으로 귀결된다"고 강조했다.

그가 생각하는 세컨더리 투자자로서 갖춰야 할 소양도 이같은 투자 철학과 연관성이 깊다. 이 전무는 "세컨더리 투자자는 신주투자 대비 좀더 빠른 시간에 엑시트가 가능한지 파악해야 하고, 신주 대비 기다림에 대한 여유가 없다보니 밸류에이션을 좀더 타이트하게 볼줄 알아야 한다"며 "메인 타깃 엑시트(Main target exit) 시장인 상장시장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트랙레코드1 : 안정적 수익 실현 'IMM세컨더리2호'

이 전무가 운용해온 펀드 중 가장 양호한 성과를 낸 펀드는 단연 IMM세컨더리2호다. 해당 펀드는 2017년 6월 결성돼 지난해 청산됐다. 163억원으로 규모로 IRR 27.8%의 성과를 달성했다.

IMM세컨더리2호는 '2023 한국벤처캐피탈대상'에서 베스트 엑시트 딜(Best Exit Deal)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상은 2022년 청산된 조합 가운데 수익률을 비롯해 양호한 레코드를 쌓은 조합을 선정한다.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규모에도 이 전무의 주요한 투자 성과로 꼽히는 건 투자한 7개 기업이 모두 수익을 쌓았다는 점 때문이다. 주요 포트폴리오 기업은 산업용 PDA업체 포인트모바일, 지불결제시스템업체인 세틀뱅크, 바이오벤처기업 툴젠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벤처조합이 투자한 포트폴리오 기업 중 1~2개의 포트폴리오만 높은 수익률을 내더라도 펀드 성과를 내기에 충분할 수 있다. 그만큼 투자에 실패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세컨더리펀드가 신주에 투자하는 벤처펀드와 다른 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모든 포트폴리오를 통해 수익을 냈다는 점은 이 전무의 투자 성향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 가운데 고수익을 거둔 포트폴리오들도 있다. 세틀뱅크 투자를 통해 원금의 2배가 넘는 수익을 냈고 포인트모바일 투자로 원금의 약 4배에 달하는 수익를 달성했다.


◇트랙레코드2 : 역발상 투자 '커버코리아' 잭팟

이 전무는 오랜기간 세컨더리 펀드를 운용하면서 원칙과 노하우를 쌓아왔지만 강경한 원칙주의자는 아니다. 때로는 양호한 투자수익을 달성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하기 위한 유연한 사고도 갖추고 있다.

2014년 투자를 시작했던 카버코리아 사례가 그랬다. 카버코리아는 화장품 브랜드 AHC 운영사다. 2016년 사모펀드(PE)인 베인캐피탈과 골드만삭스가 구성한 스페셜시츄에이션펀드(SSF) 컨소시엄이 경영권을 인수했다. 지분 60.39%와 경영권을 사들이는데 약 4300억원을 들였다. 당시 기업가치는 7000억원대에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카버코리아가 매각되면서 IPO를 통해 엑시트를 기대했던 FI들의 고민도 커졌다. FI들은 결국 IPO 기대를 접고 SSF에 지분 대부분을 처분해 엑시트했다. 이 전무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의 기지는 여기서 발휘됐다. PEF가 카버코리아를 인수했다는 점에 착안, 3~4년 뒤에 카버코리아의 기업가치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예상했고 장외에서 지분을 다시 사모았다. 카버코리아라는 기업의 가능성을 엿본 선구안과 함께 PE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투자다. 당시 투자의 재원이 IMM세컨더리1호다.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2017년 베인캐피탈과 골드만삭스가 구성한 SSF는 카버코리아를 글로벌 생활용품 업체인 유니레버에 매각했다. 당시 매각가격은 3조원으로 국내 화장품 M&A 사상 최대 규모였다. 잔여 지분 투자자들도 비슷한 가격에 처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특히 이 전무가 재투자에 나설 당시보다 기업가치가 5배가량 상승했다. 투자기간 1년 6개월만에 ROI는 423%를, IRR은 245%를 기록했다.

◇향후 계획 : 2년에 한번 꼴, 내년 상반기 'IMM세컨더리6호' 결성 목표

이 전무는 올해는 세컨더리 펀드가 보유한 실탄 소진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750억원 규모의 IMM세컨더리5호 드라이파우더가 절반 가량 남아 있다. 시리즈로 펀드를 운용 중인 만큼 '투자-회수-펀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깨지 않도록 흐름을 이어 나간다는 방침이다.

내년 상반기 중으로 IMM세컨더리6호 결성을 계획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투자를 병행하면서 펀딩을 위한 준비작업에 돌입한다는 구상이다. 기존 펀드와 비교해 펀딩 규모도 더욱 키울 것으로 보인다. 1000억원을 넘는 규모도 검토하고 있다. 세컨더리 펀드를 주로 운용하는 벤처투자2그룹 인력 충원도 고려 중이다.

그동안 민간자금을 모집해 세컨더리 펀드를 결성했던 기조와 달리 출자사업에 참여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올들어 모태펀드는 10여년 만에 세컨더리 분야를 부활시켰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금융위원회는 최근 세컨더리 규제를 폐지하고 산업은행, IBK기업은행 등의 세컨더리 출자사업 비중을 키우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이 전무는 "거시 경제 관점에서 보면 장기적으로 주요 국가들은 금리 인상보다는 인하에 더욱 무게를 둘 가능성이 크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던 LP들도 점차 보폭을 넓힐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다만 조급하게 움직이지는 않을 생각이다. 그는 "펀드 결성 시점을 더욱 앞당길 수 있겠지만 이럴 때 일수록 그동안 지켜왔던 페이스와 원칙을 지키는데 초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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