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두바이에서 열린 중동 최대 국제관광박람회 '아라비안 트래블마켓'(ATM) 한국홍보관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아랍에미리트(UAE)의 국내 투자 확대를 위해 정부가 6월 양국 투자협력위원회를 개최한다. 이어 7월엔 경제공동위원회를 연다. 오는 10월엔 산업은행 주도로 ‘넥스트라운드’ 행사를 진행해 투자 협력을 지원할 예정이다. 정부가 UAE 투자 유치를 위한 속도전에 돌입한 것이다.

UAE는 전날 국내 에너지와 정보통신기술 등 분야로 20억달러 상당의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 투자기관이 실제 투자를 결정하기까지는 3~6개월이 소요된다. 그런데 UAE는 4개월만에 전격적으로 투자를 결정했다. UAE 내 한국전담팀도 없었던 상황 속 이례적으로 빠르게 결론을 낸 것이다. 2년간 소규모 투자 경험 후 규모를 확대시킨 중국과 비교하면 1년8개월 이른 시점에 가시적 성과가 나왔다. 우리나라와 UAE 간 ‘신뢰관계’가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23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6월 초 투자협력위원회 등을 개최해 양국간 투자 협력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7월에는 경제공동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또 산업은행 등 관계기관과 현지 투자설명회를 연이어 개최해 적극적으로 투자협력을 지원한다. 특히 산업은행은 오는 10월 넥스트라운드 행사를 진행해 벤처기업이 투자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한·UAE 경제공동위원회 등 고위급 면담과 UAE 현지 추가 방문 등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 양국간 교류를 더 활발하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UAE 투자는 속도전으로 이뤄지고 있다. 양국 간 신뢰관계가 바탕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UAE 국부펀드가 신뢰축적을 투자의 주요 척도로 생각하는 만큼, 조만간 추가적인 투자 유치가 생겨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이번 20억달러 투자 결정은 주어진 여건을 감안하면 매우 이르게 결정된 것으로 평가된다. UAE는 우리나라 시장에 대한 사전지식 없이 4개월만에 투자를 결정했다. 통상 전문 투자기관의 결정이 3~6개월 걸린다는 점에서 이른 시점이다. 게다가 UAE 내엔 한국전담팀도 없었다. 전담팀을 신설하고 투자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결단을 내렸다.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어느정도 속도인지 체감할 수 있다. 중국은 2년 동안 소규모 투자로 신뢰관계를 쌓은 후에야 규모를 확대할 수 있었다. 이렇게 확보한 것이 ‘전략적 투자 파트너쉽(SIP) 50억달러’에 불과하다. 우리나라가 4개월만에 중국 투자규모의 40%를 따라잡았다. 러시아는 투자 약속 6년 이후 현지 사무소를 설치했다. 중국에 비하면 1년 8개월, 러시아와 비교하면 5년 8개월 이른 시점에 가시적 성과가 나왔다. 투자 규모도 러시아 10억달러의 2배 수준이다.

이번 투자는 올 초 한국·UAE 양국 정상회담 시 합의된 300억달러 투자 계획의 후속조치다. 무바달라 등 다수의 주요 국부펀드 및 기업으로 구성된 아부다비 대표단은 지난 15일부터 이틀간 한국을 방문해 에너지와 정보통신기술, 농업기술, 생명공학, 항공우주, K-컬처 등을 우선투자협력분야로 설정했다. 투자분야는 추후 이외 분야로 확대될 수 있다.

대표단은 이번 한국 방문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투자 방안을 논의했다. 또 이들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면담하고 기재부·산업은행과 양자 회의 등 과정에서 양국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기재부는 “대규모 자금이 국내 투자 형태로 우리 주요 기업과 유망 스타트업·벤처·중소기업에 유입될 것”이라며 “이들이 한 단계 성장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