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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돈은 돈다…딥테크 전폭 투자나선 VC들

[벤처투자, 춘래불사춘]②
딥테크 혁신 물결 올라타는 투자사들
당장 돈 안되도 투자하고 보자 움직임
BCG "딥테크에 투자 안하는게 리스크"
새로운 비즈니스 시장 개척 기대감 ↑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연지 기자]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부와 기회를 창출하는 딥테크 스타트업에 전폭적으로 투자하겠다.”

영국 대형 자산운용사를 뒷배로 둔 한 외국계 벤처캐피털(VC) 관계자가 최근 한국을 방문해 한 말이다. 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내한한 이들은 ‘딥테크 유니콘’으로 거듭날 수 있는 우리나라 초기 스타트업 발굴에 특히 큰 의지를 드러냈다.

딥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국내외 VC들 관심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딥테크란 고도의 기술이 집약된 하이테크 분야로,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사물 인터넷(IoT), 자율 주행, 3D 프린팅, 양자 컴퓨터 등 다양한 기술을 포괄한다. 경기 침체로 벤처투자 업계가 여전히 얼어붙었지만, 투자사들은 딥테크 스타트업들이 10년 내 신규 비즈니스 시장을 개척하며 스타트업 생태계를 주도할 것으로 보고 관련 기업 투자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이에 일각에선 ‘조만간 딥테크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제2의 벤처붐이 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사진 픽사베이


“독보적 기술력이 곧 가치”…딥테크 투자 

국내외 투자사들이 딥테크에 관심을 갖는 이유로는 시장의 성장성과 관련 스타트업의 높은 생존력, 정부 지원책 등이 꼽힌다. 우선 딥테크 분야에 대한 글로벌 투자 규모는 지난 2016년 150억달러에서 2025년 최소 1400억달러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한 보고서를 통해 합성생물학과 AI, 신소재, 드론 및 로봇, 전자공학, 양자컴퓨팅, 블록체인 순으로 글로벌 딥테크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짚으며 “딥테크에 투자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리스크”라고 전했다. 보고서는 특히 “현 추세가 계속돼 새로운 생태계가 마련된다면 글로벌 딥테크 투자액이 오는 2025년 2000억달러를 넘길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투자사들의 이러한 관심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벤처투자 규모가 크게 줄어든 지난해 국내 VC들이 주로 투자한 분야는 ICT서비스와 유통·서비스, 바이오·의료 등 3개 업종(연간 투자의 70.5%)이다. 투자사들은 이 중 ICT 서비스 업종에 2조3518억원, 전체 투자액의 34.8%를 쏟았다.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가져가는 와중에도 딥테크를 비롯한 ICT 분야 투자 만큼은 놓지 않은 셈이다. 

올해도 시장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 대부분이 디지털 헬스케어와 AI, 자율주행, 블록체인 등 딥테크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AI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대한 관심이 큰 편이다. 예컨대 가장 최근 투자를 유치한 곳은 주방 로봇 스타트업 웨이브라이프스타일테크로, 최근 40억원 규모의 시리즈A1 투자를 유치했다. 웨이브라이프스타일테크는 자체 개발한 로봇과 주방 관리 AI 기술을 통해 로봇 기반의 주방 운영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 밖에 AI 행동 분석 스타트업 플레이태그는 최근 CJ인베스트먼트와 BNK벤처투자, DSC인베스트먼트, KB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40억원 규모의 프리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플레이태그는 AI 컴퓨터 비전 기술과 행동 분석, 자동화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연구·개발한다. 지난해에는 자동 알림장 서비스를 개발해 국내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에서 시범 서비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AI와 헬스케어를 접목한 돌봄드림도 최근 국내외 투자사들로부터 프리시리즈A 라운드 투자를 유치했다. 돌봄드림은 발달장애인을 비롯해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을 진단·보조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투자사들, 딥테크 투자 전용 펀드 ‘시동’

정부 차원의 딥테크 기업 지원이 가시화되면서 딥테크 펀드를 결성하는 투자사들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는 올해 초 ‘범부처 스케일업 연구개발 투자전략’을 공개하고 앞으로 매년 3조5000억원씩 투입해 2027년까지 딥테크 유니콘 기업 10개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 출정식을 통해 “딥테크 기업은 글로벌에서 승패를 걸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그 나라 사무실과 펀드, 마켓 교두보 등이 마련돼야 한다”며 “5년간 1000개의 딥테크 기업을 뽑아 민관합동 2조원 펀드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딥테크 펀드를 결성한 대표적인 국내 VC로는 인터베스트가 있다. 회사는 지난해 하반기 ICT와 바이오 분야 기업을 발굴·투자하기 위해 약 2550억원 수준의 ‘인터베스트딥테크펀드’를 결성했다. 최근에는 사학연금과 우정사업본부로부터 예정된 출자액을 납입 받으면서 펀드 규모가 3000억원대로 증가하기도 했다. 

퀀텀벤처스코리아도 딥테크 스타트업 발굴에 적극적이다. 회사는 올해 1월 540억원 규모의 ‘퀀텀10호 딥테크펀드’를 결성했다. 이를 통해 우수 기술 평가 기업 및 지식재산권(IP) 출원 기업 뿐 아니라 ICT 분야 청년창업기업 등에 적극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일찍이 딥테크 투자에 나선 덕에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는 곳도 포착된다. 최근 창립 10주년을 맞이한 퓨처플레이는 자사 포트폴리오 중 딥테크 스타트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65.4%라고 밝혔다. 지난 2013년 설립 후 지난달까지 총 215개 기업에 1128억원의 투자를 집행한 가운데 퓨처플레이가 투자한 기업의 생존율은 91.6%에 달하고, 전체 포트폴리오사 기업가치는 20.5배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보틱스와 자율주행, 헬스케어, IT 인프라 및 빅데이터, 푸드테크, AI 등 딥테크 초기 스타트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한 결과다. 회사는 딥테크 초기 투자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지난달 ‘퓨처플레이 파이오니어펀드 제1호’를 결성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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